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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김 회장은 잇단 인수합병으로 2007년 27개 수준이었던 그룹 계열사 수를 64개까지 부풀렸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재무여건 호전을 위해 몸집을 추스를 때도 외형 확장에 매달리는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주요 계열사 매각’이라는 그의 결정은 급성장한 몸집으로 마주하게 된 재무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선 ‘벼랑 끝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알짜배기까지 내놓은 ‘김 회장’
김 회장은 3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 오는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완전히 졸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알짜배기인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을 매각하겠다는 자구책까지 내놨다.
김 회장은 1997년 동부하이텍을 설립하며 시스템반도체라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당시 주위 만류도 있었지만 그의 결단을 막진 못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을 때도 김 회장은 사재 3500억원을 출연하면서 동부하이텍을 지켜냈다. 하지만 그토록 애지중지했던 동부하이텍은 그룹의 재무리스크로 인해 결국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된다.
동부메탈도 그가 아끼는 계열사인 건 마찬가지다. 동부메탈 동해공장은 김 회장의 부친인 김진만 전 국회 부의장이 운영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 입장에서는 어쩌면 동부메탈의 매각 결정이 동부하이텍보다 더 힘들었을 수도 있다.
이외에도 김 회장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항만, 동부발전당진 지분,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동부팜한농 유휴부지 등까지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그야말로 초고강도 자구책을 내놓은 셈이다.
◆초고강도 자구책에 시장 반응 ‘긍정’
김 회장이 ‘고육지책’을 꺼낸 만큼 동부그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알짜배기 계열사를 내놓은 배수진은 유동성 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고 시장 신뢰 회복에도 긍정적일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김 회장은 1000억원의 사재 출연을 통한 증자 참여를 결정하며 의지도 분명히 했다. 실제로 김 회장의 선제적이고도 규모가 큰 자구책에 시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동부그룹의 자구책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18일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동부그룹 등 현안 기업들의 자구계획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김 회장은 그룹 자구책 추진으로 당분간 ‘체질 강화’에 올인할 계획이다. 향후 금융, 철강, 전자, 농업·바이오 등 4대 주력분야를 중점적으로 키워나갈 예정이다.
머니위크 박성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