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아차는 한층 강화된 사양으로 2013년형 K9을 탄생시켰다. 고객 선호도가 높은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첨단사양을 기본으로 적용한 것이 새롭다. 반면 가격은 최대 291만원 인하됐다. 최근 판매부진에 따른 고육지책이다.
K9 2013에는 단순화된 트림과 옵션이 적용됐다. 3.3모델의 경우 4개 트림에서 3개 트림으로, 3.8모델의 경우 5개 트림에서 4개 트림으로 하나씩 줄였다. 트림별 4~8개의 옵션을 1~4개로 축소하고, 패키지 옵션을 트림별로 기본적용하거나 단품 옵션으로 변경했다. 옵션 끼워팔기 지적에 따른 후속대책으로 보인다.
기자가 시승한 3.3 프레스티지의 경우 가격은 동결됐지만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함께 18인치 휠타이어, 어댑티브 HID 헤드램프, 앞좌석 냉난방 통풍 시트 등의 사양을 얹었다. 3일간의 시승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한국차의 기술력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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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사양 대거 적용 '국가대표 세단'
운전 중 잠시 한눈을 팔았다. 전방주시의무를 소홀히 하고 동행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차였다. 시트 오른쪽에서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차량이 오른쪽 차선을 밟고 달리고 있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채택된 시트 진동형 차선이탈 경보시스템이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차선에 근접하면 엉덩이 부분의 시트에서 진동이 발생한다. 접촉 차선의 위치에 따라 진동도 같은 방향으로 울린다. 차션변경 시 사각지대에 차량이 있거나 후방 차량이 빠른 속도로 접근해 오더라도 마찬가지로 운전자에게 경보상황을 전달해준다.
그간 스티어링휠의 진동이나 계기판 점멸을 통해 차선이탈을 알려준 경우는 있었지만 시트 진동을 통해 경보한 예는 없다. 차선이탈 방향을 직관적으로 운전자에게 알려준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기술이다.
기아차의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K9에는 첨단사양이 많다. 국내 자동차기술이 집대성된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여러모로 유용하다. 전면유리를 통해 반사되기 때문에 굳이 운행정보를 보기 위해 고개를 숙이거나 돌릴 필요가 없다. 제공되는 정보도 속도계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과속카메라 위치와 목적지 진행경로 등을 표시해준다.
디지털로 꾸며진 계기반은 필요시 수시로 변경된다. 분당 엔진회전수를 표시하는 알피엠 게이지가 오디오 정보창으로 변하는 식이다. 차량진행 방위와 시간, 외부 온도, 운전모드, 차선 등 다양한 정보들을 이곳에서 보여준다.
변속레버는 기존에 보던 방식과 차이가 있다. 기어를 움직여 제어할 수 있는 단계가 세단계 뿐이다. 파킹모드는 버튼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변속기 바로 아래에 있어 사이드 브레이크를 걸지 않는 실수를 줄여준다. 변속은 변속 레버를 누른 상태에서 기어를 움직여야 작동한다. 주행 중 보조석 탑승자가 실수로 변속기를 건드리더라도 변속이 이뤄지지 않도록 만든 듯하다. 일반변속기에 익숙한 운전자에게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법한 기능이지만 안전을 위해서라면 환영할 만한 기능이다.
운전자의 의지에 따라 차량의 성격도 변경된다. 단단하고 경쾌한 운전을 원한다면 스포츠모드를, 부드러운 주행을 원한다면 컴포트모드를 설정하면 된다. 파킹 브레이크 바로 아래 드라이브 모드 변경 버튼이 위치해 있다.
장착 내비게이션은 조그셔틀과 주변의 버튼을 통해 통제할 수 있다. LED 스크린을 터치해 선택할 수 있지만 주행 중에는 이 버튼이 효과적이다.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햅틱 리모콘 역시 조그셔틀 방식으로 12.3인치 클러스터 조작을 수월하게 한다.
