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면한 '종달새' vs. 창의적 '올빼미'
서양 속담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는 속담이 있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침의 1시간이 낮의 3시간에 해당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제일 먼저 청소하는 사람이 밤에 잃어버린 돈을 줍는다'(The first sweep finds the money lost at night)는 속담도 이에 해당한다.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리듬에 따라 생활하는 아침형 인간이 더 건강할 뿐 아니라 부유해지고 현명해질 가능성도 크다는 인식이 대두되면서 의식적으로 아침형 인간이 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본 의사인 사이쇼 히로시가 저술한 '인생을 두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제목의 책(2003년 출간)은 '아침형 인간' 단어를 세상에 널리 확산시켰다. 미국 애틀랜타의 생리학자인 트레이시 마크스는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있는 방법 7가지'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저녁시간 중 한시간은 빼라. 그 시간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 시간대에 하기로 했던 일을 하지 말라 ▲아침식사를 충실히 하고 단백질 섭취를 늘려라. 커피 없이 잠 깨기 힘들다면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한 우유나 두유를 마셔라 ▲일단 일어나는 데 성공했으면 스스로에게 상을 줘라. 그리고 신문을 읽거나 좋아하는 블로그의 칼럼을 읽거나 명상을 하라. ▲아침에 일찍 일어남으로써 무엇을 얻게 되는지 상기하고 일찍 일어나는 것을 선택한 자신의 결단에 응원하고 스스로를 북돋워줘라 ▲해가 떠오를 때 운동하라. 아침 운동은 체온을 상승시켜주고 아드레날린 분비를 높여준다. 지방 연소와 칼로리 소비에 효과적이다 ▲사람 몸은 빛과 온도에 민감하므로 실내조명을 켜라. 햇빛이 몸을 깨우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저녁에는 라디오와 TV 등을 끄거나 볼륨을 줄여서 잠들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라. 
 
◆아침형이 좋을까, 저녁형이 좋을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은 '종달새형'으로, 밤에 활동하는 저녁형이나 야행성은 '올빼미형'으로 부르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사짓던 시절에는 해가 떠 있는 동안에만 밭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침에 부지런해야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더 잘 살 수 있었다. 모든 가족이 으레 아침에 따끈한 밥을 먹었던 때라 전기밥솥이 없던 시절에는 주부가 밥 짓기 위해서라도 새벽 일찍 일어나야 했다.

하지만 주거양식과 문화, 생활패턴이 상당히 달라진 지금은 새벽의 의미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힘들고 주요 활동시간대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어떤 유형으로 생활하는 게 좋은지는 필요성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각자의 선천적 성향, 체질, 환경에 순응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찍 공부할 때 능률이 잘 오르는 사람도 있고, 어두운 밤에 공부할 때 암기가 잘되고 학습내용도 더 잘 이해되며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오는 사람도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대 연구진이 10대 청소년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었다. 올빼미형이 종달새형에 비해 귀납추리능력과 문제해결능력에서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귀납추리는 개별 사실에서 보편적 법칙을 추리해내는 능력을 말하는데 혁신적 사고, 고소득 직업군과 연관성이 강하다. 사회적으로 성공해 높은 소득을 올리게 해주는 능력인 셈이다.

런던정경대 연구진도 올빼미형의 지능이 종달새형보다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바 있다. 인간은 낮에 일상적인 일을, 밤에 독창적인 일을 하면서 진화됐기 때문에 똑똑한 사람일수록 더 늦게까지 깨어있도록 발달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반대의 연구결과도 있다. 영국 로햄턴대 연구팀이 성인 1068명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에 비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비만해질 확률이 높으며 아침형 인간이 더 날씬하고 평소의 행복감도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북텍사스대의 켄드리 클레이 교수는 아침형 인간이 사려 깊고 집중력이 높으며 협력을 잘하는 경향이 있어서 올빼미형에 비해 더 높은 성적을 거둔다고 발표했다. 심리학자 마리나 지암니에트로 등은 올빼미형 인간이 종달새형 인간보다 신뢰도가 떨어지고 감정적으로 더 불안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고 중독에 취약해 흡연과 음주에 집착하는 경향이 높다고 지적했다. 아침형 인간은 귀가시간이 규칙적이고 빠른 편이며 음주를 하더라도 밤이 깊어지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중독성 강한 게임이나 도박 등도 아침형 인간은 멀리하는 경향이 있고 가정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아침형 인간이 저녁에 일하면?

