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훈(61)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격하게 아끼는 세가지다. 무협소설은 독서시간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장르다. 여가에 그는 영락없이 무협소설을 손에 쥔다. 요즘 젊은 작가의 세계관을 보면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며 기자에게 권하기까지 한다.
박 사장은 애연가다. 인터뷰 시작 전에 재떨이부터 찾는다. 상당수의 흡연자가 첫 담배로 선택하는 ‘말보로 레드’를 아직도 고수한다. 그는 “한 번도 담배를 바꾼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소문난 야구광이다. MBC청룡 때부터 현 LG트윈스까지 줄곧 외길 인생(?)을 걸었다. 2010년엔 시즌과 한국시리즈 MVP에게 골프와 티구안을 부상으로 내놓기도 했다. 기자도 같은 팀을 응원하다 '희망고문'에 지쳐 팀을 옮겼다고 하자 “응원하는 팀의 성적이 나쁘다고 갈아타는 것은 진정한 팬이 아니다”고 응수한다.
박 사장의 스타일은 이런 식이다. 한번 마음을 빼앗기면 좀처럼 배신하지 않는다. 그의 스타일은 사실 폭스바겐이 소비자로부터 인식되길 원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폭스바겐 골수팬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이다.
![]() |
류승희 기자 |
◆전쟁터 수입차 시장서 몸집 키우는 CEO
2005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그는 고객들에게 믿음이 가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딜러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브랜드 안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총이 아무리 좋아도 쏘는 사람이 잘 못 쏘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딜러는 전쟁터의 군인입니다. 단위부대가 강해야 전쟁에서 승리합니다.”
그는 수입차 판매시장을 ‘전쟁터’라고 표현한다. 군인이 전투를 잘 해야 전쟁에서 승리하듯 딜러의 역량이 곧 판매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주말이면 영업장을 불시에 방문하는 습관이 있다. 현장에서 고객의 소리를 전해 듣고 그에 대한 해법을 찾아주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지금은 없어서 못 파는 티구안도 실적이 나빴던 적이 있었습니다. 직접 차를 몰고 다녀봤는데 원인을 못 찾겠더라고요. 세일즈맨에게 물어봤더니 ‘트렁크가 작다’는 불만이 많았답니다. 그래서 제가 ‘당신은 차를 팔지 트렁크를 파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답해줬습니다. 뒷좌석 시트를 접으면 넓은 공간이 나온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뜻이죠. 똑같은 트렁크지만 지금은 티구안을 빨리 뽑아달라는 민원이 가장 많을 정도입니다.”
그의 자동차 세일즈 능력은 업계에서 이미 정평이 나있다. 1989년 볼보에 몸담으면서 볼보 브랜드를 수입차 1위로 올려놓기도 했다. 1992년 수입차 전체 연간 판매량이 2000대에 머물던 시기, 그는 연 70대가 팔리던 볼보 740 시리즈를 240대나 파는 능력을 뽐냈다. 2001년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공식 수입사였던 고진모터임포트에서는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해마다 2배씩의 성장률을 주도하기도 했다.
폭스바겐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그의 세일즈 능력은 줄어들 줄 몰랐다. 출범 첫해인 2005년 1635대에 그쳤던 폭스바겐은 이듬해 3649대를 팔며 두배 이상의 성장을 거뒀으며, 2010년에는 1만대 판매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1만8395대를 팔아 47.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 |
류승희 기자 |
◆"5년 내 1등 브랜드 되겠다"
올해 폭스바겐의 목표는 전년대비 35% 성장한 2만3000대다. 그 출발점에 폴로가 있다. 25일 공식 판매에 들어가는 폴로는 소비자의 관심이 많은 차다. 2000만원대 중반에 독일차 오너가 된다는 점이 매력이다.
“3주전 독일에서 직접 운전해 봤습니다. 1600cc, 90마력에 불과한 차지만 엔진의 힘이 좋다고 느꼈어요. 토크(23.5kg·m)가 좋은 찹니다.”
제2의 골프를 목표로 한다는 폴로가 오히려 골프가 차지하고 있는 수요층을 빼앗지는 않을까 걱정됐다. 하지만 박 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골프가 젊은 가족들을 위한 차라면 폴로는 운전의 재미를 아는 독신자를 겨냥한 차라는 것. 외환위기 이후 자동차시장에 연비 바람이 불면서 디젤차를 주무기로 하는 폭스바겐이 큰 수혜를 입은 것처럼, 1인가구의 증가가 폴로 바람을 일으켜 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박 사장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폭스바겐이 해치백과 디젤 시장을 열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이전까지 차는 세 덩어리(엔진, 승차공간, 트렁크)로 나뉘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골프는 그런 편견을 깨놓은 차죠. 사실 판매는 눈에 많이 보여야 늘어나는데, i30의 출시가 도움이 된 셈이죠. 처음 폭스바겐이 디젤 승용차를 도입했을 때도 승용차 시장에서 ‘디젤은 통하지 않는다’며 실패를 예견했어요. 하지만 현재 수입차 중 60%가 디젤일 정도로 시장이 커졌습니다.”
박 사장은 앞으로 경쟁이 가장 치열해질 시장으로 B세그먼트(소형차 시장)를 꼽는다. 수입차 도입 초창기인 1980년대 후반에는 수입차 수요층이 대형 럭셔리에 국한됐지만 점차 하부 세그먼트로 수요가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수입차 판매 비중은 초창기 역피라미드 형태에서 항아리형으로 변해왔는데, 앞으로는 소형차 판매가 가장 많은 피라미드 구조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형차에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폭스바겐의 판매 성장이 기대되는 근거다.
“폭스바겐은 범용적인 차입니다. 이르면 내년부터 한-EU FTA 발효에 따라 가솔린 차량의 수입도 가능해집니다. 우수한 엔진을 갖춘 차량을 선보여 늦어도 5년 내 폭스바겐이 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브랜드로 만들겠습니다.”
![]() |
류승희 기자 |
☞ 프로필
1952년 11월2일 생/중앙고등학교 졸업/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1978년 한진건설 유럽주재원/1989년 한진건설 볼보 사업부장/1994년 한진건설 기획실장/2001년 고진모터임포트 부사장/2005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2008~2010년 제7~8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