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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기업이 바로 삼성물산이다. 고 이병철 회장은 28세(1938년)에 최초자본금 3만원으로 삼성상회를 설립한 이후 삼성물산공사, 삼성물산으로 이름을 변경했고, 1975년에는 대한민국 최초로 종합상사업체로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상징성은 있지만 주가만 놓고 보면 특별히 눈에 띄지는 않는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지난해 말 6만2600원에서 지난 7일 기준으로 6만3000원을 기록했다. 총 211거래일간 0.64% 오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호실적과 업황회복 기대감, 후계구도에 대한 관심 등으로 인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 불거지는 합병설, 이유는?
최근 삼성물산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설 때문이다. '미사일부터 라면까지 판다'는 종합상사지만 사실 삼성물산 수익구조의 '축' 중 하나는 건설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1995년 12월 구포 무궁화호 열차전복사건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벗지 못한 삼성건설을 흡수 합병, 현 삼성물산 건설부문으로 만들었다. 이후 국내 수주가 여의치 않자 해외개발 프로젝트에 집중했다.
덕분에 2000년 대만 고속철도사업(5억5000만달러 규모) 공사를 수주했고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타워, 아랍에미리트(UAE)의 부르즈 칼리파 등 초고층 인텔리전트빌딩을 연이어 시공했다. 2008년 7월에는 삼성아파트(래미안)가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9년 연속 종합 1위에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삼성물산이 같은 '건설업' 동지인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을 취득하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 7월 중순까지만 해도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단 한주도 가지지 않았으나 7월31일 10만주 매수를 시작으로 불과 석달 만에 지분율을 2.30%(91만9148주)로 높였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측은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고 있다. 최근 삼성그룹 내에서 사업개편이 이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후계구도를 위한 '준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9월23일에는 제일모직이 삼성에버랜드에 패션사업부문을 1조500억원에 매각했고, 같은달 27일에는 삼성SDS가 삼성SNS를 신주교부방식으로 흡수합병키로 했다.
또한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급식·식자재 유통사업을 담당할 회사를 설립하고, 건물관리사업을 그룹 계열사인 에스원에 4800억원에 양도키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효율적으로 경영을 지속하면서 삼성그룹의 자산을 지켜나가기 위해 고 이병철 회장이 자녀들에게 전자와 유통, 식품, 제지부문을 각각 분할해 승계했듯이 이건희 회장도 분할 승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을 사들이다 결국은 흡수합병을 통해 건설부문을 모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 건설업황 어려운데도 실적은 좋네
사실상 삼성물산의 주력사업은 '건설'부문이다. 건설업계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삼성물산은 탄탄한 수준이다.
지난달 17일 공시한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영업이익이 1407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70.1% 증가했다. 매출액은 7조68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6.9%, 당기순이익은 883억원으로 206.7% 성장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건설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이다. 3분기 건설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3806억원, 98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7.4%, 143.2% 늘어났다.
시장에서는 이와 관련해 몽골 철도, 싱가포르 탄종파가 복합개발사업 등 해외프로젝트의 신규 착공이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조주형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양호한 3분기 실적과 수주성과를 감안할 때 2014년 실적개선 전망의 신뢰도가 매우 높아졌다"며 "이익이 더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시가총액 증가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삼성물산의 실적이 계속 좋아질 수 있을까. 박중선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13년 약 20조원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매출 총이익률은 8%대로 부진하지만 매출액 대비 판관비율의 감소, 관계사 공사 본격 착공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률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국내외 민간 발전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00년대 중반, 에너지사업 분야를 핵심 사업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고유가에 대응 가능한 대체에너지 확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까지 전개하고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은 동두천 IPP(민자발전) 건설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분율 35%를 가지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IPP 발전에는 지분율 17.5%를 갖고 EPC(설계·구매·시공)를 수행하며 극한지역에서 세계최대 복합화력발전을 지은 경험은 전력이 부족한 중동지역에서 성장잠재력을 키울 것”이라고 호평했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상 최대수주를 통한 매출과 이익 증가가 시작됐다”며 “향후 지배구조 이슈로 관계사 지분가치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애널리스트는 “2014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규모의 건설을 통한 외형성장으로 절대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사부문은 해외 에너지 및 자원투자의 효율성 제고로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