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준희 기업은행장, 신충식 NH농협은행장(왼쪽부터) 사진=머니투데이DB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준희 기업은행장, 신충식 NH농협은행장(왼쪽부터) 사진=머니투데이DB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은행권 CEO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조준희 기업은행장, 신충식 NH농협은행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등이다. 비은행권에서는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과 정해붕 하나SK카드 사장,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등이 꼽힌다.

금융권에서는 큰 폭의 물갈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부 인사의 경우 교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한동우 회장 연임 여부 '관심'

금융권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인사는 내년 3월23일 임기가 마무리되는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다. 신한금융은 'CEO 승계 프로그램'에 따라 한 회장 임기 만료일 3개월 전까지 후임 인선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따라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일정을 잡기 위한 이사회를 11월 중·하순께 개최할 예정이다. 이사회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큰 변수가 없으면 오는 11월21일이 유력하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회장 후보자에 대한 신상자료와 면접 등 세부적인 일정을 잡으려면 11월 중·하순에는 이사회를 열어야 한다"면서 "(인선작업은) 내부에 정해진 룰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회장은 평소 온화하고 소통을 중시 여기는 성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의 신뢰가 두텁고 특히 신한사태 이후 내부조직을 잘 추스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내부에서는 한 회장의 연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회장 역시 이사회에서 연임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한 회장이 연임 도전을 공식화하면 그를 제외한 사외이사 5명이 회추위를 꾸리고 12월 중순 회장 후보를 선정해 이사회에 통보하게 된다.

다만 신한사태 때 라응찬 전 회장과 대립했던 신상훈 전 사장을 따르는 인물들이 내부에 포진해 있는 점이 한 회장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신한사태와 관련한 2심 재판부의 판결과 최근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야당 정치인 계좌 불법 조회' 의혹에 대한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역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은행장 후임에 '촉각'…차기 NH농협은행장 하마평 무성

기업은행 최초의 내부 출신 행장인 조준희 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27일까지다. 만약 조 행장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그는 또 한번 내부출신으로서 행장 연임이라는 새로운 신화를 쓰게 된다.

하지만 그의 연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기업은행장의 경우 조 행장 이전까지는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등 고위 관료 출신이 맡아왔다. 따라서 현 정권의 실세들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장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여성관료 출신이 올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기업은행장 인선작업은 아직 언급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만약 외부에서 꼽는다면 여성관료 출신이 새 행장으로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여성 CEO가 탄생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일축했다.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조 행장의 연임이 어려울 경우 2인자인 김규태 수석부행장이 차기 행장 바통을 이어받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은행의 전문지식과 특히 기업은행 문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외부출신보다는 경영능력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업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일반 행원도 행장이 될 수 있다는 꿈을 (정부가) 계속 만들어줬으면 한다"면서 "그동안 기업은행장의 연임 사례가 많지 않았던 만큼 후임으로 김 수석부행장이 선임됐으면 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내년 3월1일 임기가 만료되는 신충식 NH농협은행장 연임 여부도 주요 관심사다. 그는 농협 내부 출신으로 누구보다 농협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 또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과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과의 소통 부분에서도 원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농협 내부에서는 교체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신 행장이 농협중앙회에서 이례적으로 오랜 기간 임원을 맡아온 데다 은행장 후보 추천권을 가진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취임 이후 첫 금융계열사 대표 인사이기 때문이다. 차기 행장으로는 김주하 농협금융 부사장, 김준호 전 농협은행 수석부행장, 김현근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 상무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윤용로 외환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두 인사의 임기는 1년이다. 인사 절차는 내년 3월 하나금융지주의 경영발전보상위원회에서 후보를 정하면 각 은행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연임 여부가 정해진다.

금융권에서는 두 인사의 임기기간이 고작 1년밖에 되지 않은 데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문제 등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어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어려움 겪는 카드사, 변화냐 안정이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카드사 CEO의 행보도 관심의 대상이다. 내년 초까지 임기가 남은 카드사 CEO는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과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정해붕 하나SK카드 사장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올들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우리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들의 CEO가 대거 물갈이된 만큼 이들의 임기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안정보다는 변화에 더 힘을 실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최치훈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중순이다. 그의 거취 여부는 올해 말 단행될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연임 여부는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삼성카드의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이 하락되고 있는 만큼 삼성그룹 내에서 변화를 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훈 사장의 임기도 내년 3월까지다. 그는 2009년부터 4년간 롯데카드를 이끌어왔다. 계열사와 롯데카드의 연계영업을 주도하고 경영성과에서도 합격점을 받으면서 일단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또 정해붕 사장은 '클럽SK카드', '메가캐시백더드림 체크카드' 등 하나SK카드의 대표 상품을 잇따라 히트시키면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외환카드와 통합시점이 가까워지는 만큼 연임을 확정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