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4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내 최초의 펀드 슈퍼마켓인 ‘펀드온라인코리아’의 창립총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김영호 트러스턴자산운용 대표, 윤수영 키움자산운용 대표, 신용인 KG제로인 대표,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 조용병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김영세
지난 9월24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내 최초의 펀드 슈퍼마켓인 ‘펀드온라인코리아’의 창립총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김영호 트러스턴자산운용 대표, 윤수영 키움자산운용 대표, 신용인 KG제로인 대표,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 조용병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김영세
지난 9월24일 공식 출범한 펀드온라인코리아가 내년 초에 펀드 슈퍼마켓 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펀드 슈퍼마켓은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저렴한 '펀드몰'이다. 이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공모펀드를 살펴보고 가입조건과 수수료, 수익률 등을 비교한 후 마음에 드는 펀드를 고를 수 있다. 다양한 펀드를 취향별로 저렴하게 고를 수 있는 '대형할인마트'인 셈이다.

세계적으로는 이미 다양한 펀드 슈퍼마켓이 출범한 상태다.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펀드 슈퍼마켓인 찰스스왑(Charles Schwab)의 '원소스'(OneSource)는 1990년에 설립됐으며, 영국의 대표적인 온라인펀드 슈퍼마켓인 '코펀즈'(Cofunds)는 지난 2001년 문을 열었다.

국내에서는 내년 초(1월~3월 사이) 출범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초대 대표로 차문현 전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사이트가 열리지도 않은 '슈퍼마켓'에 대해 우려를 쏟아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 모든 펀드가 한눈에…낮은 수수료도 장점

투자자 입장에서 펀드 슈퍼마켓의 가장 큰 장점은 시중에 출시되는 모든 공모펀드를 한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은행이나 증권사 등의 지점에서 '모든' 펀드를 가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각 증권사들이 일종의 '펀드몰'을 열고 온라인으로 펀드를 판매하고 있지만 A회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B사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펀드에 가입하려면 여러 사이트를 찾아봐야 하는 불편함이 따랐다.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부분도 큰 장점이다. 펀드온라인코리아는 원칙적으로 펀드가입 시 받는 선취수수료를 면제하고 판매보수 또한 오프라인 펀드에 비해 3분의 1 수준만 받을 계획이다.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는 "일반 창구에서 펀드에 가입할 때와 비교해 펀드보수를 절반 이상으로 확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 수수료가 저렴한 온라인펀드에 대한 니즈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체 공모펀드 가운데 온라인펀드의 비중은 아직 1.04%에 불과하지만, 성장률은 단연 차이가 있다.

국내 공모펀드 판매잔고는 지난 2010년 189조원에서 지난 9월 현재 179조원으로 성장률이 연평균 -1.8%를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전용펀드는 1조4000억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연평균 9.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성장·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수수료를 조금이라도 낮추는 것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 펀드 슈퍼마켓이 활성화되면 경쟁을 통해 업계 수수료가 전반적으로 인하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펀드 슈퍼마켓 '코펀즈'
영국 펀드 슈퍼마켓 '코펀즈'
 
◆ "문도 안 열었는데…" 쏟아지는 우려들

업계에서는 펀드 슈퍼마켓이 국내에서 단기간에 자리잡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우선 개인투자자들이 펀드를 구매할 때 직접 증권사나 은행 등을 방문해 가입하는 '대면채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원재웅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펀드 슈퍼마켓이 증권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개인투자자들은 펀드를 구매할때 대면채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증권사들이 온라인펀드를 판매하고 있지만 전체 비중은 1% 수준도 안된다"며 "이는 아직 개인소비자들의 펀드에 대한 이해도나 구매여력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펀드 슈퍼마켓 측도 이러한 시장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인 성장'을 추구할 방침이다. 지난 9월 펀드온라인코리아 창립총회에서 차 대표는 "처음에는 온라인펀드 슈퍼마켓이 낯설겠지만 어떤 시점이 지나면 사용자가 증가할 것"이라며 "출범 3년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해외의 펀드 슈퍼마켓 역시 단기간에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영국 코펀즈의 경우 2001년 설립됐음에도 2007년 이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미국의 원소스도 전체 펀드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이 6%를 넘기까지 10여년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인터넷 활성화와 기술발전 등을 이유로 들며 국내 온라인펀드 슈퍼마켓이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빠른 속도로 활성화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러한 펀드 슈퍼마켓의 도입은 시기적 안착 여부를 떠나 펀드채널의 확대라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를 갖는다.

원재웅 애널리스트는 "펀드 슈퍼마켓 도입은 장기적으로 펀드시장 활성화와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으론 이 같은 슈퍼마켓의 등장으로 인해 펀드 판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대중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략연구실 수석연구원은 "펀드 슈퍼마켓 도입으로 인해 온라인펀드 판매시장이 활성화되는 등 국내 펀드 판매채널의 다양성이 제고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펀드는 대표적인 투자자문형 금융상품으로, 주가지수 인덱스펀드 등 일부 유형의 펀드를 제외하고는 적절한 투자자문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온라인펀드 판매시장의 도입으로 인해 판매보수와 수수료 인하 등 가격경쟁이 심화될 경우 기존 판매채널의 투자자문서비스 등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