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위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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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부실 도미노'에 여신액 '눈덩이'… '정책금융 맏형' 무색

KDB산업은행이 동양그룹과 STX조선해양 등 주요 대기업의 부실 여파로 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산업은행은 현재 부실기업들의 자금지원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기업이 부실화될 경우 자금지원을 통해 회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기업의 부도로 인해 경기가 더 위축되거나 대규모 실업자가 생기는 것을 막아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실적저하 여파로 건전성 악화가 다소 지나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은행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대손준비금 반영 후)은 133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3004억원 흑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4300억원가량 순이익이 급감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STX조선해양에 이어 동양그룹도 부실기업으로 추락하고 있어서다.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과 동양그룹의 주채권 은행이다. 동양그룹은 최근 동양시멘트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여신액은 총 4500억원 수준이다. STX팬오션, STX중공업, STX조선해양, STX엔진 등 STX그룹 계열사들의 총 여신액 3조9000억원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지만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4조원이 넘는 여신액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금호아시아나 등 금호 계열사들의 여신액도 4조원에 이른다.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우건설의 영업권 감액 여부도 적자를 확대시킬 수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대우건설은 매년 9월 말을 기준으로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영업권 가치 등을 평가받아야 한다. 만약 영업권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되면 이는 산업은행의 자산손실로 이어져 당기순이익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이처럼 주요 대기업들이 부실화되면서 산업은행의 충당금 비중도 날로 커지고 있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STX그룹 대손충당금을 쌓느라 상반기에만 266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2000년 1조4000억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한 지 13년 만이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이대로 가면 올 하반기 당기순손실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산업은행의 수익감소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금융환경이 악화된데다 대기업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해 부실자산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산업은행의 실적저하가 지속되면서 기업들도 잔뜩 긴장하는 모양새다. 산업은행의 건전성 악화가 지속되면 자금지원을 축소하고 자금회수에 나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최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직접 산업은행에 찾아와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를 거절한 바 있다. 부실기업에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이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 저하가 지속될 경우 산업은행의 기업들에 대한 자금회수 압박이 심해질 수 있다"면서 "경기가 얼어있는 상황에서 자금줄마저 막히게 되면 도산하는 기업들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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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