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법인, 현지화 성공 비결은

'가격은 낮추고 사양은 높인' 소형차 생산 전략 '적중'


“나이스(Nice), HMI!”

인도최대의 상업도시 뭄바이와 수도 뉴델리를 오가며 만난 인도 현지인들에게 들은 현대차 인도법인(Hyundai Motor India)에 대한 평가다. 하나같이 들려오는 말은 ‘나이스’다. 상트로, i10, i20, EON 등이 인도 곳곳을 누비듯 HMI의 인도내 존재감은 확실히 강렬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인구 12억, 매해 경제성장률 8%에 육박하는 거대시장 인도에서 글로벌 브랜드와 자국 모델을 제치고 현대차는 자동차 업계 2위 자리를 수년째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08년 3월 최단기간에 수출 50만대를 돌파해 인도 최대의 자동차 수출기업으로도 우뚝 섰다. 인도와 비행기로 8시간 거리인 한국에서조차 ‘현대차가 인도에서 잘 나간다’는 얘기가 전혀 낯설지 않을 정도.

그렇다면 15년의 인도진출 역사를 지닌 HMI는 어떤 전략과 전술로 현재의 성공스토리를 써나갈 수 있었을까.

◆협력업체 동반 '인도행'…매년 1~2대 신차 론칭

뉴델리 현대차 사옥에서 만난 하성종 HMI 마케팅 부장은 HMI가 합작이 아닌 단독법인으로 설립됐고 협력업체와 같이 진출했다는 점이 오늘의 성과를 견인했다고 설명한다. 하 부장은 “시장 1위인 스즈키마루티는 한국의 포스코(민영화된 공기업)와 같은 회사다. 60%의 지분을 가진 스즈키와 인도 정부가 합작해서 만들어진 까닭에 손쉽게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을 뿐”이라며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사결정이 빠른 단독법인인 HMI의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에 처음 진출할 당시 기존에 진출해 있던 해외기업들을 면밀히 분석해 합작사의 어려움을 파악한 후 단독으로 진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시 인도내 단독투자가 불허된 터라 현대차는 대규모 투자(초기 4억 달러)를 비롯해 높은 부품 현지화율, 수출 조건 등을 내세워 인도정부와의 끈질긴 협상 끝에 단독법인을 설립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대차는 신차종 생산과 물량 확대를 뒷받침할 수 있는 한국의 협력업체들을 함께 인도로 데려왔다. 첸나이 1공장 건설 당시 16개사, 2공장 건설 때는 27개의 협력사가 현대차를 따랐다. 협력업체 수만 총 43개다.

이같은 협력업체의 지원 덕에 현대차는 타 업체들에 비해 신차 물량에 있어 매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젊은 중산층이 많아지고 있는 인도 소비자들로부터 ‘업그레이드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차츰 얻어가는 중이다.

하 부장은 “인도에선 (보유한) 물량이 뒤처지는 메이커는 버텨내기 어렵다”면서 “타타는 예전에 비해 모델 물량이 절반으로 줄었고 스즈키도 매년 1개 정도의 신차를 발표하는 정도에 그친다. 이에 반해 현대차는 매년 2개 모델의 신차를 발표해 소비자들의 눈을 만족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국민차로 대접받는 ‘상트로’.
인도에서 국민차로 대접받는 ‘상트로’.

◆'낮은' 가격 '높은' 사양에 인도중산층 "현다이~"

단독법인 체제와 협력업체의 동반진출 외에 철저히 인도실정에 맞는 모델을 출시한 점도 현대차가 ‘절대 2위’의 위치에 오르게 된 원동력으로 꼽힌다. 이른바 가격은 ‘낮추고’ 사양은 ‘높인’ 소형차를 생산하자는 전략이 먹혀들었던 것.

상트로만 해도 지상고(노면으로부터 차체 밑바닥까지의 높이)와 차 천장이 높은 톨보이(Tallboy) 스타일을 택해 터번을 쓰는 인도인들(아리아인들)도 편리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스즈키의 ‘마루티 800’보다 차체 크기나 디자인 면에서 우수하다는 점이 소비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상트로는 소형차 시장의 대세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상트로의 인기 여파는 그 후속작인 i10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 모델 역시 인도시장 소형차 최초로 조수석 에어백을 적용한 점과 유로스타일을 표방한 고급스러운 디자인 덕분에 소비자들은 스즈키, 혼다 등의 모델 대신 현대차의 i10을 선택했다.

김언수 HMI 마케팅팀 부장은 “우리 소형차의 디자인과 고급사양에 인도소비자들은 열광한다"며 "특히 우리에겐 익숙한 후방카메라나 뒷자석에 설치된 에어컨에 대해 현지인들이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사랑받는 인도 국민기업 될 터"
- 서보신 HMI 인도법인장

현대차 인도법인, 현지화 성공 비결은
- 지금 인도자동차 시장 분위기는 어떠한가.
▶ 내수시장의 성장률이 해를 거듭할수록 하락하고 있다. 2010년만까지만 해도 8~10% 성장률은 거뜬했는데 지난해는 5%선까지 떨어졌다. 올해 역시 전체적으로 마이너스 10% 성장률이 예견된다. 그나마 현대차는 수출이 매년 40%씩 성장률을 보여서 잘 버텨오고 있다.
 
- 현대차의 가장 큰 경쟁력은.
▶ 생산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인도 진출 당시 한국의 협력업체들과 동반 진출했다. 이 때문에 완성차 생산에 있어 주요 자동차 부품을 바로바로 수급할 수 있게 돼 생산의 안정화를 실현했다. 첸나이 공장 근처에 최근 몇몇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잇따라 공장을 짓고 있지만 공장 가동률이나 품질면에서는 현대차에 크게 못 미친다.
 
- 스즈키마루티처럼 인도진출 당시 합작은 고려 안했었나.
▶ 생각은 했지만 합작법인의 최대 단점인 의사결정이 늦게 이뤄진다는 것을 고려해 독자법인을 택했다. 인도는 비즈니스하기 어려운 나라가 아닌가. 하나의 사업을 진행하려고 해도 계약 맺기까지 수개월, 수년이 걸릴 지도 모르는 게 인도다. 우리는 수출을 전제로 첸나이에 부지를 매입해 공장을 지었다. 이것이 바로 현대차의 정신이다. 
 
- 그래도 HMI가 느끼는 위협요소가 있을텐데.
▶ 루피화의 가치 하락으로 인한 원자재값 상승이 인도 자동차업계 전체의 위협요인이다. 여기에 정국불안, 외국인 자본 유출 등도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HMI만의 장애물이 아닌 시장 전반적인 문제여서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
 
-매출상승에만 주력하지 않고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도 펼친다고 들었다.
▶ 내수시장에서 한대 팔릴 때마다 100루피씩 적립해서 인도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외에 교통 교육시설, 마을개선 등의 사업에도 이 적립금을 사용한다. 이같은 기부금은 연간 8억원 정도다.
 
- HMI가 인도시장에서 꿈꾸는 궁극적인 사업목표는.
▶ 현대차가 인도에서 가장 사랑받는 기업이 되게 하는 게 목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좋은 차, 가치가 있는 차를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과 기술력 증강에 힘쓰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