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을 앞둔 서울 서초구 반포동 2-1번지 신반포1차아파트가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 1월29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건축심의를 통과한 이 아파트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첫 재건축단지로, 향후 한강변 재건축단지들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신반포1차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재건축아파트는 최고 높이 38층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이번 재건축안의 가장 큰 특징은 저·중·고층이 고루 섞인 텐트 모양의 스카이라인(건물 층수 배열)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기존 아파트와는 차별성이 느껴진다. 더불어 조합원 전가구가 한강 조망이 가능하게 짜여진 획기적인 설계안은 에이앤유(ANU)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에서 기획한 것으로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박 시장의 선택을 받았다.


약 30년간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해 왔던 윤혁경 에이앤유 대표의 이력 때문에 일각에선 서울시와의 인적네트워크가 주효했던 게 아니냐는 불신어린 시선도 많았다.


물론 에이앤유 측은 이 같은 시선에 거리를 둔다. 오히려 에이앤유 측은 "설계안이 채택된 것은 공유와 소통의 가치를 내세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시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도를 이해하고 설득할 수 있는 논리력을 남들보다 더 갖췄을 뿐 개인적인 친분이 채택과정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는 것이다.


김진욱 에이앤유 도시디자인본부장은 "한강변 프리미엄 아파트단지를 공공에게 개방하고 공유하며 소통한다는 우리의 가치가 박 시장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한다"면서 "비단 '박원순을 뚫었다'에 포커스를 맞추지 말고 새로운 주거유형을 제시하고 도입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원순표 '신반포1차' 효과는?

                                                                                                        신반포1차아파트 특별건축구역 조감도


'공유'와 '소통' 내세운 신개념 아파트


기존 아파트단지들의 경우 담장을 세우고 주변지역과는 소통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신반포1차의 경우에는 확연히 다른 점들이 요소요소 눈에 띈다.


우선 이 아파트엔 담장이 없다. 대신 외곽 보행로 쪽으로 주변지역 주민들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독서실, 어린이집, 커뮤니티시설 등을 집중 배치했다. 커뮤니티시설엔 주변학교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방과후아카데미나 음악연습실, DVD감상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반대편 한강변 쪽 단지 외곽으로는 게스트하우스와 주민카페가 자리하고 있으며, 폭 5~12m의 길이 마련된다. 인근주민들이 걷거나 자전거 등을 타고 한강변을 거닐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최고층인 38층 꼭대기 2개층에 한강 조망을 위한 '퍼블릭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출입자 전용 엘리베이터 설치가 공공성 확대의 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김 본부장은 "지역 내 어린이집 등 커뮤니티시설을 법정기준 면적보다 3배 이상 늘렸다"면서 "진정한 공유도시로서의 가치를 발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의 한강 조망을 위해 마련한 퍼블릭뷰의 경우 소정의 입장료를 받아 아파트관리비로 사용할 예정이다.


신반포1차에는 공유의 매력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된 만큼 기존 건축법의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불가능했던 점들을 개선하는데도 성공했다. 일조만족세대는 기존 36.5%에서 41.8%로 확대됐고, 남향세대(76.5%→100%)와 한강조망세대(54.4%→62.7%) 역시 대폭 늘어났다.


박원순표 '신반포1차' 효과는?

 

 

한강변 재건축단지 활기 되찾아

한강변 최초 재건축 움직임과 함께 주변단지의 반응도 뜨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신반포1차는 현재 재건축시장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며 "특별건축구역에 대해 이해하고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강변 주변단지 조합들도 신반포1차를 보면서 새롭게 준비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서울시의 정책방향을 제시한 곳이므로 앞으로 향후 30년간의 아파트 재건축시장 패러다임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반포1차는 한강변 주변단지의 전체적인 투자가치 상승에도 일조할 전망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그동안 규제강화 때문에 한강변 주변에는 기대를 걸기 어려웠지만 이번 신반포1차 재건축을 계기로 기존의 지역적인 희소가치가 더해져 중장기적으로 큰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며 "반포동의 경우 학군 등 입지조건까지 좋아 재건축 호재가 겹치면서 가격 오름세가 충분한 지역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전체 시공을 맡은 대림산업 역시 긍정적인 기대를 내놓았다. 공사비는 증가했지만 분양리스크는 오히려 줄어들었으며 분양 문의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 14억원까지 밀렸던 신반포1차 전용면적 73㎡형은 재건축안 확정과 함께 최근 14억2000만원까지 회복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신반포1차는 건폐율 21.9%, 용적률 299.86%를 각각 적용해 5~38층 14개동에 1522가구로 재건축된다. 이 중 조합원과 일반분양은 1432가구이며, 나머지 90가구는 소형 임대주택이다. 전용면적별로 ▲51㎡ 90가구 ▲59㎡ 216가구 ▲84㎡ 630가구 ▲105㎡ 355가구 ▲131㎡ 182가구 ▲156㎡ 31가구 ▲164㎡ 10가구 ▲208㎡ 4가구 ▲240㎡ 4가구 등으로 구성된다. 전용 60㎡ 이하 소형아파트는 전체의 20.1%인 306가구다. 착공예정일은 오는 8월이며, 준공 목표일은 2016년 4월이다.

☞ 특별건축구역이란?
창의적인 건축과 도시경관을 위해 건축법 또는 관계법령에 따라 일부 규정을 적용하지 않거나 완화할 수 있도록 특별히 지정한 구역을 말한다. 건축법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대신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융통성을 살릴 수 있는 조건으로 건축허가를 받는 구역이다. 특별건축구역제도는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새로운 건축문화를 형성하기위해 건축법 개정을 통해 시행됐으며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보금자리주택 등을 통해 확대 적용돼 왔다. 2010년 권한을 지자체장까지 확대 시행했으며 서울시는 신반포1차를 통해 지자체 최초로 이 제도를 운용하게 됐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