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녹색도시 체험센터 - 체험연수실(사진제공 = SK C&C)
강릉 녹색도시 체험센터 - 체험연수실(사진제공 = SK C&C)
친환경 '전력 자급' 모범 솔루션… '녹색 미래' 견인차


SK C&C가 신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 및 효율화 등 자사 '그린IT' 기술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 10월2일 기자 30여명을 강릉 녹색도시 체험센터로 안내했다. 10여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강릉 행사는 녹록지 않은 조건 속에서도 지속 성장을 위해 SK C&C가 꺼내든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창조경제'라는 국정 어젠다를 필두로 'MB 지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서 전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한 '저탄소 녹색성장'은 찬밥신세가 된지 오래. 전 정부에서 탄력 받았던 그린IT 사업도 현 정부에서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뿐이 아니다. SK C&C는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의 공공사업 입찰을 제한하는 소프트웨어(SW) 진흥법 적용으로 공공부문 시장을 잃은 상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이 회사는 그린IT 사업의 맥을 이어가야 한다.

전 정부에서 이미 벌여 놓은 그린IT 사업에서 자사 신사업과 해외사업의 기회를 찾아야 하는 SK C&C로서는 그린IT가 '철 지난 유행어'로 사장되는 것만은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설비 구축, 전기·통신공사 완료

이날 SK C&C가 기자들에게 보여준 것은 강릉 초당동 소재 '녹색도시 체험센터'다. 11월에 공식 개장할 체험센터는 신재생 에너지와 친환경·에너지 절감 소재 등 녹색기술을 반영한 건축물로 강릉시가 2020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저탄소 녹색시범도시 사업 가운데 하나로 조성됐다.

SK C&C는 지난해 7월 사업비 350억원(국비245억, 지방비105억)의 강릉시 '녹색도시 체험센터' 건립 사업 중 약 56억원 규모의 신재생에너지설비 및 전기·통신공사를 수주해 최근 구축을 완료했다.

신재생에너지설비 및 전기·통신공사는 '녹색도시 체험센터'를 전기·난방 자급자족 공간으로 만드는 핵심요소인 만큼 이번 구축 사례를 통해 타 지자체나 민간의 유사 발주 사업을 수주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지자체 그린IT 사업을 수주해 공공부문 숨통을 조금이나마 트고, 동남아 등 한국 그린IT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해외시장에 기술을 수출함으로써 관련사업 매출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유경수 SK C&C 그린IT 사업부문 부장은 "강릉과 같은 대규모 레퍼런스를 축적해 앞으로 그린IT 기술의 공공·민간 판로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선 기존 인터넷데이터센터(IDC)들의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배터리를 자사 그린IT 기술로 개발한 리튬폴리머 배터리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SK C&C는 판교에 짓는 자사 클라우드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며, 이를 발판으로 타 IDC센터에서 발생하는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릉 녹색도시 체험센터 - 태양광발전 PV패널(사진제공 = SK C&C)
강릉 녹색도시 체험센터 - 태양광발전 PV패널(사진제공 = SK C&C)

◆ESS·EMS·AMR 등 '그린IT' 집약

총 5만8571㎡ 대지에 건립된 녹색도시 체험센터에는 ▲신재생 에너지 ▲스마트인프라 ▲녹색교통 ▲녹색건축 ▲물·자원순환 ▲생태녹지습지 등 6개 분야에 최첨단 녹색기술을 적용했다.

센터 외관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지붕과 발코니 난간에 설치된 푸른빛의 PV(Photovoltaic)패널들. 380개 PV패널을 통해 일 평균 492kWh, 연간 약 18만kWh의 전력이 생산되고 있다.

특히 센터는 낮 동안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력 중 사용하고 남은 전력을 SK C&C가 개발·설치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해 놓았다가 일몰 후 숙박하는 동안 연수센터의 야간전력으로 활용한다. ESS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이 부족할 때 송전한다. 현재 100kWh급 대용량, 3kWh급 소용량 각 1대씩 설치돼 있다.

유 부장은 "센터에 구축된 태양광 발전설비를 통해 연간 약 87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이 예상된다"며 "최근 정부에서도 ESS와 연계된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센터 운영을 총괄하는 통합 관제실에서는 상황판을 통해 센터 내 신재생에너지 생산현황과 체험객실을 포함한 개별 시설물들의 에너지 소비현황, 이산화탄소 감축량 등 체험센터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린IT 기술로 스마트그리드 환경을 구현한 것.

스마트그리드란 기존 전력망에 IT기술을 적용해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간 양방향 정보교환으로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기술로, 체험센터에 적용된 스마트그리드 기술의 핵심은 바로 태양광 에너지관리시스템(EMS, Energy Management System)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양광 EMS는 태양광 에너지 발전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에너지 저장장치를 실시간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현재 체험센터는 SK C&C가 독자 개발한 태양광 EMS솔루션을 사용해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이와 연계한 ESS장치 등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으로 시범단지 내 태양광 에너지 생산과 사용량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및 누적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밖에 숙박을 통해 미래 녹색주거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진 연수숙박센터 내 각 객실에는 원격자동검침솔루션(Automated Meter Reading, AMR)이 적용됐다. AMR은 전기, 온수, 냉수, 냉·난방 등 객실별 실시간 에너지 사용량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중앙 통제실에서는 AMR을 통해 연수센터 내 에너지 사용현황은 물론 기기 오작동, 누수·누전 등을 통합 관리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보다 보편화된다면 사용패턴이나 관련 데이터에 기반한 효율적 에너지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스] 강릉 저탄소 녹색도시사업 얼마나 진행됐나
2009년 국내 첫 녹색시범도시로 선정된 강릉시는 역사와 문화, 생태환경, 녹색기술을 하나로 연계하는 '글로벌 명품 녹색도시 마스터플랜'을 통해 ▲녹색교통 ▲자연생태 ▲에너지 ▲물·자원순환 ▲녹색관광 및 생활 분야에서 총 29개의 사업을 선정해 추진 중이다.

강릉시는 해당 사업을 통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 대비 49%(124,548tCO2eq)를 감축하고 도시 인프라 구축 및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를 통해 총 에너지 이용량 BAU대비 35.9%(41,778TOE)를 줄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산림, 초지, 습지, 인공녹화 등을 통해 생태녹지율을 기존 43.5%에서 60%대로 늘려 청정하고 쾌적한 자연생태도시로 만들겠다는 게 강릉 저탄소 녹색도시 사업의 청사진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