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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침, 저녁 바람이 반갑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가을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사람이라고 다를 게 있나? 잘 먹고, 살 찐 말도 만나러 장수로 떠나본다.
◆장수 만세! 장수한우
주최할 수 없는 식욕으로 보아 가을이 오긴 왔다. 여름에 빠진 기운도 보충할 겸 한우를 먹으러 장수로 왔다. 인구 2만5000명인 장수에는 소가 3만5000마리란다. 사람보다 소가 많은 곳인 만큼 기대가 크다. 게다가 97년 전국 한우 능력평가대회 수상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각종 수상경력이 화려하니 일단 믿고 맛보자.
장수한우는 약 2000년 전부터 한반도에서 사육되기 시작한 토종인데 체격이 중국 남부에서 서식하는 황소(yellow cattle)와 비슷해 한국 황소(Korean yellow cattle)라고도 불린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백문이불여일미(味)이니 숯불 위에 익어가는 고기 한점에 온 신경이 가 있다. 생고기로 나올 때부터 붉고 선명한 빛깔과 아름답기까지 한 마블링이 침샘을 자극하더니 입에 넣은 한점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없어졌다. 무슨 고기가 씹기도 전에 넘어가나? 정신 차리고 다시 두점째, 꼭꼭 씹을수록 담백한 육즙이 입안으로 퍼지는데 오랜만에 내 몸에 좋은 일을 하는 기분이 든다.
배를 채운 후에야 이곳 한우가 왜 이렇게 맛있는 지 안내문들을 읽어 본다. 장수한우는 생후 7개월령 이내에 거세한 소를 해발 650m 이상의 청정지역에서 맑은 공기와 자연 암반수를 먹이며 키운 소라고 한다. 영양이 풍부한 초원지대라 지방이 적고 육질이 부드럽다고 하는데, 이건 설명 없어도 입이 다 알아 버렸다. 재료가 좋으니 수육, 갈비탕, 냉면육수도 최고다. 아침부터 서둘러 장수까지 내려온 것이 전혀 힘들지가 않다. 이곳에서는 매일매일 고기만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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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동가족휴양림 |
◆내 나무에서 꿀사과 따기
내 사과나무를 갖는다? 이런 낭만적인 꿈을 장수에서 이룰 수 있다. 장수사과시험포에서 매년 사과나무를 분양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초에 사과나무를 분양받으면 1년 동안 그 나무의 주인이 된다. 봄과 여름에 사과시험포에서 튼튼하게 관리를 해 주고, 가을이면 열매를 직접 딸 수 있다. 장수에서는 회원들에게 수확시기를 메일로 보내주어 가장 좋은 시기에 사과를 따러 갈 수 있고, 그 사과가 자신의 나무에서 자란 것이라 더 특별함을 느낀다. 그렇다 보니 사과를 수확하는 가을이면 장수가 사과나무 주인들로 들썩인다.
진작 나무 한그루 사두었으면 좋았겠지만 때를 놓친 여행자들도 기회는 있다. 사과 따기 체험에 참여하면 된다. 사과로 유명하다는 명성답게 두산리에서 개정리로 이어지는 구간은 사과가 지천인데, 파랗게 높아진 하늘 아래 빨간 열매는 전형적인 보색 대비를 이루며 눈이 벌써 상큼하다. 이곳에는 홍로, 명월, 만월 등 다양한 사과 품종이 있는데 특히 홍로는 8월 하순부터 9월 중순까지 수확하는 품종이라 우리나라 첫 햇사과로 통한다. 사실 장수사과는 1906년부터 지금의 ‘사과’를 재배하기 시작하여 ‘100년 전통’을 자랑한다. 해발 500~700m 고지대에 자란 이유로 육질이 단단해 아삭하게 씹는 맛이 좋고, 생육기의 일교차가 심해 알알이 사과꿀이 박혀있다. 한마디로 새콤달콤. 그러니 일부러 꿀사과만 찾는 까다로운 어머니들에게 딱이다. 올해는 추석 날짜도 빨라서 장수 사과 인기가 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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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통한 추마(秋馬)도 여기 있다
이번에는 ‘가을 말’을 만나보자. 마침 장수에는 승마체험장이 있다. 입구에서부터 여러가지 말 조형물이 방문자를 맞이 하는데, 이곳의 볼거리는 단연 트로이목마다. 가을은 천고(千古)에 마비(馬肥)라더니 목마가 통통한 모습으로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고증에 의하면 트로이목마의 실제 크기는 약 10m라고 하는데 이곳에 재현된 목마는 높이가 15m. 과연 초대형 목마다. 목마 앞쪽은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목마의 눈 부분으로 올라가서 장수시내를 조망할 수도 있다.
