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는 딴 나라 얘기인 돈 몰리는 펀드
6조1043억원. 지난 8월28일부터 45일간 이어진 주식형펀드 환매로 빠져나간 자금규모다. 최장기간 이어진 펀드 환매인 만큼 그 규모 역시 막대하다. 이렇게 주식형펀드를 이탈한 자금은 어디로 이동했을까.

과거에는 주식형펀드 환매가 이어지는 동안 주로 단기운용상품인 CMA로 자금이 순유입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CMA 자금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동양증권 사태 여파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펀드를 빠져나간 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펀드에 재투자 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로 일부 펀드에는 주식형펀드 환매랠리가 시작된 8월 이후 되레 자금이 유입됐다. 자금이 유입된 펀드의 유형은 제각각이었다. 특정펀드에 자금이 몰리지 않고 다양한 유형에 자금이 유입된 데 대해 전문가들은 펀드 유형보다는 수익률을 보고 재투자를 결정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에 돈 몰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공모형 주식형펀드 중 8월 이후 지난 11월11일까지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건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이다. 이 기간 동안 3815억원의 자금이 새로 유입됐다.

신영밸류고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은 말 그대로 배당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배당주는 꾸준히 배당하는 기업의 주식으로 시가대비 현금 배당수익률이 시장 평균이나 금리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특징이 있다. 이 덕분에 최근 자금 유입 역시 늘어났다는 게 신영자산운용 측의 설명이다.

신영자산운용 측은 "가치주와 배당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운용 특성상 우량 우선주가 주로 편입돼 있는데 올 상반기 우선주가 강세를 보인 덕분에 신영밸류고배당증권펀드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올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영밸류고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에는 우선주가 주요자산에 대거 편입돼 있다. 지난 8월 발행된 운용보고서 기준으로 현대차우선주와 현대차2우B, LG화학우선주, LG전자우선주 등에 투자 중이다.

수익률도 우수하다. 이 펀드는 연초이후 18.23%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며, 최근 1년 수익률은 20%를 상회한다. 지난 8월 발행된 운용보고서 기준 현대차우선주와 현대차2우B, LG화학우선주, LG전자 우선주 등이 자산으로 편입돼 있다.

다음으로 많은 자금이 유입된 펀드는 '한국밸류10년투자밸런스증권투자신탁 1(주식)(모)'로 8월 이후 649억원이 들어왔다. 한국밸류자산운용 담당자는 펀드 환매 러시에 유입된 자금은 대부분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설정된 지 이제 막 1년을 넘긴 터라 개인투자자에게 덜 알려진 데다 기간별 수익률 정보도 많지 않아 개인투자자들의 투자비중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펀드 운용방식이 개인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라 판매처인 증권사에서 상세한 설명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않다는 것이 한국밸류자산운용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밸류10년투자밸런스증권투자신탁 1(주식)(모)에 포함된 밸런스는 조화를 의미하는 'Balance'가 아닌 'Valance'로 가치를 의미하는 'Value'와 'Balance'의 합성어다. 이름에서처럼 저평가된 가치주에 장기투자하면서도 일반 주식형펀드처럼 경기사이클을 반영해 적극적인 매매전략을 펼치겠다는 게 이 펀드의 운용전략이다.

이를 기반으로 이 펀드는 연초이후 7%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며, 1년 수익률은 15%를 웃돈다. 펀드 환매가 시작된 8월부터 11월19일까지 6%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환매'는 딴 나라 얘기인 돈 몰리는 펀드

 
같은 레버리지펀드에서도 자금 유출입이 나뉘어

NH-CA자산운용의 'NH-CA코리아2배레버리지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도 같은 기간 472억원의 자금이 신규 유입됐다. 특이한 점은 같은 레버리지펀드인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모)'에서는 오히려 이 기간에 3436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는 점이다.

레버리지는 주가가 상승할 때 유리한 펀드로 주가상승률보다 1.5~2배 정도 수익률을 더 올리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그만큼 주식이 하락할 때는 큰 폭의 손실을 볼 수 있는 고위험·고수익 상품군에 해당한다.

두 펀드는 수익률 측면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없다. NH-CA코리아2배레버리지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과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의 수익률은 8월 이후 각각 12.52%, 10.14%를 기록했다.

굳이 차이를 찾자면 운용방식이 조금 상이하다. '1.5배 레버리지'의 경우 코스피200지수 일일등락률의 1.5배를 벤치마크하며 코스피200주식과 코스피200선물을 투자자산으로 한다. 반면 '2배레버리지'는 코스피200지수 일일등락률의 2배를 벤치마크하며 투자자산으로 레버리지 ETF를 추가로 담았다.

하지만 이러한 운용방식이 자금 유출입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NH-CA자산운용측은 설정기간이 작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NH-CA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 4월 설정된 NH-CA코리아2배레버리지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의 경우 아직 설정된 지 1년이 채 안된 펀드여서 차익실현을 위한 환매보다 자금 유입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주펀드의 약세 전환

그동안 수익률이나 자금유입 측면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그룹주펀드는 약세를 보였다. 특히 삼성그룹주에서는 많은 자금이 빠져나갔다. 'KB한국대표그룹주증권자투자신탁(주식)(운용)'과 '삼성코리아대표증권투자신탁 1[주식]'에서는 8월 이후 각각 2044억원, 1817억원이 빠져나갔다. 삼성그룹에 주로 투자하는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 2(주식)(모)'에서도 2593억원이 이탈했다.

삼성그룹주펀드의 수익률 역시 부진하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 2(주식)(모)'는 연초이후 -3%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수익률이 부진한 건 다른 삼성그룹주펀드도 마찬가지다.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 1[주식](A)'와 'IBK삼성그룹증권자투자신탁[주식]A'도 -3%를 기록 중이며, '동양모아드림삼성그룹증권자투자신탁 1(주식)A'는 –5.44%를 기록했다.

이대희 하이투자증권 상품전략팀 선임차장은 "그룹주펀드 중에서도 유난히 삼성그룹주펀드의 약진이 이어졌는데 우선 주식형펀드 전반에 걸쳐 환매가 발생한 데다 삼성그룹의 성과가 기대보다 나빴던 게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주식시장의 흐름이 대형주가 아닌 중소형주에 맞춰진 것도 삼성그룹주펀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게 이 선임차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하반기 시장의 흐름이 다시 대형주로 옮겨가 상반기 부진이 어느 정도 상쇄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삼성그룹주에 신규로 투자하는 것보다는 향후 삼성전자의 실적 등을 지켜본 후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