K9의 숨겨진 기능은 이외에도 많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량 시동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유보시스템이나 스티어링 휠의 방향과 차속에 따라 헤드램프가 변하는 다이내믹 벤딩 라이트, 눈길 주행에서 유리한 스노모드 등은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기대되는 기능들이다.
■ '차는 좋은데…' 인식의 벽을 넘어라
시장에서 K9의 위치는 애매하다. 에쿠스의 차체급이지만 가격은 제네시스에 가깝다. 기존 기아차의 대형세단 모델인 오피러스가 단종되면서 등급에 따른 혼란도 야기시켰다. 오피러스가 제네시스와 함께 에쿠스나 체어맨 바로 아래 단계 차량이었다면, K9은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중간급 모델이다.
때문에 위계와 서열 중시 풍토가 강한 우리 기업문화에 적잖은 혼란을 주기도 했다. 대기업의 경우 직급에 따라 배기량 제한으로 차량을 지급한다. 부사장은 4000cc 이하, 전무는 3500cc 이하, 상무는 3000cc 이하로 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통상 부사장 이상급은 에쿠스나 체어맨을, 전무급은 제네시스나 오피러스를, 상무급은 그랜저·SM7·K7 수준에서 차량을 선택했다. 그런데 K9이 나타나면서 어수선해졌다. 제네시스와 동급으로 두기엔 차체가 크고 가격이 높은 반면, 에쿠스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혼란을 야기하는 이유였다.
현실의 벽도 녹록지 않다. 배기량의 차이는 있지만 제네시스보다 저평가 받는 일도 있다. 지난해 말 삼성그룹은 부사장급 지원차량으로 에쿠스와 제네시스를, 전무급 지원차량으로 K9과 오피러스를 지급했다. 사실상 제네시스를 더 고급차로 인식한 셈이다.
고급차시장은 실속보다 이미지로 성장하는 시장이다. 그간 고전했던 K9이 고급사양을 추가한 2013년형 모델을 통해 '레벨업'을 노리고 있다. 기능과 가격을 손본 K9이 한국차의 자존심을 세워줄 지 기대가 모아진다.
시장에서 K9의 위치는 애매하다. 에쿠스의 차체급이지만 가격은 제네시스에 가깝다. 기존 기아차의 대형세단 모델인 오피러스가 단종되면서 등급에 따른 혼란도 야기시켰다. 오피러스가 제네시스와 함께 에쿠스나 체어맨 바로 아래 단계 차량이었다면, K9은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중간급 모델이다.
때문에 위계와 서열 중시 풍토가 강한 우리 기업문화에 적잖은 혼란을 주기도 했다. 대기업의 경우 직급에 따라 배기량 제한으로 차량을 지급한다. 부사장은 4000cc 이하, 전무는 3500cc 이하, 상무는 3000cc 이하로 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통상 부사장 이상급은 에쿠스나 체어맨을, 전무급은 제네시스나 오피러스를, 상무급은 그랜저·SM7·K7 수준에서 차량을 선택했다. 그런데 K9이 나타나면서 어수선해졌다. 제네시스와 동급으로 두기엔 차체가 크고 가격이 높은 반면, 에쿠스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혼란을 야기하는 이유였다.
현실의 벽도 녹록지 않다. 배기량의 차이는 있지만 제네시스보다 저평가 받는 일도 있다. 지난해 말 삼성그룹은 부사장급 지원차량으로 에쿠스와 제네시스를, 전무급 지원차량으로 K9과 오피러스를 지급했다. 사실상 제네시스를 더 고급차로 인식한 셈이다.
고급차시장은 실속보다 이미지로 성장하는 시장이다. 그간 고전했던 K9이 고급사양을 추가한 2013년형 모델을 통해 '레벨업'을 노리고 있다. 기능과 가격을 손본 K9이 한국차의 자존심을 세워줄 지 기대가 모아진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