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도전 과제에 따른 결과물까지 바라기란 무리였던 것일까. 한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쿠페 차종들은 연간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친 판매량을 나타내며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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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현대·기아차의 쿠페 전략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는 꽤나 담담한 반응이다. 오히려 국산차 쿠페시장을 개척한 의미가 크다며 태연한 만족감마저 보이고 있다. 과연 이대로도 현대·기아차의 쿠페 전략 전선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지, 그 성과를 분석해보고 미래를 진단해봤다.
◆"쿠페 라인업 강화 원년" 넘쳤던 자신감
현대·기아차가 보유한 쿠페 라인업은 총 세 종류다. 지난 2009년 출시 이후 지난달 2014 버전까지 이어지고 있는 제네시스 쿠페와 더불어 올 4월 아반떼 쿠페, 9월 K3 쿱까지 주력 모델들의 파생 상품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아반떼 쿠페는 중형급 누우 2.0GDi 엔진을 탑재한 스포츠 쿠페로 최고출력 175마력, 최대토크 21.3㎏·m에 리터당 12.4㎞의 연비를 갖췄다. 2도어 타입의 차별화된 외관 디자인을 통해 쿠페형 차종의 역동성을 강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출시 당시 “아반떼 쿠페는 역동적인 주행성능, 높은 연비와 뛰어난 경제성, 차별화된 스타일을 찾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연간 5000대라는 판매 목표도 발표했다. 첫 준중형 쿠페 파생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아반떼의 명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목표치라는 반응이었다.
K3 쿱은 기아차가 지난 2009년 선보인 포르테 쿱 이후 4년 만에 출시하는 후속 모델로, 국내 쿠페시장의 대중화를 이끈 포르테 쿱의 성공 신화를 재현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아차의 야심작이다.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7.0㎏·m의 터보 모델을 선보여 제대로 된 스포츠쿠페가 국내에서도 탄생했다는 평을 얻었다.
특히 국내 준중형 유일의 '프레임리스 도어'(Frameless Door, 양쪽 2개 문의 유리창 윗부분에 프레임이 없는 형태)를 적용해 차급을 넘어서는 고급감을 구현했으며, HID 헤드램프와 LED 주간주행 등을 통해 개성 있는 외관 디자인을 완성했다.
서춘관 기아차 국내마케팅실 상무가 신차발표회 당시 “K3 쿱을 연간 7000대 판매하겠다”고 말한 까닭도 그만큼 K3 쿱에 자신감이 있단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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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반응 아직은 '미지근'
그렇다면 자신만만한 판매 목표량과 함께 최고의 기술력과 디자인을 집약해 탄생시켰다는 쿠페 차종들의 성적은 어떨까. 판매 초기이긴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꽤나 미지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가 자체 집계한 2013년도 판매량(11월26일 기준)에 따르면 제네시스 쿠페가 359대, 아반떼 쿠페 354대, K3 쿱 330대를 판매했다. 출시 시점을 감안하면 K3 쿱이 월 평균 110대로 그나마 가장 인기가 높은 편이고 아반떼 쿠페 44대, 제네시스 쿠페 32대 순으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흐름으로는 일년을 꼬박 채운다 해도 아반떼 쿠페는 연간 판매 목표의 10%에 불과한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아반떼의 명성에 먹칠만 한 채 한순간의 파생 상품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조금 더 나은 편이라는 K3 쿱도 연간 판매 목표의 20%에도 못 미치는 판매량 흐름이다. 전신인 포르테 쿱 역시 2009년 출시 첫해 3627대, 2010년 7859대 판매되다가 지난해 2200대로 감소하며 하향 곡선을 그린 터라 K3 쿱이 반전을 꾀할 수 있을 지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가장 오래된 제네시스 쿠페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출시 첫해인 2009년 7011대 판매 이후 연간 3000대 이상 판매고를 올린 적이 없다가 지난해 1262대로 추락, 올해는 그 반의반으로 줄어들어 인기 하향세가 두르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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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이 파느냐는 중요치 않다”
사실 쿠페는 문이 2개인데다 뒷좌석까지 좁아 중·대형 차종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 때문에 시장의 규모 역시 ‘쿠페의 불모지’라 불러도 될 만큼 형편없이 작았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가 험난한 ‘쿠페 도전기’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수입차시장의 확대에 따른 대응 측면이 가장 커 보인다. 수입차는 그동안 흔하게 봐왔던 국산차량들과는 달리 차별화된 디자인과 다양한 라인업 등을 무기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쿠페 차종의 가장 큰 덕을 본 업체는 역시 수입차업계 1위 BMW다. 무려 6종의 쿠페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쿠페의 인기 상승과 함께 올 1~10월까지 BMW는 국내에서 2만8027대를 판매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15.8% 늘어난 규모다.
BMW는 내년에도 상반기 2시리즈 220d 쿠페, 235i쿠페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메르세데스-벤츠는 더 뉴 E클래스 쿠페와 카브리올레를 판매 중이며, 최근 롤스로이스도 레이스를 선보이며 수입차 쿠페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최근 수입차 판매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동시에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면서 “뛰어난 퍼포먼스와 국내시장에 적합한 다양한 편의 및 안전 사양을 장착했음에도 수입차 대비 합리적 가격을 갖췄기에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입차의 인기와 맞물린 얘기겠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의미도 크다. 비록 판매량에선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불모지와 같았던 쿠페시장을 개척한다는 상징성과 다양한 라인업으로 소비자 만족감 극대화라는 측면에서 마케팅을 지속해나가겠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입장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쿠페 차종들은 많이 팔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얼마나 많이 판매하느냐 보다는 요구가 다양해진 고객의 만족감을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