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철 기자
▲ 유병철 기자
최근 여의도에서는 '구조조정'이 일상이 됐다.
 
금융위기 이후 증권업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증권사마다 영업점을 줄이는 것은 다반사고, 계약기간이 몇달 남은 직원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하거나 말을 바꿔 '희망퇴직'을 받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한권사가 돈을 물 쓰듯 쓰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올해 초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연봉과 인센티브를 삭감한 대신증권이다.

올해 초 대신증권은 전국 20개 지점을 축소하는 지점 통폐합을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임원의 경우 1월부터 12월까지 연봉 30%를 삭감하고, 지점 직원의 경우 3월부터 12월까지 영업과 관련된 인센티브를 10% 내외로 줄이기로 했다.

이처럼 대신증권이 연봉과 인센티브를 깎는 고강도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것은 실적 때문이다. 

지난 5월 대신증권은 2012회계연도(2012.4~2013.3)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9억7837만원으로 전년대비 98.9%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172억원으로 79.6% 줄었다고 공시했다.

이어 올 회계연도 1분기 연결실적은 아예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7451억원, 영업손실과 순손실 규모는 각각 143억원, 54억원을 기록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이러한 상황이면 지출을 줄이는 것이 맞지만, 대신증권은 영업이익보다 더 큰 액수의 배당을 실시하는가 하면 고가의 미술품을 구매하고 M&A에 나서는 등 밖에서는 '큰손'으로서의 활동에 여념이 없다.

대신증권은 지난 5월 2012회계연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500원, 종류주 1주당 55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시가배당률은 각각 5.11%, 8.37%로 배당금 총액은 387억1988만원이다. 당기순이익(172억원)의 2.2배 이상을 배당금으로 사용해 배당성향이 225.5%나 된다.

이로 인해 내부 유보금도 급격히 감소했다. 2011년 초 6643억3400만원에 이르던 현금은 2년 연속 큰 폭으로 줄어 올 3월31일 기준 1252억1000만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양홍석 부사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10월1일 기준으로 9.95%에 불과하지만 '오너 증권사'라는 성향상 주주 친화적인 고배당 성향을 띠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실적 감소세가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늘린 것은 기업의 경영보다는 '주주 눈치보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같은 달 대신증권은 지난 2010년 작고한 프랑스 출신의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 '아이벤치'를 구매했다.

이 작품은 지난 1996~1997년에 짐바브웨산 화강암으로 제작한 것으로, 눈을 형상화한 벤치 모양의 작품이다. 부르주아의 대표작은 아니지만 세계 미술시장에서 200만달러(한화 약 21억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신증권 관계자는 "관련 부서에서 숙고 끝에 구매한 것"이라며 "시세에 비해 싸게 샀으며, 향후 본사의 신사옥을 짓게 되면 그 앞에 조형물로 놓으려고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좋은 작품으로 신사옥을 꾸미는 일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다. 안으로는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대면서 밖으로는 미술품을 사들이는 경영진을 보면서 직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뿐만 아니다. 최근 대신증권은 우리금융지주 자회사 매각건과 관련해 우리파이낸셜, 우리에프앤아이에 대한 예비입찰서를 제출했다.

현재 국내 대다수의 증권사들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거나 사실상 전환한 뒤 '숨 죽이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행동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대신증권은 위기상황인 지금을 기회라고 본 듯하다. 증권업계가 전반적으로 위기에 빠진 상황 속에서 직원들의 허리띠를 졸라맨 돈으로 미술품을 사들이고 M&A에 나선 대신증권의 '실험'이 '전통의 명가' 자리를 되찾는 데 과연 도움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