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판매 준대형 독립 브랜드… 하반기 신형출시 승부수

'고객의 명성을 처음부터 영원히 빛나게 드높이는 차.' 한국지엠의 최고급 럭셔리 준대형 세단 알페온에 담긴 속뜻이다. 그러나 영원히 고객을 빛내주겠다던 약속과는 달리 출시 30여개월 만에 단종설이 솔솔 나오고 있는 알페온은 졸지에 최고의 자랑거리에서 골칫거리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일찍이 국내에서 퇴출됐던 대형 세단 베리타스를 비롯해 한국지엠이 2005년부터 출시했던 플래그십 세단 라인 대부분이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일까. 부품 결함과 리콜에 이어 판매 저조에 따른 시장 퇴출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도 한국지엠은 알페온에 대한 미련의 끈을 놓지 못하는 눈치다.

알페온마저 단종될 경우 한국지엠은 국내 대형차시장에서 실패의 쓴맛을 또다시 보게 된다.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차 K7, 르노삼성 SM7 등과 한판 붙어보겠다며 자신 있게 승부수를 내던졌던 알페온. 한국지엠이 '마지막 자존심' 알페온을 둘러싼 일련의 위기들을 극복하고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_류승희 기자)
(사진_류승희 기자)

◆출시 3년만에 판매량 '반에 반토막'

한국지엠에 따르면 알페온은 2010년 9월 출시 이후 최악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 올해 1~3월 동안 작년 동기(2017대) 대비 52% 급감한 1048대를 기록했다. 출시 이후 최고 판매실적을 올렸던 2010년 10~12월 당시 4721대와 비교하면 더욱 초라한 수준이다.

경쟁 차종과 비교하면 판매 성적은 더욱 볼품없어진다. 현대차 그랜저는 올해 1~3월 동안 알페온의 20배 수준인 2만3286대가 판매됐다. 기아차 K7은 같은 기간 7290대 판매를 기록했다. BMW와 벤츠, 아우디 등 외제차의 약진도 거세지면서 알페온은 안팎으로 경쟁에서 밀리는 형국에 놓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조기 단종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지엠 측은 조기 단종은 설에 불과하다며 그 가능성을 극구 부인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제 만 3년차인 알페온을 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그랜저와 판매실적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장기적인 측면에서 알페온의 가능성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올 하반기 중으로 알페온 2014년형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알페온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엔진 불량, 프리미엄 이미지에 치명타

한국지엠의 이 같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알페온의 반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프리미엄을 내세운 브랜드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치명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작년 1만2747대가 전조등 허용기준 위반으로 대거 리콜된 데 이어 올해에는 엔진 부품 이상으로 시정 권고를 받았다. 지난해 진행된 리콜의 경우 부품 결함이 아니어서 타격이 크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알페온 2.4L 차량의 '주행 중 엔진 멈춤' 사례 32건을 접수하고 최근 원인을 조사한 결과 엔진 구성부품인 액츄에이터 솔레노이드 밸브의 안쪽 마모에 의해 부품 기능에 문제가 발생, 엔진이 멈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진 멈춤 현상은 대부분 정차 후 출발할 때와 시속 50km 이하 저속주행 중에 엔진경고등이 점등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인명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한국소비자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주행 중 엔진 멈춤은 브레이크 작동이나 운전대 조작을 어렵게 해 안전운행에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한국소비자원은 한국지엠에 시정을 권고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불행 중 다행으로 인명사고는 없었다"면서도 "이번 일로 인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다. 엔진에 문제가 발생한 차량을 전부 무상수리해주는 동시에 소프트웨어 부품까지 철저하게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상수리 기간은 내년 1월31일까지로, 대상차량은 2010년 9월3일부터 2012년 1월25일까지 생산된 알페온 2400㏄ 2011년형과 2012년형 8354대다.

◆신차 출시·마케팅 강화…"믿는다 알페온"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외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한국지엠은 왜 알페온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자존심'이 걸렸기 때문이다.

알페온은 지엠 본사가 뷰익 브랜드로 미국시장에 내놓았던 라크로스를 기반으로 개발한 준대형 세단이다. 한국지엠이 생산·판매하는 차량 중 유일하게 쉐보레 브랜드가 아닌 모델이다. 2010년 9월 공식 출시 이후 국내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알페온은 국내 준대형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단순 수입이 아닌 독립브랜드를 달고 부평2공장에서 자체 생산·판매 중인 차량"이라며 "말리부와 같은 플랫폼(뼈대)을 공유하는 공장 생산라인의 사정상 알페온의 생산량만을 조절하거나 단종시키기 어려운 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지엠의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자존심 차원에서도 쉽게 접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알페온의 미래 경쟁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우선은 출시 2주년을 맞이한 말리부의 대중화가 이뤄지면 상위 트림인 알페온으로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넘어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파크의 인기가 크루즈와 올란도로 이어진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또한 알페온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고객서비스인 '알페온 케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알페온 케어 프로그램은 차별화된 서비스와 특별한 혜택을 통해 고객이 럭셔리카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마련한 것으로 골프대회, 콘서트, 연말파티 등을 제공한다.

한국지엠 측은 "작년부터 조기 단종 얘기가 나오고, 올 상반기에는 부품 결함으로 시정 권고 조치를 받는 등 홍역을 충분히 앓았다"며 "상반기 중으로 다양한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에 힘을 쏟아 다시 한번 알페온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