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해부터 내리막길을 걷던 원자재 상품이 최근 들어 꿈틀대고 있다. 국제유가(WTI 6월물)는 4월24일(현지시간) 기준으로 2.5% 급등했다. 이는 지난해 12월26일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4월 셋째주 1300달러선까지 폭락했던 금 가격은 온스당 1400달러선을 회복했고, 구리 7월물은 1.93% 올랐다.
4월25일 국제유가와 금, 구리 등 주요 원자재가격을 살펴보면 하향곡선을 그리던 60일선이 완만한 상태에 진입해 있다. 그간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원자재시장이 드디어 회복세로 돌아선 것일까.
◆ 잠깐의 반등… 식품 제외하고 전망은 여전히 '암울'
애석하게도 원자재가격이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놓고 볼 때 전망은 밝지 않다. 인플레이션의 헤지나 성장에 대해 배팅한 글로벌 투자자들은 그간 이머징 마켓의 수요가 이끌어온 원자재시장의 '수퍼사이클'(호황)이 둔화된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4월23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상품시장에 대한 단기 투자전망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당분간 더 떨어질 수 있으니 사지 말라는 소리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중국과 유럽 등의 수요 감소를 이유로 주요 상품의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들어 원자재시장에 글로벌시장의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금값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금값은 지난 2011년 9월 1920달러였는데 현재는 1400달러선으로 떨어졌다.
이외에도 폭락해버린 것들은 많다. 비철금속의 대표주자이자 세계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표로 활용되는 구리도 7000달러선을 밑돌고 있다. 지난 2011년 2월에 기록한 최고점 대비로는 30%가량 하락한 상태이며, 최근 2년 사이 최저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알루미늄은 지나치게 떨어져 현재는 한계생산비용선(톤당 1900달러 수준으로 추정)까지 하락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하락이 제한됐다는 서글픈(?)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렇다고 반등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국제유가의 경우 지난해 2~4월까지만 해도 100달러를 넘겼으나 현재는 80~9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2%포인트 낮은 7.7%를 기록했다는 소식과 미국의 재고 감소가 예상보다 크다는 악재와 호재가 부딪혀, 하루는 내리고 하루는 올랐지만 당분간 시장의 상승을 견인할 모멘텀은 보이지 않는다.
원유나 금속, 에너지뿐만 아니다. 콩, 옥수수, 면화, 밀 같은 식품계열의 상품시장도 떨어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시장에서는 식품소비의 증가가 신규 농경지 확대와 농업기술 증대로 인해 상쇄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식품 쪽은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농산품 트레이딩하우스 중 하나인 드레퓌스 커머디티스(Dreyfus Commodities)의 최고경영자 서지 쇼엔은 "수급이 팍팍한 상황이어서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
◆ 금, 바닥 쳤지만 올해는 넘겨야 좋아질 듯
금값이 1300달러대로 폭락한 뒤 글로벌시장에서는 "금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강하다. 금을 팔아야 한다고 주장하던 골드만삭스의 매도 의견 철회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현지시간으로 4월23일 원자재시장에 대해 투자의견 중립을 선언하면서도 '금 매도' 의견을 접었다.
골드만삭스 원자재리서치팀은 "금값이 순식간에 1400달러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지면서 매도물량이 지나치게 많이 나왔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금값 하락 베팅을 중단하길 권장하지만, 연말까지 놓고 보면 금값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금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저금리 기조 지속과 양적완화로 인한 화폐가치의 절하가 인플레이션에 반영되는데 시차가 있다는 점과 글로벌 주요기관들의 금값 전망치 하향 등이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금값 폭락이 역설적으로 투자수요를 부추기고 있으며 덕분에 가격의 저점이 지지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현지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조폐국이 금값 하락으로 투자수요가 급증하면서 재고가 줄어든 0.1온스 금화 판매를 중단했다. 수요가 급증하다보니 공급이 부족해진 탓이다.
신흥국들의 금 수요도 증가세다. 전통적으로 금을 사랑하는 인도와 중국의 매입세는 공격적으로 보일 정도다. 제프리 프리드만 RJO퓨처 수석 원자재브로커는 "현금시장이 금값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실제 금 보유자들은 한동안 금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원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금 투자의 요인 중에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가 존재한다"며 "하지만 글로벌경기의 회복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이기 때문에 금을 통한 헤지 수요가 자극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는 주요국의 GDP 갭이 마이너스권에서 벗어난 시점부터 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미국을 기준으로 할 경우 이는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수준으로 복귀하는 2014년 하반기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하반기를 기대해봐야 하나
최근의 갑작스런 상품가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전망은 밝지 못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지나친 하락으로 인해 슬슬 바닥권에 근접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상품이 그간 달러화 강세와 원자재 수요 둔화 때문에 조정을 받아왔지만 이미 이들에 대한 반영은 끝나간다는 것이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수요적인 측면에서 2분기까지 글로벌 성장 둔화에 대한 전망이 하향되고 있어 최근 가격 조정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판단된다"며 "유럽의 제조업 업황이 부진한 것을 제외하고 미국이나 중국, 일본의 제조업 경기가 기준치를 상회하고 있어 이들 국가의 제조업 생산활동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으며, 주요국의 제조업 업황이 개선되고 생산라인이 가동된다면 원자재 수요회복에 대한 기대가 시장가격에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산업금속의 경우 하반기에 투자의 적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석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경제에 대한 기대감 하락으로 인해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경제의 부활이 예견되며, 신흥국의 금리인하 등 산업금속에 긍정적인 정책 시행이 기대된다"면서 "투자 적기는 올해 하반기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