사실 3만1631㎡의 넓은 초지에 할 일 없이 앉아만 있어도 좋겠다. 그런데 말타기를 비롯해 할거리, 볼거리가 꽤 있다. 비 오는 날에도 기승할 수 있도록 비가림 시설을 한 실외 마장은 볕이 따가울 때는 그늘을 만들어 주어 좋다. 희귀말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말들을 볼 수 있고 방목장에서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은 가을 빛을 받아 윤기 흐르는 각선미를 자랑한다. 이 밖에도 말 먹이주기, 목장체험 프로그램도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자나 유치원 소풍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맛있는 한우와 달콤한 사과를 먹고, 말까지 타 보았으니 가을맞이 한번 제대로 했다. 이 기분 좋은 시작으로 겨울까지 쭉 풍성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겠다. 내년에는 장수에 사과나무 한그루를 분양 받고 ‘내 사과’를 따러 다시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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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한우와 특산주 |
[여행 정보]
장수사과시험포 가는 법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 비룡분기점 – 익산포항고속도로 장수분기점 – 장수IC에서 ‘장수, 계남’ 방면으로 좌회전 – 장수로 – 싸리재터널 – ‘장수군농업기술센터’ 방면으로 좌회전 – 와동길을 따라 이동
[대중교통] 서울남부터미널 – 장수공용버스터미널 – 장수(논곡, 사치) 버스 – 개정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장수사과시험포: 검색어 ‘장수사과시험포’ /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 개정리 616-1
장수승마체험장: 검색어 ‘장수승마체험장’ /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 노하리 284-14
< 여행지 주요정보 >
장수사과시험포 http://www.myapple.go.kr / 063-351-1344
사과나무분양 문의 : 월~금 오전 9시~오후 6시. 고객센터로 전화문의
분양기간 : 1년(사과나무는 분양 받았지만 사과수확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과나무 주인에게는 장수사과시험포에서 수확한 햇사과 10kg 3박스를 집으로 보내준다.)
장수 승마체험장 063-350-2579
이용시간: 오전 9시~ 오후 6시 (공휴일, 월·화요일 휴무)
입장료(기승 1회 포함): 성인 2만5000원, 청소년 1만8000원, 어린이 1만2000원
제7회 장수한우랑사과랑 축제 http://www.jangsufestival.com/
기간: 2013년 9월6(금)~8일(일)
장소: 전라북도 장수군 의암공원 및 장수군 일원
행사내용: 장수 한우마당, 장수 사과수확체험 등
< 주변여행지 >
주논개생가지 : 장수에는 진주 촉석루에서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뛰어든 논개의 생가가 있다. 1986년 대곡저수지를 만들면서 수몰된 마을을 생가부터 복원하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6만6100㎡ 부지에 논개생가마을(주촌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섶밭들마을 : 청정수질에서 자라는 다양한 어종과 다랭이 논과 밭에서 재배한 무공해 농작물이 있는 소박한 마을이다. 깨끗한 황토방 숙소에서 하루를 머물며, 콩으로 만든 다양한 향토음식체험과 농가주막에서 전통주를 맛볼 수도 있다. http://www.happyvill.net / 063-351-8300
< 음식 >
장수한우명품관 : 고기를 직접 골라 구워 먹을 수 있는 식육식당이고, 1층에서는 장수군 특산물도 구입할 수 있다. /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 장수리 489-5 / 063-352-8088
생등심 4만원 / 등심불고기 2만5000원 / 한우갈비탕 1만8000원 / 점심특선 6000~2만3000원
장수mall(장수한우 인터넷 구입) : http://www.jangsuplaza.com / 070-4221-0971
송산가든 : 찾기가 다소 까다롭지만 입소문이 나있는 옻닭과 오가피 백숙집이다. 몸에 좋다고 해서 한약 맛이 나는 것이 아니라 토종닭의 육질도 좋고, 국물이 잘 우러나와 적당한 감칠맛이 난다. 산에서 직접 캔 나물반찬도 빼놓을 것 없이 맛있다. / 전라북도 장수군 번암면 교동리 46-3 / 063-353-5542
옻닭, 오가피백숙 4만원 / 옻오리, 오가피오리 4만5000원
<숙소>
방화동 가족휴가촌 : 1988년 조성된 가족단위 휴양지로 우리나라 최초의 오토캠핑장이다. 차를 세우고 바로 옆에 텐트를 칠 수 있도록 구획이 정리되어 있어 편리하고, 물놀이장, 지압로, 산립욕장, 등산로 등이 연결되어 있어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http://www.jangsuhuyang.kr/Banghwa2 / 전라북도 장수군 번암면 사암리 625 / 063-353-0855
힐스리조트 : 실내외수영장, 스크린골프장, 승마장, 사우나 등 부대시설을 갖춘 리조트로 장수에서 머물만한 최고급 숙박시설이다.
https://jshills.com / 전라북도 장수군 천천면 월곡리 산92-1 / 063-353-8880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