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결혼 3년차로 부인과 맞벌이 중인 오필현씨(가명·34)는 부랴부랴 신용대출을 알아보는 중이다. 근로자 전세자금대출의 소득기준이 올해부터 세대주 기본급 3000만원 이하에서 부부합산 총소득 4500만원 이하로 조정되면서 대출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금 1억2000만원짜리 전용 49㎡ 아파트에 살고 있는 오씨 부부는 5월 말 전세 계약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다. 주인은 재계약을 하려면 전세금을 2000만원 더 올려달라고 성화다. 이사를 가자니 주변 전세시세가 신혼 때보다 5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마련했던 부부는 사정상 이번에도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할 생각이었지만 소득기준을 변경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탓하며 울상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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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뉴스1 이광호 기자 |
◆'서민' 안에 맞벌이는 없다?
지난 1일 정부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통해 생애최초주택 구입자가 6억원 이하인 주택을 사면 연말까지 취득세를 전액 면제해주고 대출도 저리(3.3~3.5%)로 해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22일부터 연말까지 생애최초주택자금을 대출받아 집을 살 때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지 않으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70%로 완화돼 받을 수 있는 대출금액도 늘어난다.
그러나 정부가 말하는 '서민' 안에 맞벌이부부는 포함되지 않은 모양이다. 모든 조건이 한층 개선된 듯 보이지만 생애최초주택자금 적용대상 소득기준이 문제가 됐다. 소득기준을 상여금, 수당 등을 모두 포함한 부부의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 6000만원 이하로 한정하면서 맞벌이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일어났다. 저소득층 가정일수록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은 요즘 세태에 맞지 않는 대책이라는 것이다.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한 근로자 전세자금대출의 소득기준도 대폭 강화되면서 불만이 커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대주 기준으로 수당과 상여금을 뺀 기본급이 3000만원 이하면 전세자금대출이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부부합산 소득이 4500만원을 넘으면 대출이 불가능해졌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날, 온라인상에는 "둘이서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있는데 얻는 이득은 하나도 없는 건가", "집 때문에 위장이혼하는 가정 나올까 겁난다", "저소득층의 맞벌이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기준 조정이다" 등의 대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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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최초주택자금 대신 u-보금자리론
대출 소득기준 변경이 담긴 부동산 대책에 단단히 뿔난 맞벌이부부들은 신세 한탄과 함께 대안을 알아보느라 바빠졌다. 생애최초주택자금 대출이나 근로자 전세자금 대출 조건에 부합하지 못한 이들은 어떻게 매매와 전세를 알아봐야 할까.
우선 생애최초주택자금의 대안으로는 주택금융공사에서 제공하는 u-보금자리론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부부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을 초과해 생애최초주택자금을 받을 수 없는 맞벌이 부부라면, u-보금자리론 기본형을 이용하는 것이 차선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마련된 '주택구입 지원마법사'를 이용해 신청자격을 알아볼 때도 소득기준이 맞지 않는 경우 u-보금자리론을 추천하는 창이 나타난다.
u-보금자리론은 인터넷으로 신청하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으로 만 20세 이상 무주택자 또는 주택 취득 30년 이내 1주택자가 9억원 미만 주택을 구입할 때 이용할 수 있다. 대출한도는 생애최초주택자금과 마찬가지로 주택담보가치의 70%까지다. 다만 DTI는 40% 이내(소득공제 포함 여부에 따라 최대 44%까지)로 적용된다.
앞선 사례의 박씨 부부가 u-보금자리론 기본형 20년(연 4.0% 금리) 상품을 이용해 주택 구입에 필요한 1억5000만원을 빌린다면,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방식으로 240개월간 매달 약 91만원씩 납부하면 된다. 같은 조건으로 생애최초주택자금을 대출 받았을 경우에는 매달 약 87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매달 4만원을 더 부담하기로 마음을 모은다면 당초 목표로 했던 아파트에 신혼집을 마련할 수 있다.
◆은행권 전세대출상품도 '3%대' 있다
근로자 전세자금대출 조건에 부합하지 못한 오씨 부부의 경우에는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상품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대출이 아닌 만큼 금리가 높을까봐 걱정일 수도 있지만 의외로 '착한' 상품들도 상당하다.
기업은행에서 출시한 '근로자우대 전세대출'은 최저금리가 연 3.46% 수준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을 뿐 아니라 근로자 전세자금 대출의 3.5% 변동금리보다도 낮다. 부부합산 소득 등의 제한을 따로 받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또 대출기한 전 상환해도 관련 수수료가 따로 부과되지 않는다.
농협에서는 최저금리 연 3%대 전세자금 대출상품이 여럿 마련돼 있다. 'NH전세자금대출'은 최저금리가 연 3.73%이며 대출한도는 최대 2억원까지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차보증금의 10% 이상을 지급해야 대출조건에 부합한다. '채움 전세우대론'은 최저금리 연 3.78%로 임차보증금의 5% 이상을 지급했을 경우 전세자금을 최대 1억66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거래 실적에 따른 금리우대 외에 전자금융과 NH채움카드 가입, 공과금 이체, 배우자 급여이체 등에 따라 최고 1.3%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최저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다주택 보유자나 고소득자도 대출 신청이 가능한 상품이 있다. 하나은행의 '우량주택 전세론'이다. 최저금리 4.18%로 대출한도는 임차보증금의 60% 범위 내에서 최대 2억원까지다. 전세자금은 물론 최근 늘어나고 있는 반전세(보증부 월세) 자금도 빌릴 수 있다.
더불어 이르면 6월부터는 정부의 4·1 부동산 대책에 맞춘 이른바 '목돈 안 드는 전세상품'이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집주인담보대출'이 그것으로, 전세보증금 3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집 주인이 본인 주택을 담보로 3000만~5000만원의 보증금을 대출받으면 이자만 세입자(임차인)가 부담하는 상품이다. 대신 집주인은 담보대출이자 납입액의 4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고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도 감면받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