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통로'를 만드는 법
컨퍼런스에서 만난 사람, 학교동창, 예전 직장동료, 동호회인 등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대부분 쉽게 잊는다. 반면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고 1년에 한두번 정도 만나는 관계로 지내는 우호적인 사람들도 있다.

사회학에서는 이런 관계를 '약한 연결'(weak ties)이라고 부른다.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는 <약한 연결의 힘>이라는 논문에서 약한 연결이야말로 기회를 제공하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연구에서 보스턴 직장인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어떻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됐는지 조사했다. 아는 사람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고 답한 이들 중 새로운 일자리를 소개해준 사람과 얼마나 자주 만나는 사이인지를 물었다. 응답자 가운데 16%가 자주 만나는 사람으로부터 일자리를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가끔씩 만나는 사람(55%), 또는 드물게 만나는 사람(27%)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다고 답했다. 다시 말해 일자리를 소개해준 사람이 대부분 약한 연결이었던 셈이다.

친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즐겁다. 그러나 이런 '강한 연결'에서는 대체로 지식이나 정보, 인맥이 중첩된다. 반면 약한 연결은 다른 세계로 통하는 다리역할을 하며 자신이 모르는 기회의 통로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약한 연결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을까.

첫째, 만남을 기록하라. 바쁜 사람이 특정분야의 전문가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남 이후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상대방의 기억에 남아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잘 지내시나요?'라는 상투적인 이메일을 보내는 것은 깊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다. 버진그룹의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은 항상 '데이 북'을 가지고 다닌다. 그는 누구를 만나든 그 자리에서 나눴던 대화내용이나 아이디어를 거기에 꼼꼼히 기록한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향후 그 사람에게 연락할 때 만남에서 나눈 대화내용을 언급함으로써 상대방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둘째, 같이 밥을 먹으라. 한번의 식사가 수십통의 이메일보다 강력하다. 몇년 전 케이스 페라지가 쓴 <혼자 밥 먹지 마라>라는 책이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는데 이 책의 핵심 메시지도 결국 '기회는 인간관계를 통해 온다'는 것이다. 100권의 책보다 한사람과의 만남에서 더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또한 몇시간씩 인터넷을 뒤지는 것보다 단 한시간의 만남에서 얻는 정보가 값질 때가 많다. 혼자 밥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셋째, 도움을 주고 받으라. 먼저 어떤 도움을 제공해야 상대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될지 고민해보라. 그 중에서 상대에게는 어렵지만 내게는 쉬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예컨대 상대방이 관심이 있을 만한 정보나 뉴스를 알려주거나 사람을 소개해주거나 조언해주는 것이다.

돕는 것만큼 도움을 받는 것도 관계를 구축하는 좋은 방법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누군가와 친구가 되고 싶다면 먼저 그로 하여금 당신의 부탁을 들어주게 하라." 사람들은 크게 어려운 부탁이 아니라면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좋아한다. 도움을 받게 되면 그에 합당한 감사를 표하라. 이런 과정을 통해 도움을 제공한 사람과 더욱 친밀해지게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