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은희씨(38)는 요즘 은행권의 재형저축과 자산운용사의 재형저축펀드를 두고 고민 중이다. 기본적으로 비과세 혜택을 받으면서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높이려면 어떤 상품에 가입하는 게 좋을 지 갈등이 돼서다. 김씨는 "은행권의 연 4%대 재형저축은 일반예금보다 금리가 후하지만 성에 차지 않고, 투자상품은 손실 우려가 있어 갈등 중"이라고 말했다.

재형저축이 얼어붙은 재테크시장의 구원투수 될 수 있을까. 3월부터 판매되는 신(新)재형저축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재형저축은 서민의 재산 형성을 돕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적립식 금융상품(예금·펀드·보험)으로 연봉 5000만원 이하의 회사원이나 종합소득액 3500만원 이하의 사업자 등이 가입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재형저축 가입 대상을 대략 900만명 이상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서민 직장인들이 재형저축으로 현명하게 수익을 올리는 방안을 알아본다.

◇'4%+α'로 저금리시대 인기몰이 예약
 
최근 은행권은 오는 3월6일 출시될 예정인 재형저축의 '예약 주문'을 받을 정도로 뜨거운 판매전에 돌입했다. 이들 시중은행에서 판매 예정인 재형저축 상품은 기본적으로 같은 상품이기 때문에 판매 성패는 '금리'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재 은행들은 가입 후 3년간 '4%+α'의 고정금리를 주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2~3%대인 시중은행 일반예금금리보다 높을 뿐 아니라 비과세 혜택까지 더해지면 일반예금과는 실질적으로 2%포인트까지 금리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역PB센터 부센터장은 "재형저축은 본래 서민을 위한 상품이지만 자산가 고객들도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자녀를 위해 재형저축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 필수 절세상품으로 연금저축(소득공제) 다음으로 저축보험(비과세)이 꼽혔다면 이제 연금저축>재형저축>저축보험 순으로 절세상품의 선택 순서가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7년(최장 10년)을 묵혀둬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가입 후 7년이 되기 전 중도해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이사는 "저금리 시대이지만 아직 보험상품은 대부분 (공시이율) 4%대가 적용되고 주택청약 상품도 2년 이상 가입하면 4.5%의 금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7년 이상 예금이 묶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형저축의 '4%+α'가 대단히 매력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재형저축은 재테크 차원보다는 안정적으로 목돈을 마련하는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벌써 '해외채권형 펀드' 대세
 
연 4%대 재형저축에 만족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자산운용사의 재형저축펀드(이하 재형펀드)를 주목할 만하다. 2월20일 기준 자산운용사가 금융감독원에 등록한 상품은 이미 70개(23개 회사)를 넘었다.

이 같은 재형펀드의 대세는 채권형과 채권혼합형이다. 현재 등록된 상품의 절반(50개) 이상이 채권형 및 채권혼합형 펀드다. 재형펀드가 장기상품임을 고려하면 리스크 높은 주식형펀드보다는 혼합형펀드가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재형펀드는 기본적으로 서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여유자금이나 위험 감수 여력이 많다고 보기 어렵다"며 "주식형 상품으로 수익을 높인다기보다는 자산의 일부를 떼 분산하는 차원에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점에서 재형펀드 중에서도 해외채권형이 특히 눈길을 끈다. 해외펀드는 국내펀드와 달리 이익에 대해 15.4%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유망한 해외투자 대상이 있어도 투자자들이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재형펀드를 활용하면 이러한 세금 부담 없이 해외에 투자할 수 있다.

송승용 이사는 "절세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국내보다는 해외펀드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며 "특히 해외채권형펀드는 수익의 변동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다만 재형저축(펀드)은 한번 가입하면 다른 금융사의 상품으로 계약이전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가입 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납입한도는 연간 1200만원, 분기 한도는 300만원이다. 세제혜택은 2015년 12월31일까지 가입한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