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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
지금으로부터 1년여 전,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는 하나의 노래에 빠져들었다. 유튜브를 통해 뮤직비디오가 알려지면서 전세계 사람들이 이 노래를 접하게 됐고, 이 뮤직비디오는 유튜부 조회수 신기록을 경신해 나갔다. 그리고 이 노래의 안무를 따라
한 다양한 버전의 동영상이 전세계에서 만들어졌다. 바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2012년 7월 내놓은 싸이의 여섯번째 정규앨범인 '싸이6甲 Part 1'의 타이틀곡인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사상 최초로 조회수 10억건을 돌파한 바 있다. 또 최단기간 동안 최다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이기도 하다.
잘 나가던 엔터주, 실적부진에 급락
이처럼 싸이와 '강남스타일'이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 증시도 바빠졌다. 이른바 '싸이 테마주'들이 증시를 강타한 것이다. 싸이의 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인 '디아이', 싸이가 광고를 하고 있는 '하이트진로' 등이 테마주로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싸이가 뜨면서 실제 수혜를 입은 종목은 싸이의 소속사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급등, 지난해 10월5일에는 장중 1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싸이는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주가만 끌어올린 것이 아니다. K-팝 한류의 중심에 있는 에스엠 등 여타 엔터테인먼트의 주가도 무섭게 올려놓았다.
에스엠은 2011년 마지막 거래일인 12월29일(4만710원)부터 최고가를 찍은 2012년 10월12일(6만8800원)까지 69%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와이지엔터 역시 2011년 마지막 거래일(3만4000원)부터 최고가를 찍은 2012년 10월5일(9만7200원)까지 무려 185.88%나 올랐다.
이처럼 엔터테인먼트주가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건 싸이를 비롯해 소녀시대, 동방신기 등의 인기를 타고 K-팝 열풍이 전세계적으로 불면서 해외매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당시 진홍국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낮아진 서구권시장의 진입장벽과 유튜브, 아이튠즈, MD상품판매 등 수익처가 확대된 점을 감안하면 에스엠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의 전반적인 재평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주들은 지난해 10월이 정점이었다. 이후 주가는 무섭게 하락했다. 장중 한때 10만원을 넘었던 와이지엔터는 같은 해 12월7일 5만6400원까지 하락했고. 에스엠 역시 같은 날 3만7950원까지 하락했다.
10월 이후 주가하락을 이끈 가장 큰 이유는 실적이다. 에스엠 등의 실적이 당초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엔터주에 대한 거품론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김창권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2012년) 3분기에 수익성을 증명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거꾸로 수익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석은 맞아떨어졌다.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계속됐다. 에스엠과 와이지엔터 모두 연초부터 지속적인 하락이 이어졌다.
와이지엔터는 지난 6월25일 4만5350원까지 떨어지며 최고가 대비 52.37% 하락했다. 에스엠도 같은 날 2만9350원으로 연저점을 찍으며 최고가 대비 57.34% 떨어졌다.
김시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에스엠에 대해 "상반기 실적이 전년 동기대비 감소했고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고, 와이지엔터에 대해서는 "상반기 주가하락은 엔터사업의 실적 가시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리즈시절 기대해도 될까
그렇다면 엔터주의 '리즈시절'은 이제 끝난 것일까.
최근 3개월간의 주가를 보면 '리즈시절이여 다시 한번'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3개월 동안 와이지엔터는 4만7000~5만7000원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고, 에스엠은 3만~4만원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엔터주에 대해 '비중 확대'를 외친다. 부진했던 실적이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김민정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상반기에 집중됐던 일본 콘서트 매출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에스엠의 경우 관객 85만명을 동원한 동방신기 일본콘서트의 3분기 돔투어 공연(70만명), 4분기 닛산스타디움 공연(2회, 15만명) 수익이 각각 반영될 예정이다. 또 SM 타운 일본 돔투어, 슈퍼주니어, 소녀시대의 월드투어가 실적으로 반영되면서 관련 매출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시장의 확대도 매출 증대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에스엠은 지난해 4월 데뷔한 EXO가 올해 대대적으로 인기를 끈 데 이어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중국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와이지엔터 역시 지난 5월 지드래곤의 중국 상하이 첫공연 시 2회에 걸쳐 2만명을 모객해 중국시장 확대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민정 애널리스트는 "에스엠과 와이지엔터의 해외매출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수준으로 그 중에서 80~90%가 일본지역에 편중돼 있다"며 "중국 공연 확대로 새로운 매출원을 통한 중장기 성장 동력이 확보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와 내년에 신규 아이돌그룹의 출현 가능성도 엔터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높이고 있다.
에스엠은 하반기에 추가로 신규 아티스트가 데뷔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SM C&C를 통해 도입된 레이블시스템으로 아티스트 라인업이 추가됐다. 와이지엔터도 배틀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안에 빅뱅 이후 8년만에 신인 남자 아이돌그룹이 데뷔할 예정이다. JYP엔터 역시 JYP를 합병하면서 내년까지 3~4팀의 신인 아이돌그룹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민정 애널리스트는 "대형기획 3사의 아이돌그룹 박빙 경쟁으로 국내 음악산업 파이 확대 및 투자심리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가 기대치는 1년 전보다 낮다. 최근 증권사들이 내놓은 에스엠 목표주가를 보면 최소 4만8000원(동부, 10월2일)에서 최고 5만8000원(삼성, 10월21일)이다. 최고가에 비하면 1만원 이상 낮은 목표가다.
와이지엔터도 마찬가지다. 최소 6만8000원(리딩투자, 10월29일)에서 최고 7만6000원(한국투자, 10월2일)이다. 최고가대비 2만원 이상 낮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