성장하는 어린이는 수면시간 동안 성장 호르몬이 대량 분비된다. 평균 밤 10시부터 오전 2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비되므로 밤늦게 자는 습관은 키 크는데 방해된다.

어른도 세포재생작용이 가장 활발한 밤 10시부터 오전 2시 사이에 수면을 취하는 것이 모발 성장에 도움이 된다. 세포분열에 의해 모발이 자라기 때문에 밤 새워 일하면 체질 및 노화현상과는 관계없이 정상적인 사람에게도 탈모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 암연구소에서 여성 암환자 7000여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직장에서 야근을 자주하는 여성일수록 유방암 발병 위험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야근을 자주하는 여성 중 아침형 인간이 저녁형보다 유방암 발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서리대학의 데브라 스키니 교수는 개개인의 생체시계와 근무시간대의 차이가 벌어질수록 인체에 암과 같은 나쁜 영향이 커진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결과로 해석했다.

선천적으로나 체질적으로 아침형 인간도 있고 올빼미형 인간도 있다. 생업의 형태나 환경에 의해서 스스로 선택의 여지없이 아침형 또는 올빼미형으로 살아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적으로는 주어지는 여건에 어느 정도 적응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개인적 성향 및 체질이 뚜렷하고 그것이 실제 생활패턴과 어긋난다면 컨디션이 아무래도 떨어지게 된다. 예컨대 아침형 인간이 전혀 아닌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할 경우 아침형 인간에 비해 오전에 컨디션이 떨어지고 때로는 커피를 과다복용해 커피 중독이 되기도 한다.

반면 올빼미형 인간이 아님에도 밤 12시가 넘을 때까지 근무해야할 경우에는 밤에 일하면서 감정상태가 나빠지게 된다. 어떤 사람은 10년 동안 유흥점을 경영하면서 거의 새벽까지 일해왔는데 감정기복이 심한 편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가게 수입이 크게 줄어들어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접고 아침에 문 열고 밤에 문 닫는 업종으로 바꿨는데 그동안 심했던 감정기복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도 선천적으로 아침형 인간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부부 두사람 중 한사람은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고, 또 한사람은 전형적인 올빼미형 인간인 경우도 있다. 이런 것까지 맞춰서 결혼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어긋나면 생활상 다소 불편함이 있다.
 
남편은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지만 아내는 정반대인 경우 아내가 전업주부임에도 늦게 일어나기 때문에 남편은 아침밥을 먹고 출근하기 힘들 것이다. 이 경우 아침에 반드시 밥을 먹어야하는 남편이라면 불만을 갖게 된다.

또 아내는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 남편은 정반대일 경우 신혼임에도 밤에 부부관계를 잘 갖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남편이 밤늦게 집에 들어오면 아내는 일찌감치 자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필자의 동창도 결혼한 후 생활하는 시간대가 서로 크게 달라 얼굴 볼 시간이 별로 없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근면한 '종달새' vs. 창의적 '올빼미'

◆두 유형 중 우월성 따지는 건 무의미

아침형과 저녁형 인간에게 맞는 직업군도 차이가 있다. 러보러대학의 심리생리학 교수인 짐 혼 박사는 아침형 인간의 경우 공무원, 회계사 등이 많은 반면 저녁형 인간은 시인, 예술가, 발명가 등 외향성 창조적 직업군이 많다고 분석했다.

통상 오후 10시 전에 잠자리에 든다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토머스 에디슨, 나폴레옹 등은 대표적 아침형 인간이다. 오전 4시30분에 기상한다는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과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도 아침형 인간이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진화론을 창시한 찰스 다윈, 엘비스 프레슬리 등은 올빼미형으로 알려졌다. 역대 미국 대통령에 아침형과 저녁형이 모두 포함된 것을 보더라도 두가지 유형을 구분해 우월성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는 듯하다.

다른 사람에게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습관도 나에게는 효율이 낮을 수도 있다. 따라서 본인에게 효과가 좋은 습관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여러 연구결과를 전체적으로 종합하고 주변인을 보면서 경험적으로 판단해도, 기상시간과 수면시간에 가장 좋은 법칙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시간대든 깨어있는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것이 최선일 듯싶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