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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레이EV'(사진=머니투데이 DB) |
전기차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속속 전기차를 내놓거나 조만간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시장규모도 꾸준히 상승 흐름세를 타고 있는 상태다. 당장 전기차 수십만대가 도로 위에서 위용을 뽐내기는 힘들겠지만, 최소한 2~3년 뒤에는 각국에서 전기차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듯하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각국이 계획하고 있는 모든 정책이 차질 없이 이행된다는 가정하에 2015~2020년 동안 전기차시장은 연평균 47%의 고속성장세를 보이며, 2020년 690만대(하이브리드(PHV) 490만대, 전기차(EV) 20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 전기차, 더 이상 ‘그림의 떡’ 아니다
지난 2010년 12월 닛산 리프와 GM 볼트가 출시되며 태동한 미국 전기차시장은 충전 인프라 부실, 기술적 문제 및 낮은 수익성 등으로 시장 확산이 어려웠다. 기존의 전기차는 친환경성과 경제성에만 집중하며 시장 확대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는 평가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시장으로 평가받는 미국에서 처음 자동차시장이 형성될 당시의 모습과 현재 전기차시장의 흐름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지난 1894년부터 1899년까지 뉴욕시에서 판매된 마차는 35만대였지만, 같은 기간 자동차는 125대가 팔리는데 그쳤다. 그러나 후일 자동차왕으로 불린 헨리 포드가 제품의 표준화, 부분품의 단순화, 작업의 전문화라는 '3S 운동'과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도입해 자동차가격을 인하하기 시작했다.
T형 포드의 가격은 1908년 825달러에서 1913년 550달러, 1920년 255달러로 하락했고 이에 따른 수요확대가 규모의 경제효과를 가져와 지금의 자동차시장 형성의 교두보가 됐다.
전기차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특히 'AABC(Advanced Automotive Battery Conference) 2013'에서 공개된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현황과 가동률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제조업체 18개사의 생산설비는 올해 1만5700MWh 규모이지만, 생산실적은 2735MWh로 가동률이 17.4%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현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배터리의 공급과잉 상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기차용 2차전지의 가격하락 및 전기차 가격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전기차는 더 이상 그림의 떡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 테슬라 모터스에 자극받은 전기차시장
천천히 저속 주행하던 전기차시장에 갑작스레 발동이 걸린 것은 지난해 6월 테슬라 모터스가 전기차 ‘모델S’를 출시하면서부터다.
테슬라 모터스가 내놓은 ‘모델S’의 올해 판매목표는 2만1000대이며, 가격은 6만~8만달러 수준이다. 아직은 가격이 비싸긴 하나 최대출력이 302마력, 최고속도 193km/h, 완충 이후 최대 주행거리 426km로 그동안 전기차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낮은 성능과 짧은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 등이 개선되며 전기차의 역사에 한획을 그었다.
지난 2003년에 설립된 전기차제조업체인 테슬라는 여러 차례의 증자를 거쳐 상반기 말 현재 납입자본은 17억달러, 자본총계는 6억3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올해 예상 매출액은 컨센서스 기준 20억4000만달러(전년대비 393% 증가)다.
특이한 것은 순수하게 전기차만 만드는 업체로서는 유일하게 정상적인 영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200억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PSR(주가매출비율) 10배에 해당한다.
지난 5월, 1분기 실적 기대감으로 서서히 오르던 테슬라의 주가는 실적발표 전일 55.79달러였으나, 5월8일 영업적자 -1%, 순이익 2%의 흑자전환을 공시한 이후 3거래일 동안 주가가 57.4% 폭등해 87.8달러로 마감했다. 이후 테슬라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 흐름을 나타내며 170달러를 넘긴 상태다.
테슬라 모터스의 성공은 자동차회사들이 전기차 생산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으며, 현재 세계적으로 다양한 회사들이 전기차를 내놓거나 출시 대기 중인 상황이다.
김현용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펼쳐진 초기 전기차시장에 올해 4분기부터는 BMW를 시작으로 유럽 메이저 OEM의 양산모델이 가세한다”면서 “글로벌 전기차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43% 성장하며 312만대, 신차판매의 5.2%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전기차가 기존 자동차보다 좋은 이유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같이 장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와는 달리 순수하게 전력만을 사용해 구동하는 전기차는 전기 자체의 생산원료를 따지지 않는다면 화석연료가 아예 들지 않는다.
또한 발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전기모터 쪽이 내연기관에 비해 효율이 좋은 상황이다. 대체적으로 효율은 가솔린엔진이 15%, 디젤엔진이 20%로 효율이 낮은 반면, 전기모터는 이론적으로 100%의 효율을 낼 수 있으며 실제로도 약 80%에 가까운 효율을 얻고 있다.
전기로만 구동하기 때문에 충전비 자체가 저렴하고 이산화탄소나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 소위 ‘매연’이 배출되지 않는다.
감속 시 모터를 발전기로 돌려 전력 회생제동을 해 충전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운전이 가능하다. 또 운전기술이 뛰어나다면 실용 항속거리 이상의 거리를 주행할 수도 있다.
◆ 각국 정부, 앞다퉈 전기차 지원 나선다
최근 각국 정부는 환경오염 규제를 강화하면서 친환경차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미국의 경우 2015년까지 누적 100만대의 전기차 보급을 목표로 삼았고, 에너지부 투자기금 20억달러를 기반으로 7500달러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2020년까지 일본은 PHV 포함 200만대, 영국은 150만대, 프랑스는 200만대를 보급하기로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내놓았다.
우리나라도 이에 뒤지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환경부는 지난 6월 전기차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정했는데, AD모터스의 ‘체인지’와 같은 저속전기차는 578만원, 일반 승용전기차는 1500만원, 현대차의 ‘일렉시티’와 같은 전기버스의 경우 1억원의 인센티브를 확정했다.
현재 전국에 완속 1000여개, 급속 80여개의 전기차 충전시설이 있지만, 충전규격이 표준화되지 않아 차데모(CHAdeMO)와 직류(DC), AC3상(교류)방식 간 호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에 도입된 방식은 차데모 방식인데, 환경부는 연말까지 차데모와 AC3상을 호환할 수 있는 급속충전기를 추가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3일 열린 제4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신성장산업 투자지원 방안으로 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시설과 주차시설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 오는 12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