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류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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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살린 북촌, 왕국 이웃 서촌…전통과 공존 ‘색다른 맛’
 
서울특별시 종로구 경복궁을 중심으로 오른쪽과 왼쪽을 서촌과 북촌이라고 부른다. 변화가 빠른 서울 도심에서 두 지역은 아직까지 전통적인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대표 지역 중 한곳이다.

두 지역에는 몇년 전부터 전통의 모습을 간직한 카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북촌 한옥마을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이 곳을 찾는 여행객을 타깃으로 한 카페들이 하나둘씩 생겨났고 상권을 형성한 것. 이후 이 지역은 전통을 간직한 커피로드(카페거리)로 탄생했다.

카페거리 경복궁 '가배 특별시' 매력은…

◆여기가 카페거리 맞아?

이 지역의 카페거리는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것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거리로 들어서는 순간 보이는 화려한 간판과 네온사인, 다닥다닥 붙어있는 카페 등이 보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커피로드인 서울 신사동의 가로수길, 경기도 성남시의 정자동 카페골목과는 분위기 자체가 확연히 다르다.

서촌의 통인시장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통적인 멋을 찾아 발길을 옮기다 보니 이러한 특징을 갖춘 카페들이 모이게 된 것 같다"며 "비슷한 분위기, 커피맛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의 카페 상권에 비해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 북촌과 서촌의 카페거리를 걷다 보면 가로수길, 정자동에 익숙한 사람들은 '여기가 과연 카페거리가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두 지역에는 카페와 함께 갤러리, 음식점 등 다양한 종류의 매장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느낌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서촌과 북촌 모두 '복합상권'을 형성하고 있어서다. 볼거리, 먹을거리, 마실거리 중 어느 하나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정독도서관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여행객의 주요 관심대상인 갤러리, 음식점, 카페가 모여 있고 주변으로는 실제 거주민들이 많아 상업지역이나 주거지역으로 명확하게 구분짓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옥과 커피가 만난 상권, 북촌

북촌은 지도상 경복궁을 기준으로 오른편에 위치해 있다.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삼청동 방향으로 올라가 건춘문 앞쪽을 북촌으로 보면 된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안국역이다. 이 지역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전통한옥의 내부를 개조한 레스토랑, 카페, 음식점 등이 생겨나면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국내 대표적인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북촌 커피로드는 정독도서관 주변이다. 정독도서관을 중심으로 북촌한옥마을지역과 삼청동 카페거리, 정독도서관 정문앞길이 북촌 커피로드를 대표한다. 이 지역 카페의 특징은 북촌한옥마을과 연계된 상권이라는 점이다. 북촌한옥마을이라는 관광명소를 주변에 끼고 있어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한옥 등을 둘러본 뒤 휴식차원에서 찾는 카페가 많다.

한옥마을이라는 특성에 맞게 외부경관 및 인테리어는 전통적인 한옥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와 같은 형태의 카페를 방문하면 우리민족의 전통 가옥안에서 외국문물인 커피를 즐기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북촌이 전통적인 한옥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 등에서 이를 특별히 관리하기 때문이다. 북촌 한옥마을은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카페와 레스토랑 등 상업시설을 지으려면 전통적인 한옥외관을 헤치지 않아야 한다.

정독도서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서울시와 종로구의 관리로 인해 전통적인 한옥에서 운영되는 카페 등이 많다"며 "북촌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싶은 희망자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류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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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오래된 삶의 터전

"고관대작들이 살던 북촌과 달리 서촌은 서민들의 정취가 묻어나는 곳입니다." 서촌과 북촌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설재우 작가가 던진 대답이다. 설 작가는 서촌에서 태어나 30년째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토박이'로 본인이 겪은 서촌에서의 생활을 담은 <서촌방향>이라는 책을 집필했다.

서촌은 조선시대 왕이 살던 경복궁과 현재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청와대가 인근에 있는 매우 특별한 지역이다. 이는 유럽이나 해외 유수의 관광명소에서도 찾을 수 없는 특징 중 하나다.

서촌의 카페거리는 경복궁 영추문을 나오면 보이는 거리라고 할 수 있다. 인근 지하철역은 경복궁역이다. 전통적으로 서촌은 단순한 거주지역에 불과했다. 오래전부터 이곳에 모여 살던 사람들을 위한 작은 마을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등이 들어서고 고위 공무원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이 지역은 음식점 상권을 갖추기 시작했다.

전통음식부터 서양음식까지 다양한 음식점이 들어선 서촌은 최근 카페들이 조금씩 들어서면서 또 다른 변화를 맞고 있다.

사진=류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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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아진 북촌의 대안, 서촌

서촌에 카페들이 들어선 이유는 공교롭게도 라이벌(?) 북촌 때문이다. 이곳에서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북촌이 한옥마을 등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임대료가 올라갔고 대안으로 서촌이 뜨고 있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에 따르면 최근 북촌의 1평당 땅값은 최소 6000만원에서 최고 1억6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이에 따라 권리금 역시 1억원대 이상으로 크게 올랐다. 이 지역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북촌에 가게를 내려고 알아봤다가 초기자본금이 너무 많이 들어 포기하고 서촌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촌의 카페거리는 통의동 '보안여관'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2-1번지 보안여관은 한국의 근현대 문학과 미술을 탄생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보안여관을 끼고 왼쪽으로 돌아서는 골목 주변을 서촌의 카페거리로 보면 된다. 이 지역은 경복궁역을 지나 청와대 방향으로 뻗은 큰길가로 다양한 음식점과 갤러리가 들어서 있다.

음식점과 갤러리 사이사이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만한 카페가 들어서 상권을 형성한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이곳 상권에 위치한 카페들의 공통점은 작지만 조용한 분위기라는 점이다. 국내 유명 커피로드는 오후나 주말이 되면 커피를 마시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고, 음악소리보다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삼삼오오 모여 있는 서촌 지역의 카페들은 여러명보다는 홀로 커피와 사색, 독서 등을 즐기는 고객의 숫자가 더 많다.

종로구 체부동 인근 카페의 점원은 "이곳은 점심시간 등 손님이 많아야 할 시간에도 크게 바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며 "그러나 홀로 와서 조용하게 책을 읽고 가는 손님들이 매일 혹은 하루에도 몇번씩 가게를 찾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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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