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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20대에 그렸던 제2의 고향"…
가족과 자연과의 동거… 인천 처가가 더 가까워져
제주도에서 이길재씨(44)를 만난 건 한여름 주택 공사 현장에서다. 햇볕에 그을린 피부에 온통 땀에 젖은 모습이었지만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대전에서 실내 인테리어 일을 하다가 3년 전 제주도로 이주한 그는 여전히 같은 일을 하고 있다.
“20년 전, 제주도 여행을 다녀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그는 20대 초반 혼자서 제주도를 찾은 적이 있다. 당시 이런저런 고민거리를 제처두고 찾은 제주도에서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과 자연으로 가득한 풍경을 본 뒤 훗날 이런 곳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이후 틈 날 때마다 외지 여행을 다녔지만 산과 들, 바다가 함께 있는 제주도만한 곳은 없었다고 귀촌지 선택 사연을 털어놨다.
“제주도 이주를 결정한 후 보금자리 마련에 2억5000만원 정도 들었어요. 요즘 수도권 전셋값이 이정도 한다죠?”
그가 제주도 귀촌을 결정한 건 5년 전. 땅을 사고 집 지을 돈을 포함해 이것저것 준비하다보니 2년이 흘렀고 이씨 가족은 3년 전부터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 호화스런 집은 아니지만 25평 남짓 하는 집에 들어간 비용은 2억5000만원 정도다. 여기에 집 크기의 수배나 하는 부지까지 딸려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와서 살아보니 언젠가부터 제가 너무나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더라고요. 뭐 지금은 당연한 듯이 여겨지지만. 이런 게 행복 아닐까요?”
이씨는 주말이면 가족들과 바닷가에 놀러 나간다. 때로는 함께 올레길을 걷기도 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 때면 김밥을 싸들고 등산을 즐기기도 한다. 대전에서는 가족 나들이라도 가려면 최소한 일주일 전에 계획하고, 어떨 때는 이마저도 지키지 못했던 적이 허다한데 제주도에 오고 나니 일상이 돼 버렸다며 웃었다.
“사실 아내가 반대했어요. 친정집이 멀어진다는 이유에서였죠.”
친정이 인천인 터라 처음엔 아내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내를 설득한 후 제주도에 와서야 친정에 가는 게 오히려 쉬워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제주도민에게는 항공료 할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3만~5만원 정도면 인천공항까지 갈 수 있는데다가 대전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훨씬 소요시간이 짧아져서 실제로는 왕래가 편해졌다고.
“아이들이 외지에서 적응할 수 있을까도 고민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이곳을 더 좋아하고 있답니다.”
이씨의 중학교 1학년짜리 딸과 초등학교 4학년짜리 아들은 제주도로 이주한지 얼마 안 돼 이웃 또래들과 친해졌다. 더구나 대전에 살 때는 아이들과 10분이 넘게 얘기한 적이 없었는데 제주도로 이주한 후로는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늘어 이제야 가족이 함께 사는 기분이 난다며 만족스런 귀촌 생활을 소개했다.
“물론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과 권력을 물려주는 것을 중요히 여기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자식에게 좋은 고향을 만들어 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