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동우 회장(가운데)이 직원들과 남산에서 점심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신한금융은 지난 10월10일부터 사전 신청을 받은 직원 150여명을 대상으로 8회에 걸쳐 지주회사 부서 임원들과 남산에 오르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한 회장은 "부서 혹은 상하 직급간의 소통이 없는 조직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다"며 "이런 소통의 힘이 기업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갈대가 어우러진 잔디밭에서 식사를 마친 직원들은 어린 시절 소풍지에서 즐겼던 '수건 돌리기', '기차놀이' 등 추억의 게임을 긴급제안하며 화합의 시간을 보냈다.
한동우 회장이 직원들과의 스킨십 소통강화에 나서고 있다.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나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 인생과 직장의 선배로서, 후배 직원들에게 아낌없는 조언과 격려를 해주는 일도 잊지 않는다. 또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곧바로 경영전략에 반영한다.
물론 그의 이러한 스킨십 소통경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내 유대관계가 중요하다고 보고 최근 들어 기회가 될 때마다 직원들과 만나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이는 곧 업무능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회장님, 밥 한번 사주세요'
"아들에게 회장님과 점심 먹는 아빠의 사진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꼭 나를 뽑아줘야 한다."(협박형)
"가문의 영광으로 알겠다."(읍소형)
"인생의 롤 모델이라 꼭 만나야 한다."(아부형)
올해 3월, 신한금융 인트라넷에 부서(지점)장급 이하 직원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쉴 틈 없이 올라왔다. 사내 직원들이 사연을 올린 이유는 '회장님과의 따뜻한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신한금융이 최고경영자(CEO)와 현장 직원간의 일체감을 높이기 위해 '회장님 밥 한번 사주세요'라는 사내 이벤트를 개최한 것.
오찬에 초대된 인원은 총 35명. 참가 신청방법은 간단했다. 총 2주간에 걸쳐 한 회장에게 하고 싶은 말과 궁금한 점, 본인이 꼭 선정돼야 하는 이유를 사내 인트라넷에 올리면 된다.
응모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35명을 뽑는데 무려 610명의 직원이 참여했다. 응모사례도 협박형부터, 아부형, 읍소형, 개그형 등으로 다양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직원들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해 응모한 탓이었을까. 신한금융 심사단도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다. 저마다 회장을 만나야 하는 이유가 뚜렷했고 특히 뛰어난 문장력으로 회장과의 점심을 꼭 먹어야 한다고 읍소(?)해 어떤 기준으로 선정해야 할지 난감했다는 평가다.
결국 심사위원회와 지주회사 임원회의 등 총 2차례에 걸쳐 심사를 한 끝에 최종 선정자를 뽑을 수 있었다. '회장님과의 따뜻한 오찬'은 5월22일(1차)부터 9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3월 1차에 응모한 직원들은 5월2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이탈리아식당에서 한 회장과 동행해 점심을 먹었다.
1회차 참석자들은 '워킹맘'을 포함해 전원 기혼자였다. 자연히 가정과 직장의 양립에 대한 고민, 양육의 애로사항 등 진솔한 이야기가 나왔다. 6월에는 신입직원 및 미혼자로 구성해 직장 초년생으로서 CEO를 만나는 설렘과 결혼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직장생활의 노하우를 배우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방 사내 이벤트도 빠지지 않았다. ▲광주와 부산 등 지방 근무자와 거제지점 등 원격지 근무자들과의 식사 ▲신사업·비대면 채널에 근무하는 직원들과의 미래의 상품·전략에 대한 의견 교환 등 각 회차별로 테마가 있는 오찬이 마련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오찬 자리에는 한동우 회장과 뽑힌 직원 외에는 아무도 배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회장이 직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도록 임원 및 본부부서 직원 등 누구도 들어오지 않도록 직접 주문했기 때문이다.
![]() |
한동우 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위치한 식당에서 ‘회장님과의 따뜻한 오찬’에 응모해 선정된 직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
◆격려·사기진작 소통으로 해결
한동우 회장은 평소 CEO를 중심으로 혼연일체가 돼 자율적인 경영을 전개할 수 있도록 독려해왔다.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것보다는 그룹 임원들에게 맡기는 것이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의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룹 내에서 직원들의 노고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기진작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 직장과 조금 멀리 떨어진 남산과 이태원을 오찬 장소로 택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소통의 또 다른 이유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그는 직원들이 내놓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곧 창조금융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 자리를 통해 직장의 선배, 인생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과 격려를 해줌으로써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주자는 전략도 숨어있다.
한 회장은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변화하는 환경에 맞도록 효과적인 경영전략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면서 "동시에 그룹사들이 효율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한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영업현장에서 묵묵히 따뜻한 금융을 실천하는 여러분"이라며 "금융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그룹의 미션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도 직원들과의 유대감을 높이는 소통의 자리를 자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