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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식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상표, 특허, 실용신안 등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분쟁이 늘고 있다.
지난 5월 샤브샤브 관련 브랜드를 론칭, 운영하고 있는 중소외식기업 A사가 자신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며 대기업 B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기업 B사는 매장을 폐쇄하고 대표이사를 경질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유감을 표명했지만 이미지 실추는 물론 소송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벤치마킹(Benchmarking)은 우수한 업소나 업체를 기준으로 삼아 자신의 업소와 비교해 뛰어난 운영 프로세스를 배우면서 자기혁신을 추구하는 일종의 경영 기법이다.
후발 기업이 선두 기업의 좋은 시스템이나 장점을 빠른 시간에 흡수한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선호하고 있다. 또 검증된 사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성을 어느 정도 보장해준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벤치마킹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제대로 된 벤치마킹을 실시하지 않으면 단순히 ‘카피’에 그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법정공방까지 가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 분명한 목적으로 계획성 있게 접근하자
일각에서는 실질적으로 국내 외식업계의 벤치마킹이 ‘카피’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서울 강남역 상권만 하더라도 비슷비슷한 콘셉트의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잘된다 싶은 음식점이 있으면 인테리어나 메뉴를 그대로 베껴가는 데 여념이 없다. 벤치마킹을 할 때는 자신의 업소에 맞는 포지셔닝과 차별화를 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1, 제2의 유사브랜드에 그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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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이 모호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단순히 카피에 그쳐서 ‘짝퉁’만 양산하는 격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영지도사인 KF컨설팅 이호풍 대표는 “제대로 된 벤치마킹을 위해서는 분명한 목적을 두고 계획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며 “통찰력으로 메뉴와 맛에 그치지 말고 전체적인 운영 프로세스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정리한 내용을 조합하고 독창적인 부분을 덧붙여 차별화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전한다.
◇ 남다른 전략 창출 위해 타 분야로 눈을 넓혀라
벤치마킹은 같은 업종에만 국한 짓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업종이나 업계로도 눈을 확대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그래야 남다른 전략을 창출하는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글로벌 식품업체 네슬레의 자회사 네스프레소는 랑콤, 이브로쉐 등 고급 화장품 업계의 채널 전략을 벤치마킹했다. 고객에게 화장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적극적인 수요와 연계하는 방법에서 네스프레소는 중요한 정보를 도출했다.
커피머신의 기능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즉석에서 추출한 커피의 신선한 맛을 고객에게 체험하게 하는 것이 훨씬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전 세계 유명 백화점에 오프라인 단독 매장을 개설하고 커피 시음 기회를 제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네스프레소의 수요는 급속도로 늘어나 매출 부문에서 30~40%의 고속성장을 거두었으며 전 세계로 확장,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쉽지 않은 벤치마킹 응용법이지만 잘만 하면 엄청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서울 동교동에서 <금화로불고기>를 운영하고 있는 김영옥 대표는 업종 상관없이 다양한 음식점을 벤치마킹 한다.
사이드 메뉴뿐 아니라 숙성고, 주방, 배기시스템 혹은 찬 하나라도 접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운영 프로세스 전반적인 부분을 관찰하는 편이다.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한 집의아이템이 다른 업소의 요소와 만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요소가 탄생한다고. 구체적인 기록을 통해 벤치마킹 북을 만들 수도 있다.
◇ 지피지기는 필수, 핵심은 ‘조합’이다
심도 있는 벤치마킹을 위해서는 ‘지피지기’가 필요하다. ‘적’을 알고 ‘나’도 알아야 한다. 업소의 부족한 점이 무엇이고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야 올바른 대상을 선정하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경쟁 업체나 배워야 할 업체에 대해서도 사전에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비교 업체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자신의 업소에 맞게 활용할 수 있으며 정확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외식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과감하되,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지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절제력 또한 겸비해야 한다. 그 둘의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또 다양한 시각의 인원들과 동행해 균형적인 시각으로 제대로 볼줄 아는 현명함이 필요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벤치마킹의 핵심은 ‘창조적 조합’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이 조합으로 탄생하는 것. 때로는 이 조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
대구 호림동에서 <고령촌돼지찌개>를 운영하는 조경형 대표는 원래 한우육회물회로 유명한 ‘소뿔따구’를 운영했다. 별미지만 자주 찾기에는 부담감이 있던 터라 고객의 환호에 비해 매출이 좋지는 않았다.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 약 3~4년 전에 진행된 (사)대한한돈협회 주최의 ‘한돈투어’에 참여했다. 경기도 시흥의 <돼지집>에서 식사와 안주 병행이 가능한 두루치기 메뉴를 보고 그것에서 착안해 자신의 아이디어와 조합, 돼지찌개를 생각해내게 된다.
조 대표는 전지와 후지를 사용한 돼지찌개를 주 메뉴로 내걸고 ‘고령촌돼지찌개’로 상호를 변경했다. 불과 2년 전 일이지만 현재 <고령촌돼지찌개>는 하루 평균 3.5회전(23석)을 보이고 있으며 체인점을 내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창조적 조합의 힘이다.
경영지도사 이호풍 대표는 “벤치마킹 시 정리한 내용을 조합하고 독창적인 부분을 덧붙여 차별화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조합, 융합이야말로 시너지 효과를 얻는 것이고 ‘짝퉁’이 될 확률이 낮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통찰력이 요구된다고.
이 외에도 업소 대표를 인터뷰할 만큼의 뻔뻔스러움, 관찰력과 적극적인 태도, 겸손함, 도움을 줄 만한 지인, 메모 습관 등은 벤치마킹을 위해 갖춰야할 필수 요건이다.
잘못된 벤치마킹으로 ‘짝퉁’의 오명을 쓰는 것과 진짜 벤치마킹을 통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지름길로 만드는 것은 각자의 손에 달렸다. 벤치마킹에 대한 정확한 이해 후 제대로 된 벤치마킹을 실시한다면 ‘청출어람(靑出於藍)’, 충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