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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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독점공급 가장 큰 원인… 근본문제 해결 법안에 관심

"국산차 보험료로 수입차 보험금 준다." 수십년 간 국내 손해보험업계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아왔던 수입차 보험료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예고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국토교통부와 손잡고 외제차 수리비를 인하하기로 했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외제차 수리비는 보험료를 인상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보험금 지급규모가 많다보니 손해율에 악영향을 끼쳤고 이것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금융당국과 국토부의 외제차 수리비 인하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 손해율과 과다한 보험금 지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외제차 수리비를 개선하기 위해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외제차 수리비 폭리 근절법'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 5월 발의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외제차의 수리비 폭리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 의원은 특히 '외제차 수리비 폭리'의 근본원인을 ▲부품의 독점 공급 ▲부품정보의 비대칭성 ▲렌트업체와 정비업체의 리베이트 구조로 꼽고 이를 타파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했다.

주요내용으로는 미국 등의 자동차 부품 품질인증기관의 인증 시 '정상품질 이상'의 대체부품 활성화를 통해 독점공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아울러 자동차를 정비할 때 소비자에게 세부내역 제공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수입차 10%' 시대에 걸맞게 '자동차 제작·판매'로 돼 있는 법률용어를 '자동차 제작·수입·판매'로 변경하는 것도 포함됐다.
 
◆"독점공급·비순정부품이 원인"

민병두 의원실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외제차의 수리비가 국산차에 비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부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외제차의 부품은 직영 딜러에 의해 독점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유통비용과 마진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한 대형손보사 관계자는 "독점적인 공급으로 인해 국산차와 달리 가격정보가 명확하지 않다"며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도 여기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두 의원은 법률 개정안을 통해 외제차 부품비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현행법은 자동차제작자 등(자동차를 제작·조립 또는 수입하는 자)이 자동차를 판매한 경우 점검 및 정비 비용 산정을 위한 부품의 가격자료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자동차제작자와 부품제작자(부품을 제작·조립 또는 수입하는 자)는 부품의 자료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의 이름과 가격자료, 일련번호 등 자료제공 항목이나 대상이 세분화돼 있지 않아 실효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특히 자동차 정비 명세서상의 표기사항이 작업내용과 부품(구분·수량·단가), 공임으로 한정돼 있어 세부적인 수리내역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송윤아 보험개발원 연구위원은 "점검 및 정비 비용 산정을 위한 부품가격 자료의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매우 미흡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민병두 의원은 "수리항목별 시간당 공임, 작업시간, 부품정보 등 세부 수리내역을 안내하도록 해 폭리를 차단하고 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제차 부품은 특정 브랜드가 부착된 이른바 '순정부품'이 아니더라도 성능과 품질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비순정부품'을 사용하면 부품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성능이 순정부품과 매우 유사해도 '비순정'이라는 이유로 불신감을 보이며 순정부품을 사용해왔다. 이에 따라 일부 정비업체에서는 순정부품으로 유도해 폭리를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송 연구위원은 "비순정부품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잘못된 인식과 불신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로 인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 저해됐다"고 분석했다.

수술 앞둔 외제차 보험료, 무엇이 문제인가

◆외제차 수리비, 손보사·고객 모두에게 피해

외제차의 자차·대물 건당수리비는 2012회계연도 3분기 기준으로 280만원이었다. 이 금액은 국산차에 비해 3배 높은 것이다. 또한 2008회계연도부터 2011회계연도까지 수리비 연평균 증가율은 국산차에 비해 0.7%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수리비는 손보사의 손해율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나타낸다. 외제차 수리비가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손보사들의 손해율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손해율이 증가하면 보험료가 올라가는 결과를 가져온다. 누적된 보험료는 없는데 보험금 지출이 많기 때문에 손보사들은 어쩔 수 없이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실제 국내 자동차보험시장은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올 6월 말 현재 손보사들의 합산비율은 103.22%다.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한 합산비율이 100%를 넘겼다는 것은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지급된 보험금이 더 많다는 의미다.

대형손보사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시장상황에서 외제차 수리비가 과도하게 지급되면 보험료를 올려야 된다는 기류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보업계, 두손 들고 환영

한편 정부당국 등이 외제차 수리비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손보업계는 환호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손실비율이 높아져도 보험료를 쉽게 올릴 수 없는 현실에서 외제차 수리비를 줄이는 것은 수익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어서다.

최근 블랙박스 할인, 다이렉트 상품 등으로 보험료 할인제도가 많이 생겨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료 수입 확대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보험료는 이른바 정부의 관리항목이어서 보험료를 올릴 때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 자동차보험료는 지난 1995년부터 통계청의 물가지수 구성 품목으로 관리되고 있다.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하면 소비자뿐만 아니라 정부당국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며 "외제차 수리비의 폭리가 줄어들면 결국 소비자와 보험사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