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에 '13번째 월급'은 남의 집 얘기?

자녀 2명이상일 땐 한쪽으로 공제받는 등 연말정산 전략 짜야

나홀로 부장과 김다산 부장은 입사 동기다. 동갑이면서 승진도 같이 해 급여까지 똑같아서 학교 친구보다 더 가깝게 지낸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홀로 부장은 결혼 10년차 맞벌이에 자녀가 없다는 것이고, 김다산 부장은 결혼 15년차 홑벌이에 자녀가 세명이라는 점이다.

두사람의 급여는 같지만 경제적으로는 나홀로 부장이 김다산 부장보다 여유롭다. 그러나 나홀로 부장이 김다산 부장을 부러워 할 때가 1년에 한번씩 있다. 매년 2월 연말정산이 환급될 때다.

김다산 부장은 연말정산 때마다 모든 혜택을 100% 누리며 지난 1년간 낸 세금을 거의 모두 돌려받는다. 하지만 나홀로 부장은 상황이 다르다. 자녀가 없어 자녀공제를 받을 수 없고 신용카드, 의료비 공제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나홀로 부장은 환급받기는커녕 오히려 세금을 더 내고 있다.

연말정산을 흔히 '13번째 월급' 또는 '2월의 보너스'라고 부른다. 연말정산을 통해 지난 1년간 낸 세금 중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맞벌이부부는 연말정산 때가 되면 환급은 고사하고 오히려 소득세를 추가로 더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홑벌이 가장과 비교하면 괜히 억울한 마음까지 들지만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연말정산 때마다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면 내년 2월에는 올 2월과는 다르게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전재원 세무법인KNP 세무사는 "남편과 아내 중 누가 소득공제를 받을 것인지에 따라 환급액에서 차이가 발생한다"며 "미리 연말정산을 염두에 두고 각종 소비지출을 결정한다면 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공제 나누면 다자녀공제 없어

연말정산 시에는 부부 중 소득금액이 큰 쪽으로 각종 공제를 몰아주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이 전략은 부부간 연소득이 비슷할 경우엔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맞벌이 부부가 연말정산 환급을 극대화하려면 공제받는 대상을 적절히 안배할 필요가 있다.

연말정산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인적공제다. 자녀가 있다면 자녀 한명당 150만원씩 공제받을 수 있다. 자녀가 2명 이상인 경우 부부가 한명씩 나눠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부가 각각 공제를 받을 경우에는 다자녀 추가공제(2자녀 100만원, 3자녀 300만원)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2명 이상의 자녀가 있다면 한쪽으로 모는 것이 더 유리하다.

여기에 해당 자녀가 6세 이하라면 추가로 100만원을 더 공제받을 수 있다. 자녀공제는 남편이 받았더라도 6세 이하 자녀양육비공제는 아내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부부간에 각자 필요한 공제금액에 따라 배분하면 된다. 단 출산한 해에 받을 수 있는 200만원의 출산공제는 자녀 기본공제를 받는 사람만 받을 수 있다.

특히 자녀 이름으로 된 보험에 대한 공제는 자녀공제를 받은 사람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남편이 자녀공제를 받고, 아내 이름으로 자녀 보험을 계약했다면 부부 모두 보험공제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한도 조절 잘하면 공제도 2배

부부가 가입한 보험도 마찬가지다. 보험계약자는 아내인데, 수혜자는 남편인 경우 양쪽 모두 공제를 받지 못할 수 있다.

또 보험료 공제한도가 1인당 100만원이라는 점을 꼭 기억하자. 납입하는 보험료가 아무리 많아도 100만원까지만 공제되므로 부부 간에 보험료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남편 이름으로 가입한 종신보험을 통해 최고한도인 100만원을 공제받았다면 자동차보험은 아내 이름으로 계약하는 것이 좋다.

전재원 세무사는 "맞벌이부부의 경우 보험계약자를 기준으로 공제되므로 모든 보험을 아내명의로 계약해 200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면 연말정산 시 아내만 100만원을 공제받게 된다"며 "반면 남편명의로 100만원, 아내명의로 100만원을 지출한다면 남편과 아내가 각각 100만원의 보험료 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공제는 연간 급여액의 25%를 초과하는 금액 중 일정부분을 공제해주기 때문에 소득금액이 많은 사용자의 카드를 사용해 한쪽에서만 공제받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카드공제도 한도가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계산한 후 카드를 사용하면 부부 모두 공제받을 수 있다. 공제받을 수 있는 한도까지 한사람 명의의 카드만 사용하다가 한도가 넘으면 다른 사람의 카드를 사용하는 식이다.

이상길 동양증권 PB전략팀 과장(세무사)은 "부부 중 한쪽의 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것이 혜택적인 면에서 유리하다"며 "그러나 9~10월이 되면 그간 사용했던 카드가 한도를 넘겼을 가능성이 큰 만큼 한도를 넘겼다면 다른 배우자 명의의 카드를 사용해 카드공제금액을 늘리면 된다"고 말했다.

의료비는 무조건 한쪽으로 모으는 것이 유리하다. 의료비공제도 카드공제처럼 소득의 일정부분(연간소득의 3%)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 700만원 한도로 공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수술을 하거나 장기입원한 일이 없다면 한쪽의 공제한도를 채우는 것도 힘들 수 있다. 따라서 한쪽으로 모을 때는 소득이 많은 쪽보다 적은 쪽이 유리하다. 배우자에게 지출한 의료비도 본인이 공제받을 수 있다. 단 배우자를 제외한 가족에 대해서는 가족공제를 받은 쪽에서만 의료비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상길 과장은 "의료비나 교육비공제는 소득이 높은 사람이 불리한 경우가 많으므로 소득이 적은 쪽으로 몰아주는 것이 더 낫다"며 "의료비와 카드공제는 중복적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세자금도 공제 가능

올해부터 전·월세에 대한 소득공제 적용대상이 확대된다. 따라서 전·월세를 살고 있는 맞벌이부부라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기존에는 무주택인 세대주의 1년 총급여가 3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월세지급액의 40%, 전세자금대출 원금 또는 이자상환액의 40%를 300만원 한도 내에서 공제해줬다. 결국 세대주인 남편이 공제를 받아야 했는데 남편의 총급여가 3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공제받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올해부터는 총급여 5000만원 이하이고 세대주가 아니어도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개정됐다.

전재원 세무사는 "올해부터는 부부 중 총급여가 5000만원이 안 되는 사람이 전월세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작년에 공제를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올해부터는 공제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