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 유유자적하게 보이는 백조는 아름답다. 하지만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백조는 수면 아래서 쉬지 않고 발버둥을 친다.” 피아니스트 윤한은 자신을 ‘백조의 발’에 비유했다.
그의 말대로 윤한은 백조였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버클리 음대, 피아니스트, 음악감독, 가수, 뮤지컬배우, 음악방송MC에 이어 이번에는 MBC예능프로그램 ‘우리결혼했어요4(이하 우결)’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며 쉼 없이 살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이름 두자 ‘윤한’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많다. ‘우결’에서 가상아내인 배우 이소연이 윤한이 피아니스트인줄 몰랐던 것처럼 아직 그는 대중에게 낯설다. 그만큼 앞으로 윤한의 발길질은 더 힘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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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 석권, 떠오르는 ‘엄친아’로 주목 받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
윤한 : 오늘도(9월 12일)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웃음) 사실 나는 인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편이다. 지금 내가 인기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상생활도 똑같다. 평소에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을 좋아하기 때문에 거리를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사람들이 전혀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솔직히 알아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학창시절, 모범생이었을 것 같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윤한 : 할아버지, 아버지 모두 기업인이고, 친형은 정형외과 의사이다. 보고 듣고 자란 환경이 이렇다 보니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시키는 것만 했다. 그러나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뭐지?’라는 고민을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여러 차례 길거리 캐스팅이 되면서 SM엔터테인먼트, 모델 에이전시에 등을 방문했다.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연예계 쪽에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고등학교 1학년 때 오디션 프로그램에 두 세 차례 출연하게 되며 막연히 ‘음악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때 처음으로 무엇인가 하고 싶었다.
부모님께서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나.
윤한 : 드라마 속 한 장면과 같은 ‘반대’는 없었다. 음악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후에 공부가 하기가 싫어졌고 자연적으로 외향적인 것에 신경 쓰다 보니 공부와 멀어졌다. 변화되는 내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께서 매력적인 제안을 하셨다. “너 진짜 음악이 하고 싶냐?”라고 물으시더니 지원을 해주시겠다며 연예인 생각하지 말고 유학을 가서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우고 대학원을 졸업해 ‘음대 교수’가 되라고 말씀하셨다. 난 단순히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생각만 하고 흔쾌히 승낙했다.
‘버클리 음대’에 입학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윤한 : 버클리 음대에 입학하기 위해 맞춤형 교육을 받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버클리 음대 졸업한 분에게는 피아노 레슨을, 서울대 출신 작곡가에게는 화성을 배우는 등 6개월 동안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았다. 그 결과 고3 1학기에 버클리 음대 합격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여기며 2002년, 당당하게 입학했다. 하지만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배우 강성연 씨 남편인 김가온 재즈피아니스트, 서울예대 교수, 서울대 클래식 전공자까지. 국내에서 쟁쟁한 음악가로 활동하던 분들이 버클리에 입학 후 좌절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됐다. 음악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그저 학교에서 시키는 것만 하면 됐었기에 크게 힘든 점은 없었다.
쟁쟁한 음악가들 사이에서 힘들지 않았나. 슬럼프가 있었을 것 같다.
윤한 : 음악 연습이라는 게 본래 외로운 과정이다. 연습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10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그래서 연습은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계단식으로 성장하듯 실력이 한 순간 늘다 일정 기간 정체가 될 때 슬럼프가 온다. 처음에는 이게 너무 힘들어서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워봤다. 하지만 나는 여느 예술가와 달리 감성보다는 이성이 앞서는 사람이다. 슬럼프 기간을 계산해 보니 3개월마다 오는 것 같더라. 그래서 그 패턴을 알게 된 후로는 힘들다는 생각보도 ‘슬럼프가 왔구나’라고 여기며 마음을 졸이며 힘들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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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작곡을 전공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윤한 : ‘기술을 배워보자’라는 생각으로 선택했다. 버클리 음대는 입학 후 1년 동안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기초 트레이닝을 받는다. 그리고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한다. 입학 당시 룸메이트, 친하게 어울렸던 사람 모두 재즈 연주자였다. 그래서 늘 노래도 재즈를 듣다 보니 자연스레 ‘나도 재즈 피아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특유의 이성적 사고가 발휘, 현실을 직면하게 됐다. 재즈 피아노를 전공한 선배들은 현재 뭐하고 있을까. 뛰어나게 성공한 분들이 없었다. 졸업 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한계를 느꼈고 여러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의 전공을 섭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 눈에 띈 것이 영화음악 작곡이었다.
작곡뿐만 아니라 싱어, 피아니스트, 뮤지컬 배우, 음악방송 MC, 예능프로그램 출연까지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체성 혼란이 올 것 같다.
윤한 : ‘얘 뭐 하는 얘야?’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은 사실이다.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기에 나만의 강점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피아노는 배웠지만 피아노를 전공한 것은 아니고 노래를 정식으로 배우지도 않았다. 그래서 피아노도 노래도 뛰어나게 잘 하는 편이 아니다. 단지 평균 이상일 뿐. 얼굴도 장동건처럼 잘생긴 것은 아니지 않은가.(웃음) 그게 내 강점이다. 두루두루 평균 이상이라는 거.
(웃음)
윤한의 대표적 타이틀은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한다. 피아니스트 윤한은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윤한 : 주로 운동을 많이 한다. 2년 정도 스쿼시를 쳤고, 요즘에는 락켓볼, 골프, 스노우보드, 탁구, 볼링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대학원 다닐 때는 해마다 열리는 하계 세미나에서 볼링 대회를 하는데 30~40명의 참여자 중 늘 1등을 석권했다. 점수는 약 150~160점 정도 나온다.
‘멘사’ 시험을 볼 예정이라고 들었다. 아직 시험을 보기 전인가.
윤한 :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던가. 고등학교 시절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 한 명이 있다. 고3 1학기 때 수시로 고려대에 합격했던 친구로 현재 삼성에 다니고 있는데 아이큐가 꽤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가 최근 멘사 시험에 합격했다며 자격증을 들고 찾아왔다. 그래서 나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간 나는 대로 응시할 예정이다. 참고로 내 아이큐는 146이다.
콘서트에서는 노련한 멘트로 여심을 뒤흔들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는데. 너무 완벽한 것 아닌가.
윤한 : 호수 위에 백조가 떠 있으면 아름다운 모습만 보지 않느냐. 사람들은 겉으로 보여 지는 것만 본다. 피아노 연습 같은 경우 누구보다 많이 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초반에 콘서트 준비를 앞두고 있을 때는 모든 멘트를 일일이 다 적었다. 또 두 달 정도 매일같이 실제 공연처럼 연습했다. 그래서 공연 때가 되면 멘트가 술술 나오는 것이다. 대학원 시절 하계 세미나 볼링 대회에서 1등을 할 수 있었던 비결 또한 연습이었다. 세미나 2주 전부터 볼링 연습을 했었다. 공을 만져본 것과 안 만져 본 것은 차원이 다르다.
<사진=조아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