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vs 밴사 수수료 공방,

결제 가맹대행업체인 밴(VAN)사와 카드사간 수수료 줄다리기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6일 여신금융협회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밴시장 구조개선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카드업계 밴시장 구조개선'에 본격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국신용카드밴협회(이하 밴협회)는 "합의 없이 이뤄진 결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양측은 날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여신협회 개편안의 주요내용은 우선 거래당사자인 밴사와 가맹점이 직접협상을 통해 수수료를 산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카드사와 밴사가 밴수수료를 결정하기 때문에 밴사가 대형가맹점 유치를 위해 리베이트 경쟁을 하고 있고, 이로 인해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KDI는 직접협상을 통해 수수료가 결정되면 밴사간 자율경쟁으로 밴 수수료가 인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동수 KDI 금융경제연구부장은 "현재 밴수수료는 밴사와 카드사가 결정하고 정작 돈을 내는 주체인 가맹점이 배제된 상황"이라며 "밴사와 가맹점이 수수료를 직접 협상하면 리베이트의 필요성이 사라져 거래비용 절감과 밴사 간의 경쟁 촉진, 기술혁신 촉진 등에 따라 밴수수료가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에 따르면 현재 밴수수료는 건당 평균 113원으로, 이 중 밴사가 가맹점에 리베이트로 지급하는 금액은 30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 금액을 제외하면 평균 83원으로 수수료가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밴협회와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추정치에 불과한 단순 수치라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박성원 밴협회 사무국장은 "밴사는 카드사가 해야 할 가맹점 모집·관리, 카드승인, 매출전표 수거·보관 등의 업무를 카드사로부터 위탁받아 처리하는 회사다. 그런데 위탁 당사자인 카드사가 아닌 가맹점과 협상하라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직접협상을 할 경우 협상력이 큰 대형가맹점에만 유리하고 중소가맹점은 오히려 수수료 부담이 증가될 것"이라며 "따라서 가맹점과의 직접 계약에 따라 파생될 부가적인 업무비용이 결국 중소가맹점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영석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 사무국장도 "경쟁이라는 시장원리에 맡기면 밴수수료가 인하될 것이라는 막연한 추정을 입증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13개 밴사와 수천곳의 밴대리점들이 230만 카드가맹점과 서로 일일이 새로운 협상을 통해 수수료를 결정한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 밴사 반발…종이전표 수거 난항
 
다음으로 제시된 구조개혁 방안으로는 ▲종이전표 수거 효율화 ▲DESC(매출전표 미수거 방식)·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방식 전환 ▲모바일 가맹신청서비스 구축 등 각종 기술·업무 효율화 방안을 연내 시행하고 이를 통해 절감된 비용을 해당가맹점 수수료 단가인하로 연결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중 밴사의 반발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는 종이전표 수거다. 이는 밴사가 향후 매출 취소나 서명 위조 등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고객이 서명한 영수증을 수집하고, 이를 카드사에 제출해 전표 수거료를 지급받는 밴사의 주요업무 중 하나다.
 
여신협회는 개편안에서 종이전표를 수거하지 않을 경우 절감된 비용(건수×수거 단가)만큼 해당가맹점의 수수료가 인하돼 가맹점 입장에선 수수료 환급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신협회의 이 같은 계획도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 8월 현대카드는 밴업계 1위 한국정보통신(KICC)에 전표 매입 중단을 통보한 바 있다. 한국정보통신과 밴협회는 현대카드에 수차례 철회 요청을 하고 현대카드 본사 앞에서 항의집회까지 열었지만 요구는 관철되지 않았다. 현재 밴업계는 신용카드 가맹점에 현대카드 결제거부 가맹점임을 알리는 스티커 5만장을 배부하고, 우선 3만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점주들의 동의를 얻어 결제용 전산망에서 현대카드를 제외하는 '현대카드 결제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엄기형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장은 "전표 매입 수수료는 밴대리점의 최대 수입원"이라며 "수수료가 건당 정액제로 지급되는 구조여서 결제금액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밴업계를 상대로 무서명 거래나 전자서명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나오면 양 업계 사이의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카드 단말기 종류 따라 관리비용 차이
 
대형가맹점과 중소형가맹점은 가맹점 수수료와 별개로 어떤 카드단말기를 설치하느냐에 따라 비용 차이가 발생한다. 현재 밴사가 가맹점에 제공하는 카드단말기는 크게 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와 DDC(Draft Data Capture)로 나뉜다.
 
여신협회는 이번 개편안에서 EDI 방식과 NoCVM(무서명 방식) 확대를 통해 종이전표 수거비용을 줄이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소비자가 가맹점에서 카드를 사용할 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규모가 큰 가맹점의 단말기에서는 1장의 영수증이, 일반 중소형가맹점에서는 3장의 영수증이 나온다. 3장의 영수증이 나오는 기기는 DDC로 영수증 3장은 각각 소비자, 신용카드사, 가맹점 보관용이다. 이 기기에는 밴사의 역할이 크다. 가맹점이 보관하는 영수증은 밴사가 수거해 관리하는데 여기에서 용역비용이 발생한다.
 
영수증 1장이 나오는 기기는 EDI로, 주로 대형가맹점에 설치돼 있다. 대형가맹점은 처리해야 할 카드 승인 데이터량이 많은 데다 직접 처리하고 데이타화해 보관할 수 있는 역량이 되기 때문에 밴사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는다. 밴사에 내는 비용 역시 적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