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해마다 11월 채권시장은 좋았다. 이는 일종의 '캘린더 효과' 때문이다. 연도별 순발행 물량 추이를 보면 항상 12월에서 이듬해 1월까지 순발행량이 평균적으로 적었다. 이 같은 물량 공백으로 인해 11월은 회사채 발행물에 대한 수요가 강하게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동양그룹 사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문제 등 국내외적인 변수가 많다. 따라서 올 11월에는 채권시장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은기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11월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 타결은 전반적인 크레딧 투자심리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또한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Shutdown) 등으로 경제지표가 둔화되면서 미 연방준비은행의 양적완화 축소시기가 내년으로 상당기간 늦춰질 것이란 기대로 이전의 금리상승 전망이 후퇴한 것도 크레딧물 투자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고채 장기물 금리수준이 급격히 하락하는 가운데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됨에 따라 국고채 장기물과 비교했을 때 회사채 금리의 상대적 가격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며 "9~10월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에 따른 가격 메리트 부각으로 11월 크레딧 스프레드는 축소 반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채권시장이 무조건 좋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1월 크레딧 채권시장은 강보합 기조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회사채 발행은 9월에 비해 10월에 축소됐으며, 11월에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조적으로는 좋아질 수 있으나, 매수 타이밍이 왔다고 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김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그는 이 같은 분석에 대해 "양적완화 축소의 연기 기대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의 힘에 의해 자체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현시점에서는 양적완화 축소 개시 시점에서의 시장 변동성 증폭 우려가 더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따라서 기본적으로 국채 중심의 딜링 장세가 유효하고 크레딧채권은 일단 매수 타이밍을 뒤로 미루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연방정부 폐쇄사례에 따른 여파를 생각하면 금리가 현재보다 10bp는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 나설 때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지만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연방정부 폐쇄는 과거 사례보다 기간이 긴 편(16일, 과거평균 : 7일)이며, 완전한 해결이 아닌 시점 연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부폐쇄가 종료된 이후에도 기업들이 고용에 덜 적극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 애널리스트는 "10월 비농업부문 고용증가는 컨센서스(+12만)를 밑도는 +10만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미국채 금리뿐만 아니라 한국 채권금리에도 추가 하락 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판단하며, 충격의 확인만으로도 금리가 10bp는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즉 현재 2.5% 수준인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4%선이 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채 금리의 하락은 한국 채권금리에도 추가 하락 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11월 채권전망] 회사채, 아직은 기다려라
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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