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인 오는 12월18일(이하 현지시간). 이 날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올해 마지막 FOMC(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다.
연준이 올해 마지막 FOMC회의를 통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줄지, 아니면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할지에 대해 전세계 금융시장이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준은 지난 9월과 10월 열린 FOMC회의에서 시장의 예상과 다른 성명서를 각각 발표했다. 지난 9월에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양적완화(QE)를 유지키로 결정하면서 증시 랠리를 이끌었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양적완화 유지를 결정하면서도 시장의 예상과 달리 경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해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달 16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부문 업무정지) 파장으로 올해 양적완화 축소가 물 건너 간 것으로 봤던 시장은 10월 연준 성명 발표 이후 다시 양적완화 축소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연준 성명 발표 이후 다시 불거진 양적완화 축소 우려는 최근 연준 위원들의 잇단 발언 등으로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다. 또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에 연준이 설마 양적완화를 축소하겠느냐'는 전망이 더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양적완화 축소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의 랠리는 사실상 연준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준의 매월 85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로 인해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증시가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12월 연준의 결정 내용과 성명서도 앞으로의 증시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연준 10월 양적완화 유지…예상 밖 긍정적 경기 판단
연준은 지난달 30일 시장의 예상대로 양적완화를 유지키로 결정했으나 경기 판단은 예상 밖으로 긍정적이었다.
연준은 이틀간의 FOMC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서에서 "매달 85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모기지담보증권(MBS)을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기준금리를 0~0.25%로 동결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실업률이 6.5% 위에서 머물고 1~2년간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2.5%를 넘지 않을 경우 현재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약속도 재확인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그대로다. '양적완화를 축소하기에는 미국경제가 약하다'는 게 연준의 판단이었던 것. 연준은 이날 처음으로 주택경기 둔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준 성명서 각론을 들여다 보면 예상보다 긍정적인 표현이 등장한다. '노동시장 다소 개선'과 '경제의 지속적인 개선'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FOMC회의는 16일이나 계속된 연방정부의 셧다운 이후 처음으로 열린 것이기 때문에 셧다운 파장 등이 언급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그러나 연준은 성명서에서 "재정정책이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면서도 "경제는 지속적으로 완만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노동시장은 다소 개선되고 있으나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경기와 노동시장에 대한 연준의 이 같은 표현은 시장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연준이 12월 양적완화를 축소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분석도 나왔다.
연준 위원들 발언에 양적완화 축소 우려 완화
연준의 10월 성명서 발표 이후 며칠간 계속됐던 양적완화 축소 우려는 지난 4일부터 완화되는 분위기다. 연준 위원들의 잇단 발언 덕분이다.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인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4일 미 경제전문방송 CNBC에 출연해 "물가상승률이 낮기 때문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자산매입 축소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기 전에 물가상승률이 2%로 올랐다는 '손에 잡히는' 증거를 보길 원한다고 밝혔다.
에릭 로젠그렌 미국 보스턴 연은 총재는 5일 CNBC와의 회견에서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경제전반의 성장세는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며 "2016년까지 상당히 낮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샌드라 피아날토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6일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가진 강연에서 "미국경제 성장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을 확인해야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인 피아날토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양적완화를 축소하기에는 경제성장속도가 아직 약하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리차드 피셔 댈러스 연은 총재는 지난 4일 이에 상반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양적완화 축소가 예상보다 빨리 시작될 수 있으며 재정적 리스크가 예상되더라도 연준이 경제를 위해 올바른 정책(양적완화 축소)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손성원 교수 "양적완화 영구화 전망"…일각선 QE축소 우려 여전
양적완화 축소시기와 관련해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연내 양적완화 축소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2월 FOMC회의가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주재하는 마지막 회의인 데다 재닛 옐런 의장 지명자의 인준 전이라는 점이 그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지난 5일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양적완화 축소시기는 빨라야 내년 3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 교수는 특히 "미국의 경기둔화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준이 영구적인(permanent) 양적완화 정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준이 현재 매월 85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매입 규모를 100억~150억달러가량 줄였다가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다시 매입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양적완화를 오랫동안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이 대체로 양호한 편이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제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로스브릿지캐피탈의 투자부문 대표 마니시 싱은 "연준은 서둘러 부양책을 축소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도록 하는 것은 경제성장과 고용, 인플레이션 수치인데 이들 지표는 연준이 내세웠던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여전히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RBC캐피털마켓츠의 글로벌전략담당 이사인 에드 라쉰스키는 "투자자들과 트레이더들이 연준 성명에서 (이전보다) 좀 더 낙관적인 경제전망을 추론할 수 있다"며 "이는 빠르면 12월에 양적완화를 축소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인알파캐피털 헤지펀드의 공동설립자인 제이슨 에반스는 "연준은 정부의 셧다운과 재정 긴축을 큰 관심사로 보지 않은 것 같다"며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양적완화 축소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며, 12월도 양적완화 축소시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