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마켓 투자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브릭스(BRICs)'보다 아세안(ASEAN)이 좋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6년간 아세안 지역의 펀드매니저로 일해온 알란 리차드슨(Alan Richardson) 삼성자산운용 홍콩 현지법인 매니저는 12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세안시장의 전망이 좋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 자산운용회장이 만든 신조어 '브릭스'는 단순한 조어를 넘어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을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만들었고, 투자에 관심 없는 사람들조차 한번쯤은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렇게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브릭스보다 이제는 아세안이 더 좋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아세안은 동남아 10개국의 지역연합을 일컫는 말이다. 금융, 서비스업이 발달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 성장세에 있는 중진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생산거점을 목표로 하는 나라가 골고루 분포해 있다.

리차드슨 매니저에 따르면 아세안시장에 주목해야하는 첫번째 이유는 바로 중국에 이어 차세대 제조업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차드슨 매니저는 "아세안시장은 젊고 풍부한 노동력과 저렴한 임금을 바탕으로 중국이 갖고 있는 ‘세계의 공장’이란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이 임금인상, 위안화 가치상승 등으로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된 틈을 타 섬유산업 등은 이미 중국을 추월,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 섬유업체들은 중국의 임금인상에 대처하기 위해 아세안시장으로 이전하고 있다. 또 도요타, 닛산, 혼다, 미쓰비시 등 주요 일본 자동차 회사들도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공장신설을 추진하는 등 본격적으로 아세안시장 투자에 나서고 있다. IMF에 따르면 2011년 아세안시장으로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165억달러로 전년 대비 25.7% 증가했다.

더불어 아세안은 평균연령이 낮아 앞으로 30년간 경제발전이 이어지는 인구보너스기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자체가 크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리차드슨 매니저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을 비롯해 아세안시장 총 인구는 6억4000만명에 달한다"며 "내수가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전망도 좋다"고 강조했다.

이어 "GDP는 2조달러를 넘어 빠르게 성장 중이며, GDP 대비 소비비중이 평균 53%에 달해 금융위기에도 꾸준한 성장이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젊은 소비층(15세~29세)이 1억6000만명으로 인구 전체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수준 향상, 소득 증가와 함께 아세안시장 소비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으며 왕성한 소비력을 보이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가 운용하는 ‘삼성아세안펀드’의 3년 수익률은 107.65%로 10억원 이상의 규모를 가진 해외주식형 펀드 가운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이에 대해 “이는 펀드매니저의 탁월한 종목 선정능력 덕분”이라며 “이 펀드를 운용 중인 알란 리차드슨은 지난 1997년부터 16년간 아세안시장을 분석해온 전문가로써 풍부한 운용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국가별 정세변화에 따른 섹터비중 조절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