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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점은 특정 음식이나 맛집에 대한 고정관념을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수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맛집에 대해선 자연스럽게 기본 이상을 할 것이라는 전제를 두고 방문하게 된다.
과반수 이상 긍정 표를 받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사실 그것부터가 일종의 고정관념이다.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공간에서는 어떠한 ‘전제’나 ‘고정관념’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네이버 맛집블러그 ‘아담' 나태환씨의 생각이다.
◇ 특별한 음식
‘특별한 것이 곧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자신이 모르는 그 이상의 특별한 것, 대단한 것이 있을 거라고 항상 기대한다. 사실 그것부터가 피곤한 고정관념이다.
“사는 곳이 인천지역이다 보니 어릴 적부터 화교들이 운영하는 중국음식점을 자주 갔어요. 차이나타운이 형성되기 훨씬 전부터. 그럭저럭 평이한 수준의 ‘동네 중국집’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어느 곳이나 기본 이상은 다 하는 집들이기 때문에 큰 불평불만 하지 않고 갔으리라. 그러나 꽤 오랜 시간 전국 맛집을 다니면서 깨우치게 된 것은 어릴 적부터 자주 다녔던 중국집만큼 편안하고 맛있는 식당이 드물다는 것이다.
집밥 먹듯 드나들던 <용화반점>이 사실은 불맛 제대로 낸 볶음밥을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맛집이었다.
“꼭 멀리 다녀야지만 대단한 맛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자체가 고정관념이었어요. ‘맛집 찾아 삼만리’를 몇 해 하다 보니 맛집이라고 해서 반드시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또 특별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다는 걸 알았어요. 개인적으로 중국음식을 많이 좋아하는데 제 입맛엔 아직까지 <용화반점>만한 곳이 없어요.”
경상도 음식은 맛이 없다는 것도 명백한 고정관념이다.
“서울 경기 지역 다음으로 맛집 블로그가 활성화돼 있는 지역이 대구와 부산인 걸 보면 그렇지도 않아요. 물론 제 기준이겠지만 경상도 지역에 맛있는 음식들이 얼마나 많은지….”
사실 이 같은 경우는 고정관념에 따른 아주 사소하고 미약한 예다. 블로거로 생활하면 서 그는 고정관념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문제들을 관찰할 때가 많다. 블로거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생각, 또는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불필요한 오해들이 존재한다. 블로거들 간의 파벌 역시 단순한 오해와 고정관념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 먹는 즐거움부터 제대로 찾기
가장 큰 고정관념은 ‘맛집 블로거=맛집 전문가’라는 인식이다. 특히 파워블로거라면 음식과 맛집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가지고 덤벼야한다는 생각이다. 소견이 아닌 지식과 명확한 기준을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아담의 입장에선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일에 있어서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한가요? 사실 맛집의 기준조차 모호한 게 사실입니다. 맛집은 말 그대로 ‘맛있는 집’의 준말인데, 몇 대째 이어가는 유서 깊은 곳이거나 대중이 맛있다고 평가한다고 해서 맛집은 아닐 겁니다. 위생법을 잘 지키면서 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는 집도 공신력 있는 매체에 소개된 집도 전부 맛집의 절대적인 정의나 기준치가 된다고는 누구도 보장할 수 없어요. 맛집이라고 평가할 때의 명확한 근거나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과연 전문가의 여부를 가려낼 수 있을까요?”
‘먹는 일’을 두고 굳이 전문가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아니, 처음부터 맛집 전문가라는 것은 없다. 좋아하고 즐기는 식도락가만 있을 뿐이다. 맛집 블로거가 음식에 대한 모든 걸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부터가 불편한 고정관념이다.
“착한 식당의 기준도 그래요. 종편 프로그램에서 MSG 사용 여부를 통해 착한식당을 찾는 경우를 봤는데 이해가되지 않는 부분이에요. 그게 어째서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거죠?”
물론 싸구려 메뉴를 비싼 가격에 판매하며 눈 가리고 아웅 하듯 장사하는 집들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조미료를 사용했다고 해서 무조건 평가 절하되는 것은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다. 차라리 쓰지 않고 맛이 없는 것보다는 쓰고 맛있는 편이 낫다는 게 그의 솔직한 생각이다.
중요한 건 본질이다. 먹는 즐거움부터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특정 분야를 본업으로 둔 사람과 이를 취미나 여가생활로 즐기는 사람 사이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건 의미가 없다.
맛집 블로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좋아하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지식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개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글과 사진을 올리고 자신의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도 충분한 게 아닐까. 물 흐르듯이 그냥 그렇게 흘러가듯 갈 수는 없는 것일까.
◇ ‘비판’과 ‘냉철’은 다르다
맛집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건 2007년도다.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면서 그 많은 사진을 안전하게 보관해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 블로그만한 것이 없었다. 걸핏하면 시스템 오류를 핑계로 소중한 사진들을 다 날려버리는 어설픈 컴퓨터 하드 공간은 믿을 게 못됐다.
풍경이나 가족을 피사체로 한 귀한 사진들을 비공개로 조금씩 저장하다가 지금까지 왔다. 아마 블로그를 활발하게 운영 중인 이들 중 일부는 이렇게 시나브로 시작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가볍게 시작했다가 별로 가볍지 못한 마음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게 된 저 같은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합니다(웃음). 방문자 수가 늘고 어느 정도의 영향력도 생기면서 사진이든 글이든 쉬운 판단으로 함부로 올리지는 못하겠더라고요. 특히 특정 음식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갈 때 좀 부족하다 싶은 부분을 가볍게 언급할 수는 있어도 작정하고 공격하지는 못하겠더라고요.”
블로거에게 전문가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옳지는 않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맛집 선택 부분에 영향을 끼치는 블로거라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데에 있어 조심스러울 필요는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더러는 무조건 비평과 비난을 해야지만 냉철한 블로거가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어요. 괜한 공명심(功名心)에 상대를 공격하고 이를 이슈화하기도 하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비판과 냉철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거든요. 자신이 알고 있는 게 전부 같을 때가 있어요. 그러나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서 돌아보면 그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되지요. 허락된 선에서 분쟁하지 않고 재미있게 즐길 수는 없는 걸까요?”
한 달 중 며칠만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저녁이 외식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도 좋지만 마음 맞는 이들과 사사로이 만나는 일이 즐겁다.
“최근 들어 살이 찌기 시작하면서 배가 엄청나왔다”는 그는 얼마 전 다이어트를 선언했다. 맛있는 음식을 아예 배제하고 살 수는 없어서 일주일에 이틀은 하루 한 끼만 먹는 것으로 타협했다. 물론 저녁 약속이 있는 자리에서도 가급적 과식은 하지 않는다. 인터뷰 당일도 1일 1식을 약속한 요일이라 기름진 저녁 대신 커피로 대신했다.
그는 튀지 않고 무난하게 흐르는 삶이 좋다. 더하거나 빼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오픈하면서 즐기는 인생이 목표다. 직장생활도 취미 생활도 다를 것 하나 없다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집중하면서 살다보면 어떠한 거창한 이슈도 논쟁도 불필요하지 않을까. 막말로 일부 돈 밝히는 블로거나 공짜만 찾아다니는 블로거들을 보면 정작 중요한 본질은 놓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