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강모씨(33)는 적금을 붓는 것처럼 주식투자를 한다. 강씨는 매달 마지막날 삼성전자와 현대차, POSCO 주식을 1주씩 산다. 적금과 주식투자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선택한 방법이다.
 
강씨는 적금이 약속된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돈이 불어나는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시황에 대응해가며 주식투자에 성공할 자신도 없었다. 그러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면 적금 못지않은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적금보다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번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고 매월 1주씩만 산다면 주식시장이 요동치더라도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이 같은 생각으로 불황기나 추세적 상승기를 따지지 않고 5년 동안 삼성전자와 현대차, POSCO의 주식을 매달 1주식 샀고 40%가량의 수익률을 올렸다.
 
강씨와 같은 투자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로 연간 수십~수백% 이상의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에게는 매우 답답한 방법이다.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5년 동안 40%란 수익률에 크게 매력을 느낄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세계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연간 목표수익률이 7%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익이다.

또 이런 투자방법은 느리기는 하지만 대박을 위해 비정상적인 급등락을 반복하는 정치테마주 등을 쫓아다니는 것보다 계좌의 잔고를 불려줄 가능성도 높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10위에 올라있는 종목들을 지난 2007년 8월부터 매달 말일에 각각 1주씩 샀다고 가정했을 때 2012년 8월20일 현재 수익률은 75.41%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3.9%의 19배가 넘는 수치다.
 
시총상위주 매월 1주씩 5년간 사모았다면?


◆삼성電·현대車, 경쟁력 강화에 '짭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 세계시장에서 영향력을 꾸준히 키우며 성장해온 기업들은 주가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며 상승했다.

2007년 8월31일 59만1000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20일 현재 128만3000원까지 뛰어올랐다. 삼성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자 국내 주식시장의 대장주였지만 주가는 오랫동안 100만원선을 넘지 못했다. 반도체와 LCD 등 주력사업의 경기민감성 탓이다.

김성인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LCD를 주력으로 하면서 경기에 민감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어 투자자들이 100만원을 주가의 상한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 때문에 주가가 100만원에 근접하면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팔아서 100만원의 문턱을 쉽게 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하순 100만원을 돌파한 후 등락을 거듭하다 11월 말 이후 100만원선에 안착했다. 스마트폰시장에서의 막강한 입지를 구축하면서 실적의 경기민감성에 대한 우려를 씻어낸 것이 주요인이다. 당시 삼성의 갤럭시S가 애플의 아이폰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삼성전자는 애플과 노키아를 제치고 세계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스마트폰으로 리레이팅된 삼성전자의 주가는 비메모리 부문의 성장에 힘입어 한단계 더 뛰어오를 전망이다. 

김 상무는 "삼성전자의 주가는 스마트폰이 확실한 수익원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재평가됐다"며 "앞으로는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비메모리 부문이 삼성전자의 주가를 한번 더 끌어올리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중국·유럽 등 주요 해외시장에서 구조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도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현대·기아차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만 향후 전망은 여전히 밝다.


송선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자동차산업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지만 현대차그룹은 내년까지 성장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내부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현대·기아차는 신흥시장에 대한 높은 판매 비중, 높은 가동률과 판매증가율을 기반으로 한 생산설비 확장 가능성 등 산업 내에서 상대적 우위를 나타낼 수 있는 요건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종목 중에서는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Flexible Printed Circuit Board) 제조업체인 인터플렉스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인터플렉스는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 사용이 확산되면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가도 이를 반영하면서 상승 추세다. 스마트기기 확대로 FPCB의 수요가 지속되면서 인터플렉스의 성장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의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스마트폰업체 1, 2위인 삼선전자와 애플을 고객으로 두면서 이상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했고 아마존, HTC, RIM 등 신규 글로벌 고객 확보로 인한 증설 및 신규 매출처 확대 효과가 기대된다"며 "스마트기기들의 고사양화도 인터플렉스의 FPCB 매출 확대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시총상위주 매월 1주씩 5년간 사모았다면?


◆한전·신한지주, 정책리스크에 '후진'

한국전력과 신한지주는 정책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뒷걸음질쳤다. 2007년 8월 4만원대였던 한국전력은 현재 2만원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전기요금 정체로 인한 실적부진과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주가를 아래로 당겼다. 한국전력은 요금인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지만 번번히 정부의 벽에 부딪혔다. 8월에도 한국전력은 전기료를 10% 이상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4.9% 인상되는데 그쳤다.


김승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전의 적극적인 요금인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상폭은 한전의 요구에 크게 못미쳐 추가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이번 요금인상은 칼자루는 정부가 쥐고 있고 여전히 규제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측면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신한지주도 정책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자산운용사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은행을 포함한 금융지주사의 경우 규제리스크가 큰 대표적인 업종으로 앞으로도 규제의 그늘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며 "다른 금융지주사와 마찬가지로 신한지주도 잊을 만하면 나오는 정부의 규제 때문에 주가의 지속적인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리스크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의 영향으로 하반기 영업수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유도로 인해 순이자 마진 하락세도 이어질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카드비중이 높아 정부의 카드 규제에 따른 수익성 악화 영향이 다른 곳에 비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