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3년전 삼성생명 이후 최대 공모규모… 실적 우수·내년 전망 좋아

그동안 주식시장 부진을 이유로 상장을 차일피일 미루던 현대로템이 드디어 본격적인 상장절차에 들어갔다.

현대로템은 오는 22일부터 이틀간 공모주청약을 거쳐 10월 마지막 날인 31일 코스피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이 이번에 상장하게 되면 코스피시장엔 지난 5월에 상장한 DSR에 이어 올해 두번째 새식구가 생긴다.

모처럼 대형주 IPO 소식이 전해지면서 IPO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00선 안팎을 오가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코스피지수와 글로벌 IPO시장의 회복도 현대로템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피고 있다.

올해 IPO 종목들의 성과가 전반적으로 좋았다는 점도 호재다. 지난 9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속에서 공모주청약을 실시한 지엔씨에너지와 엘티씨도 우수한 성과를 올렸다. 먼저 IPO를 진행한 지엔씨에너지는 공모주청약에서 경쟁률이 무려 1251대 1에 달했다. 청약증거금은 9083억9763만원을 기록했다. 엘티씨도 공모주청약 경쟁률이 702대 1로 지엔씨에너지만 못했지만 증거금은 1조원을 훌쩍 넘겼다.

시장의 관심이 높다보니 IPO를 준비하는 기업도 늘었다. 10월에만 현대로템 외에도 파수닷컴, 세트나 등 7개 기업이 대기하고 있다. 지난 8월 IPO가 한건도 없었고 9월에는 3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회복세다.

이와 같은 시장의 관심이 연말과 내년까지 이어질지 여부는 올해 IPO시장 최대어인 현대로템에게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성과가 변변치 않을 경우 IPO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사그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보니 현대로템이 공모주 청약을 실시하기 전부터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삼성생명과 비교 금물, 공모 희망가 높지 않다

현대로템의 희망 공모가밴드는 1만7000원에서 2만3000원. 공모가가 하단인 1만7000원으로 정해질 경우 공모규모는 4600억원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공모가 11만원에 총 공모 규모가 4조8881억원이었던 삼성생명 이후 최대 규모다.

문제는 공모가가 상단에서 결정됐을 때다. 현대로템의 공모가가 상단인 2만3000원으로 결정될 경우 올해 기준 PBR은 1.6 수준으로 같은 업종 내에서도 높다. 시장전문가들은 이 경우 여차하면 상장 이후 공모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삼성생명처럼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로템의 대표 주관사를 맡은 우리투자증권의 김중곤 ECM1부 팀장은 "아직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IR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보니 현대로템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 "업종이 전혀 다른 삼성생명과 현대로템을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다수 투자자들이 현대로템의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희망 공모가가 높다고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공모가는 현재가치보다는 미래가치가 반영돼 산정된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우수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3조1166억원, 영업이익 1750억원으로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 상반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7.6%, 33.8% 증가한 1조4740억원, 영업이익 93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로템의 경우 4분기에 상장하다 보니 과거 실적보다 2014년도 실적전망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현대로템의 내년 전망도 긍정적이다.

현대로템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철도사업본부, 중기사업본부, 플랜트사업본부를 두고 있다. 이 중 매출비중이 50%에 달하는 철도사업부분에서 국내 경쟁상대는 없다. 또한 저수익산업이 올해 마무리되는 데다 내년에는 수익성 높은 산업이 대거 대기하고 있어 실적개선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터키 이즈미르시 광역교통공사(IZBAN)와 2억달러 규모의 전동차 공급계약을, 우크라이나철도청과 고속전동차 90량에 대한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전망도 좋다. 한국 정부가 2020년까지 철도 인프라에 약 8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어서 현대로템의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로템, IPO시장 단비 될까

단기차입금, 업무특성상 발생…문제는 없어

투자위험 요소는 높은 공모가 말고도 더 있다. 바로 자기자본보다 높은 단기차입금 비율이다. 현대로템의 단기차입금은 현재 6290억7900만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37.4%에 달하는 수준이다. 차입금의존도는 현대로템의 공모가 산정 비교대상 기업으로 선정한 국내외 13개 기업 중 캐나다 봄바디어(Bombardier, 392.5%)를 제외하곤 가장 높다.

김중곤 팀장은 "단기차입금은 현대로템의 사업특성상 일시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이므로 크게 우려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며 "철도산업의 경우 수주를 하더라도 현금은 프로젝트가 다 끝난 후에 들어오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단기차입금 계정으로 사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당장의 단기차입금 규모만 놓고 무조건 투자위험이 높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팀장은 "미래에 발생 예정인 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이 역시 대부분의 발주처가 각국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등 공공기관인 만큼 디폴트의 문제는 전혀 없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현대로템의 근본적인 투자위험은 외적인 문제에서 발생할 수 있다. 바로 현대로템의 2대주주인 재무적투자자(FI)인 모간스탠리PE(42.36%)의 투자회수 시기다. 현대로템이 상장한 직후 모간스탠리PE가 해당 물량을 주식시장에 내놓게 되면 단기적으로 주가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이 또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관사의 권고로 현재 모간스탠리PE의 보유물량이 상장 이후 6개월간 보호예수로 묶였기 때문이다.

또한 수출비중이 크기 때문에 환율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매출과 자재 구매비용이 모두 달러다 보니 상쇄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라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