'서머랠리'(Summer Rally)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여름 상승장세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하지만 대체로 8월은 투자하기에 좋은 달이 아니다. 과거 20년간 국내증시 흐름을 보면 8월 증시는 약세장이었던 경우가 더 많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 동안 8월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플러스였던 적은 단 8차례에 불과했다. 8월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그해 월별 수익률 평균을 웃돈 적도 6차례밖에 없었다.

지난해만 해도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때가 8월이었다. 2007년 서브프라임 위기의 최초 발발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서막을 알린 미국 모기지회사 직접관리 등도 8월에 발생했던 사건들이다.

올해에도 '8월의 트라우마'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현재까지의 분위기만 봐서는 예년과 다른 강세장을 기대하는 쪽에 무게가 더 실린다. 유로존 위기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지만 미국 등 실물경기 지표호전 덕에 수개월간 대량이탈 기조를 이어가던 외국인이 귀환하고 있다.
 
'돌아온 파란눈' 덕에 더 뜨거운 8월

 
◆7월 말부터 外人 자금유입 본격화
 
특히 7월 말부터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는 모습이다. 7월 한달간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73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월간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7월27일, 30일, 31일 3거래일간 사들인 규모만 1조6000억원에 이른다. 7월 초부터 26일까지 870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이 월말부터 갑자기 방향을 틀어 대규모로 한국증시 종목을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7월 말 이후 8월8일까지 불과 10일간 외국인이 순매수한 금액은 2조7550억원에 이른다.

외국인 자금이 수혈되며 코스피지수도 반등했다. 7월 초 1850선이었던 코스피지수가 유로존 위기 등 악재로 같은달 25일에는 1769.31까지 떨어졌지만 외국인 매수세 지속에 강한 상승탄력을 받아 8월8일에는 1900선을 회복하기에 이르렀다. 코스피지수가 1900 상단에 오른 것은 지난 6월20일 이후 약 1개월 반 만의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활력이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이 보인다는 점이다. 코스피지수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1월 5조4200억원, 2월 6조8500억원, 3월 5조3700억원이었던 코스피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4월부터 4개월간 4조원대에 머물렀다.

최근 외국인 매수세 유입으로 코스피시장 거래대금은 지난 7월31일 5조6300억원에 달했다. 지난 5월18일 이후 2개월여만에 처음이었다. 코스피지수가 1903.23을 기록하던 이달 8일에도 코스피시장 거래대금은 5조6263억원을 기록했다. 

◆8월 증시, 낙관론으로 무게중심 이동
 
7월 말까지만 해도 8월 증시를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ECB(유럽중앙은행)이나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통화완화 정책만 기대하는 상황에서는 증시반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주요 증권사들은 8월 코스피지수가 최저 1750∼최고 1950선에서 등락하는 박스권 장세를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중국 등 주요국들의 실물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호조세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낙관론자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강해지고 있다. 이미 지난달 말 대신증권은 8월 코스피지수가 최고 200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트레이드증권은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2150에서 최고 2230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장은 "1차적으로 최근 지수급락의 시작점인 1950선(5월 초순)을 전후해 저항이 예상되지만 금융위기 이후 레벨업 된 이익이 가시권에 들어오며 코스피시장의 재평가가 시작될 것"이라고 강세론을 펼치고 있다.

윤 본부장은 "미국의 재정지출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 중국 경기둔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 유로존 재정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를 차갑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재정절벽은 최소 내년 2분기 이후에나 가시화될 것이라는 점, 중국이 10월 정권교체기부터 경기부양 조치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점, 유로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며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신흥시장으로 유입되는 글로벌 유동성을 감안하면 비관의 늪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파란눈' 덕에 더 뜨거운 8월

사진_뉴스1 허경 기자 

◆외국인 자금동향, 또다시 쏠림현상 예고


이번 증시반등은 전 종목에 걸쳐 고르게 나타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7월 말 이래 8월 초순까지 10여일간 코스피시장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을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기간 금액기준으로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던 종목은 삼성전자였는데 7월27일~8월8일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만 1조62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외에 외국인은 기아차,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인방과 LG화학, SK하이닉스, 삼성중공업 등을 1000억~2000억원 이상씩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이들 7개 종목의 순매수 규모만 2조원이 넘는다.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나머지 13개 종목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7083억원에 불과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을 다 합쳐봐야 순매수 규모는 689억원에 그쳤다.

코스피시장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화학·정유업종 종목이 4개로 가장 많았고  IT(전기전자), 자동차, 금융 등 업종종목이 각각 3개씩으로 뒤를 이었다. 조선, 통신, 건설업종 종목도 2개씩 있었고 철강 종목은 1개가 있었다.
 
외국인 순매수세가 집중된 7월 말 이후 10여일간 이들 20개 종목의 평균수익률은 8.94%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7.57%)에 비해 약간 더 높다.

외국인의 초기매수세 유입으로 강세를 보인 업종과 종목들은 앞으로도 상승세가 유지될 전망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한화증권에 따르면 2008년 10월, 2011년 9월, 2003년 3월에 코스피지수가 저점을 기록한 후 3일간 수익률 상위에 올랐던 종목들이 1년 이후까지도 가장 높은 성과를 유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순의 강세 종목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