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금호석유 사례 보듯 '희비'… 묻지마 매수 금물
서정 CJ CGV 대표가 지난달 20일과 21일 회사 주식 4030주를 장내 매수했다. 그는 CJ CGV 대표가 되기 전 CJ오쇼핑에서 10년 가까이 임원을 지낸 CJ맨이다. 마케팅실장부터 TV사업부장, 글로벌전략담당, 영업본부장을 두루 거쳤다. 이번 주식 매수로 서 대표는 CGV 지분 0.02%를 확보했다.
주식시장에서 기업 오너나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언제나 주목받는 사건이다. 누구보다 회사 사정에 밝은 정보통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자사주 매입은 회사나 주가에 뭔가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신호인 경우가 적잖다.
그렇다면 CJ CGV 역시 지금이 매수해야 할 시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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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따라 사면 손해 안 본다?
먼저 금호석유의 사례를 보자. 금호석유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대주주 일가의 자사주 매입이 이어지고 있다. 박찬구 회장의 차녀 박주형씨(33)가 지난해 12월17일 처음으로 회사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지난달 22일 기준 보유지분을 8만1661주(0.27%)까지 늘렸다.
박주형씨는 부친인 박 회장으로부터 자금을 증여받아 세금을 빼고 남은 돈으로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형씨가 꾸준히 지분을 사들이고 있지만 고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9.08%)나 박 회장의 장남 박준경 금호석화 상무(7.17%)보다는 미미한 수준인 만큼 추가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럴 경우 당분간 주가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대주주 입장에서 대규모 주식 매수 계획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싸게 사고 싶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리진 않겠지만 띄울 만한 호재를 발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호석유 주가가 업황 부진과 오버행(대규모 물량 출회) 이슈로 올해 들어 15% 넘게 하락하면서 10만원대로 주저앉았지만 회사 측에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동양증권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 최근 금호석유 목표주가를 13만원에서 11만원으로 하향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대주주 일가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손해볼 일이 없다는 속설이 있지만 대주주 일가처럼 끝까지 들고갈 생각이 아니라면 자사주 매입 소식만 듣고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어떤 유형의 자사주 매입인지, 실적이 뒷받침되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조언이다.
대주주나 경영진이 아니라 회사가 매수 주체로 나서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보통 회사(법인)를 내세워 공금으로 자사주를 사들이는 경우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최근에도 경기침체 장기화로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이런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경우 주가가 반등할 때도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때도 많다.
NHN이 그렇다. NHN은 지난 3개월 동안 1250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했지만 주가는 제자리걸음이다. 카드게임 규제 이슈에 한게임 사업부 분할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돈값'을 못한 사례다.
만도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248억원을 들여 자사주를 사들였지만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최근 주가는 13만원 안팎으로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을 당시인 12만6500원과 거의 차이가 없다. KTCS, 동남합성 등은 자사주 매입 뒤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물론 반대 사례도 있다. 톱텍은 지난달 5일 주가안정을 위해 3개월에 걸쳐 보통주 10만7520주(15억원)를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톱텍은 지난해 3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데다 유상증자 계획까지 발표하면서 주가가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30% 넘게 떨어졌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힌 당일 10% 넘게 강세를 보인 것을 비롯해 이후 한달여 동안 25% 넘게 올랐다.
제일기획도 현금배당을 하지 않는 대신 지난 1월말부터 964억원을 들여 자사주 460만주를 3개월 동안 나눠서 매입하기로 한 뒤 주가가 10% 넘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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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따라 꼼꼼히 분석해야…'묻지마' 추격매수하다간 '큰코'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CJ CGV는 어떤 경우일까. CJ CGV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두달 동안 30% 가까이 올랐다. 연초 3만원대를 갓 넘던 주가는 서 대표가 자사주 매입을 공시하기 한참 전인 지난달 6일 장중 4만3000원으로 이미 2004년 말 상장 이후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주가 방어 차원에서 보자면 굳이 회사 대표가 나서지 않아도 될 상황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신호를 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올 들어 영화산업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연초부터 전국 영화관 관객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6% 급증했다. 신영증권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CJ CGV의 1분기 영업이익이 2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3%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달 단행한 일부 상영관의 영화관람료 인상도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선애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가격인상 이후에도 관객증가율이 둔화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진의 자신감 측면에서 CJ CGV 사례는 LG생활건강과도 비교할 만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지난달 13일 회사 보통주 5000주와 우선주 1000주를 추가 매수했다. 취임 후 2005년 2월 자사주 1000주 매수를 시작으로 차 부회장의 보유주식은 보통주 3만9888주(0.26%), 우선주 1만3888주(0.66%)에 달한다.
차 부회장이 자사주를 사들일 당시를 돌아보면 2010년 12월29일과 30일 LG생활건강 보통주 800주를 매입한 지 한달 만인 2011년 1월27일 LG생활건강은 800억원을 들여 해태음료를 인수했다. 또 지난해 7월31일 2000주를 매수한 지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17일에는 일본 화장품업체 에버라이프를 3300억원에 인수, 일본 화장품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실적도 뛰어났다. 지난해 연결기준 LG생활건강의 매출액은 3조8962억원, 영업이익은 4455억원으로 2011년보다 각각 12.7%, 20.4% 늘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