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만으로 통하던 시대는 이제 한물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특정브랜드 아파트를 선택하겠다는 응답률은 2010년 71.3%에서 2011년 60.9%로 2년 새 10%포인트 이상 급감했다. 연예인을 내세운 광고와 브랜드 마케팅 없이도 합리적 분양가와 차별화된 평면 등을 내세워 업계 순위를 뒤집는 분양 성적을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특히 신도시 택지지구에서는 입지여건이 비슷하기 때문에 품질만 좋으면 회사 규모나 브랜드에 관계없이 수요자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어 중견건설사들의 경우 이곳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작년 한해 동안 좋은 분양성적을 거뒀던 중견건설사들이 올해도 신도시 곳곳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어 수요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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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브랜드와도 당당히 '분양 맞짱'
최근 업계에서 주목하는 중견건설사 중 하나는 바로 호반건설이다. 동탄, 세종, 광교 등 신도시 택지지구에서 맹활약하며 분양시장의 신흥강자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동탄2신도시 1차 동시분양에서 가장 먼저 100% 계약을 달성했다. 함께 참여했던 업체 중 브랜드 파워가 가장 큰 시공능력 4위의 GS건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올해 상반기 최대 관심지역이었던 동탄2신도시의 3차 합동분양에서도 호반건설의 선전은 계속됐다. 전체적으로 '흥행 실패'였다는 평을 들은 이곳에서도 호반건설은 6개 건설사 중 유일하게 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 청약경쟁률도 가장 앞섰다. 1~3순위 평균 1.19대 1을 기록하며 대형건설사인 대우건설(1.10대 1)과 롯데건설(0.59대 1)에 판정승을 거뒀다. 최근의 선전을 반영하듯 호반건설은 도급순위에서도 전년(49위)에 비해 17계단이나 뛴 32위를 기록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오로지 주택(아파트)사업에만 매진하고 있다"며 "보수적인 사업 진행과 철저한 시장 예측조사가 그동안 거둔 좋은 실적의 주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확실한 분양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물론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키기보단 현금을 이용해 미리 전망 있는 택지지구의 부지를 사두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시공능력 77위의 중흥건설은 지방을 기반으로 한 건설업체로서는 드물게 작년 한해 수도권과 호남 등에 아파트 9614가구를 대거 공급했다.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에 이어 전국 아파트 분양 실적 3위를 달성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올해도 전체 건설사 분양계획물량 10위에 오를 만큼 의욕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형건설사가 전무한 세종시에서 군림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중흥건설은 상반기 세종시에서만 6개 단지, 3731가구 분양에 나선다. LH(2605가구)보다 많은 규모로, 전체 분양예정물량(1만1000여가구)의 30%를 넘는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대형건설사들이 해외플랜트사업이나 비건설사업에 시선을 돌리는 사이 국내 주택건설시장에 매진했던 것이 주효했다"며 "요즘은 평면설계 등 아파트 품질이 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간 차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수요자들의 선택을 얻기 위해선 이제 좋은 입지와 합리적 분양가가 우선"이라고 전했다.
◆'대세' 세종시 휘어잡는데 성공
호반과 중흥건설 외에도 많은 중견건설사들이 올해 국내 분양시장에서의 판세 역전을 노리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에 직면했던 중견건설사들이 세종시의 분양성공을 통해 재기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4월 세종시 분양의 스타트를 끊는 곳은 한양이다. '한양수자인 에듀센텀'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지난해 에듀시티, 에튜파크 등 교육특화단지를 분양해 성공을 거뒀던 바 있다. 이어 신동아건설은 L6블록에 538가구를 공급하며, EG건설은 L7블록과 L1블록에 각각 '세종 이지더원' 314가구와 159가구를 분양한다. 또 골드클래스는 L3블록에 '세종 골드클래스' 508가구를 분양한다.
올해 세종시에는 상반기 전체 1만307가구가 공급된다. 이 중 4월 중순~5월 초 신규분양규모는 5개 단지, 2337가구다. 29개 단지 중 25개 단지가 순위 내 마감되며 청약마감률 86.2%를 기록한 지난해의 열기를 잇는다는 것이 이곳에 분양을 준비하는 중견건설사들의 포부다.
앞서 1월 세종시 분양 스타트를 끊은 호반건설의 '호반베르디움 5차'는 1·2순위 청약 결과 608가구 모집에 844명이 몰린 바 있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다른 중견건설사 아파트 분양도 대부분 마감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4~5월에 분양을 앞둔 중견건설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허윤경 건설동향연구소 연구위원은 "세종시 및 혁신도시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규모 물량 분양의 성공여부는 브랜드 등으로 대변되는 과거의 성공 요인보다 품질 요인이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세종시의 경우 브랜드를 내세운 대규모 단지에서도 청약 미달이 발생하는데 반해 품질을 앞세운 중소업체의 분양은 성공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택건설시장 판도 뒤집힐까
국내 아파트 분양시장 내 중견건설사들의 반란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지금과 같은 흐름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주택소비자들이 이제는 입지와 평면구조, 설계 등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안목이 생겨난 점이 한몫 했다. 한 분양정보업체 관계자는 "마케팅을 하면서도 이제는 브랜드 파워를 내세우기보단 합리적인 분양가와 소비자 혜택, 독창적 설계 등을 중점적으로 내세운다"며 "대형건설사들의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올 초 한 정보업체에서는 지난해 대형건설사의 서울 내 신규분양가가 중견건설사보다 46% 높았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중견건설사의 가격 경쟁력이 대형사에 비해 높았다는 의미다.
더불어 대형건설사들의 해외진출도 중견건설사들의 입지를 키우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모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이제는 국내 주택건설시장에서 나눠먹을 수 있는 파이가 확 줄어들었다. 대기업들은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하고 중소기업은 국내시장에서 내실을 다지는 것이 건강한 건설업계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건설사란?
조달청 등급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1군 업체 중 대기업 계열 등 대형건설사를 제외한 업체다. 통상 상위 10~15위에서 1군 업체로 규정한 시공능력 순위 168위까지를 일컫는다. 이와는 별도로 대한건설협회는 1군 업체 168개사 중 종업원 300인 이하를 중견건설사로 분류하고 있다.
조달청 등급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1군 업체 중 대기업 계열 등 대형건설사를 제외한 업체다. 통상 상위 10~15위에서 1군 업체로 규정한 시공능력 순위 168위까지를 일컫는다. 이와는 별도로 대한건설협회는 1군 업체 168개사 중 종업원 300인 이하를 중견건설사로 분류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