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서울식 불고기, 숯불과 즉석양념으로 진화 중!

 
불고기는 한국을 대표하는 육류 먹을거리다. 외국인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만큼의 중독성 있는 맛을 지녔기 때문에 상품력에 충실한 메뉴다. 그러나 정작 ‘불고기 맛있는 집’을 꼽으라면 바로 떠오르는 집이 없다.
 
그만큼 실체가 없고 상징성만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반대로 충분한 틈새시장이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던 서울식 전골 불고기에 숯불과 즉석양념 방식을 도입한다면 메뉴의 특색도 살리면서 탁월한 수익성으로 매출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1960~1980년대 최고의 외식 아이템 불고기
앞서 말했듯 불고기가 뚜렷한 실체 없이 상징성만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단체 회식의 대표메뉴는 어느새 삼겹살이 우선이 됐고, 주말 가족 외식 때도 불고기 대신 갈비를 찾는 고객이 늘면서 서울식 불고기는 추억의 메뉴가 돼버렸다.

그러나 50여 년 전만 해도 한국 외식시장에서 불고기는 최고의 외식메뉴였다. 아마 40~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라면 달달한 간장 양념에 재운 국물식 불고기를 넓적한 불판에 자글자글 끓여가며 먹었던 기억이 있다.
 
간혹 집안에 일본 스키야키를 먹어본 어른이 있었다면 날달걀을 양념 삼아 찍어 먹거나 육수에 달걀을 풀어 고기, 채소를 함께 곁들여 먹기도 했을 것이다. 외식메뉴로도 인기가 좋았고 중상층의 가정이라면 집에서도 자주 해먹는 요리기도 했다.

1945년 6·25 전쟁의 상흔이 가시고 경제가 활기를 찾아가던 시기에 <한일관>은 전성기를 맞았다. 구수한 육수에 심심하게 잘 익힌 전골식 양념불고기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1인분(200g)에 100원으로 한 가족이 불고기를 넉넉하게 먹으려면 500원가량의 비용이 필요했다. 당시 회사원들의 평균 월급이 3만원 안팎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돈이다.
 
그만큼 귀한 음식이었다. <한일관>뿐 아니라 여느 불고기전문식당에서도 마찬가지. 불고기는 중·고등학교 입학, 졸업식이나 약혼식, 결혼식, 집안 행사 등의 특별한 날에만 먹는 메뉴였다.

◇ 국물식 불고기에서 직화생구이로 육류문화 전환
서울식 전골 불고기에 과거형을 덧붙여 ‘추억의 메뉴’라고 하는 것도 현재의 불고기가 예전의 명성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달큰한 국물 때문에 다수가 좋아했던 메뉴지만 지금에 와서 옛 명성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국물 때문이다.

사실 불고기는 원래 전신인 ‘너비아니(고기를 얇게 저민 후 각종 양념에 버무려 구워먹는 육류요리)’처럼 양념에 재워 석쇠에 노릇하게 구워먹는 형태였다.
 
그러나 어렵던 시절 부족한 소고기를 그나마 푸짐하게 먹도록 하기 위해 육수를 가득 붓고 각종 채소와 달콤한 양념을 가미해 ‘끓여’먹는 전골식 불고기가 고안됐다. 더러는 이 전골식 불고기가 일본의 스키야키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다고 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이 전골식 불고기는 시대가 바뀌면서 삼겹살이나 생등심 등의 직화구이에 1등 자리를 고스란히 내줬다. 특히 삼겹살은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1년 광우병 파동을 거치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국민 육류로 자리 잡았다.
 
물론 그 배경에는 서울올림픽 이후 푸짐한 데 비중을 둔 달착지근한 불고기보다는 고기 자체의 맛을 즐기기 위해 별도의 양념을 하지 않은 생고기구이 중심의 육류문화로 방향이 전환된 측면도 있다.
 
그 후로 지금까지 한국 사람은 국물이 흥건한 서울식 불고기보다 숯불에 지글지글 구워먹는 생고기구이를 더 선호한다. ‘불맛’이라는 말도 언제부터 사용했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숯불에 직화 방식으로 구워 숯향이 적절히 밴 특유의 불맛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 천덕꾸러기 양념불고기, 아직은 전망 있어…
간장을 베이스로 한 달착지근한 양념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구미에 당기는, 중독성 있는 맛이다. 숯불에 굽지 않아 불맛이 없을 뿐이지 양념육 자체는 아직까지 육류시장에서 충분한 상품력을 지니고 있다.

오히려 가족 단위나 주부, 여성 고객에게는 생구이보다 양념육이 훨씬 더 어필할 가능성이 크다. 삼겹살과 다르게 불고기는 식사의 개념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불고기의 가장 큰 강점은 원재료비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주로 목심이나 앞다리살 등과 같은 정육 부위를 사용하기 때문에 원가 대비 수익성이 좋다. 특히 한우전문점에서는 불경기 한우 메뉴를 활성화할 수 있는 효자 아이템이다.
 
규모가 제법 큰 대형한우전문식당이라면 직화구이용으로 작업하고 남은 자투리 부위의 로스를 소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기도 하다.
 
점심특선으로 구성해 부담 없는 가격으로 점심 매출을 높일 수도 있고 강남 일대나 유동인구가 많은 메인 상권이라면 전략적인 홍보 마케팅으로 2만~3만원 대로 책정, 불고기전문점으로 포지셔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직화와 즉석양념 방식의 신식불고기 탄생
아직은 가능성이 충분한 양념불고기라고 해도 무턱대고 도입하는 것보다는 판매촉진을 위한 전략적인 방법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원재료가 저렴하고 양념 맛이 좋아도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어필할 수 없다면 불고기는 또 한 번 추억의 메뉴로만 평가 절하될 것이다.

일본의 즉석양념육인 야키니쿠를 보면 정답을 알 수 있다. 바로 즉석양념과 직화구이의 만남이다. 야키니쿠의 경우 간장 양념에 며칠씩 재워두는 한국식 정통 불고기와 다르게 고기를 양념에 즉석에서 버무려(사실 ‘버무린다’는 표현보다는 ‘바른다’는 표현이 맞겠다) 화로숯불에 구워먹는다.
 
적절한 양념 맛과 불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야키니쿠는 일본 육류시장에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야키니쿠에서 힌트를 얻어 불고기도 기존의 전골식과 직화 방식 두 가지 버전을 동시에 맛볼 수 있도록 구성해보자. 실제로 최근에는 전골 불고기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숯불불고기’를 판매하는 집들이 늘고 있다.
 
불판 중간에는 양념불고기를 올려 직화로 구워 먹고 가장 자리에는 육수를 부어 각종 채소와 당면을 끓여 먹는다. 양념육 마니아층뿐 아니라 ‘생고기파’ 고객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적절한 불맛이 가미돼 식사메뉴는 물론 술안주로도 탁월하다. 외국인의 입맛도 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정통파 불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