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는 사람, 기업 더 나아가 국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와 글로벌기업들이 한결같이 R&D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앞으로 R&D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흘러갈까. 또 R&D 투자로 본 미래의 유망산업으로는 어떤 것들이 꼽힐까.
김동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R&D 동향을 통해 본 미래유망산업'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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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회의 모습을 그려보라
미래 유망 R&D 분야를 꼽기 위해서는 우선 미래사회의 변화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 중요하다. 인류의 역사는 사회적 가치와 기술의 발전 등 핵심 동인에 의한 패러다임으로 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나오기 전까지 인간의 사고 속에 우주의 중심은 지구였다. 모든 천체는 지구를 중심으로 운행한다고 믿었다. 또 인간보다는 신 중심의 가치관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De revolutionibus orbium coelestium)가 유럽사회에 널리 보급되면서 인간중심 사상이 싹트게 된다.
훗날 지동설을 부정한 티코 브라헤의 조수였던 케플러가 케플러 법칙을 발견하고,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지동설을 입증하게 된다. 그리고 뉴턴이 1665년 만류인력법칙을 발견해 지동설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르네상스(부활)시대에서 17세기 이성의 시대,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된다.
이처럼 역사적 사건을 통해 미래사회의 변화를 예상해볼 때 현재의 기술발전과 사회적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사회는 지식·창조 기반 경제사회로 정보통신(ICT)기술 발전에 따른 창의성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융합이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이종산업 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기술이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김동한 연구원은 "소프트웨어시장은 2010년 기준 11조달러로 반도체시장의 3배, 휴대폰시장의 6배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라며 "이것만으로도 IT산업 내에서 소프트웨어산업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요인은 인구구조의 변화다. 미래사회는 고령화·저출산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에너지·자원 확보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인류 건강 및 생태계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대한 과제들도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인간 뇌 프로젝트(HBP)처럼 헬스케어산업과 로봇산업 수요가 급격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과거에는 글로벌 헬스케어 육성을 위해 해외환자 유치에 집중했다면 미래에는 고급 의료인력 배출,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융합, 수술 로봇 활용 확대 등 병원 수출이 글로벌 헬스케어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에너지 및 광물 자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를 확보하기 위해 각국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셰일가스 등 비전통 에너지 개발 확대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전략 변화와 에너지시장 다변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 자동차 역시 미래의 R&D산업을 이끌 핵심 분야로 인정받고 있다.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 가솔린·디젤 자동차에 대한 고연비·경량화 기술 등이 끊임 없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전기자동차(EV)와 연료전지차(FCV), 하이브리드차(HEV) 등 친환경 자동차의 진화로 연결될 수 있다. 여기에 그래핀(Graphene) 등과 같은 신소재 기술도 주목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김 연구원은 "사회적 가치 변화 속에서 정부·민간기업의 R&D 투자가 결정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과학기반 창조적 혁신도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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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투자국가 미국이 '선도'
그렇다면 선진국 등 글로벌 국가들의 R&D 투자현황은 어떨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지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국가별 현황을 분석해 발표한 '유럽 산업 R&D 투자 스코어보드'(EU Industrial R&D Investment Scoreboard) 순위 결과를 보면 지난해 글로벌 R&D 투자규모(기업 기준)는 4940억유로로 2004년(3280억유로) 대비 50.7% 성장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 65.9%, 유럽연합(EU) 44.7%, 일본 11.2% 순이다. 이를 연평균 증가율로 보면 매년 5.3%씩 성장했다는 의미다.
괄목할 만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해 6.5%의 연평균 R&D 투자성장률을 달성했다. 미국의 정부 R&D 예산은 고용창출 및 혁신활동 관련 첨단제조업 등에 우선순위를 두고 에너지 및 기초과학을 중심으로 배정됐다.
R&D 연평균 성장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1.3%를 기록한 일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식 디플레이션, 즉 저성장의 장기화 국면이 지속되는 이유는 R&D 투자부족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8년 동안 지역별 R&D 투자 증가율과 영업실적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보면 R&D 투자에 대해 소홀했던 일본기업들의 수익성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
일본은 2005~2007년 R&D 투자가 연간 5~6%씩 증가세를 나타냈을 당시에는 수익성이 7%대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본기업들은 전체 지출 가운데 R&D부문에 대한 투자를 크게 줄이면서 R&D 지출 감소율이 낮은 미국이나 EU 기업들에 비해 영업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EU는 2009년 R&D 투자가 3~4% 소폭 하락한 경우를 제외하고 연평균 5~6%의 양호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암, 에이즈 등 질병치료기술, 미래 인터넷 및 네트워크 등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기초과학 및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 등으로 EU지역의 기업들은 미국기업(14~15%)들과 마찬가지로 10~13%가량의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 그 결과 양호한 유동성을 통해 재차 R&D 투자를 강화하면서 지속 성장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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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별 R&D 투자 증가율 소프트웨어 1위
주요국가의 R&D 투자증가율 현황을 살펴보면 소프트웨어 분야가 유일하게 두자리 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소프트웨어 투자증가율은 전년대비 11.8%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산업엔지니어링(9.8%), 자동차·부품(8.9%), 하드웨어장비(8.8%)순이다.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연구개발 투자지출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R&D 집중도는 제약·바이오 14.4%, 소프트웨어 9.9%, 하드웨어장비 7.9% 순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흐름을 볼 때 소프트웨어와 자동차·부품, 헬스케어, 우주항공 등이 미래 유망산업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유럽연합(EU)의 경우 자동차·부품(14.4%)이 가장 높은 R&D 투자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어 소프트웨어 14.2%, 산업엔지니어링 12.3%를 차지했다. R&D 집중도는 하드웨어장비 14.5%, 제약·바이오 13.9%, 소프트웨어 12.6% 순인 가운데 자동차·부품산업은 R&D 집중도가 5.1%에 불과했다.
하지만 EU의 경우 자동차·부품산업의 R&D 투자증가율이 가장 높아 활발하게 투자하는 분야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2011년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일본 완성차업체들이 주춤한 사이 폭스바겐, BMW, 벤츠 등 유럽 완성차업체들이 글로벌 자동차산업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미국의 R&D 투자증가율은 하드웨어장비(14.8%)가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소프트웨어 12.6%, 산업엔지니어링 9.4%, 헬스케어 8.5% 순으로 나타났다. R&D 집중도는 제약·바이오 15.8%, 소프트웨어 11.5%, 하드웨어장비 8.8%, 레저용품 5.3% 순이다.
일본은 자동차·부품 6.4%, 헬스케어 4.9%, 제약·바이오 4.8% 순으로 R&D 투자증가율이 높게 조사됐다. R&D 집중도는 제약·바이오 13.2%, 레저용품 6.7%, 하드웨어장비 6.1%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일본은 전통적인 자동차·부품산업의 강세 속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흐름에 따라 헬스케어산업이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일본에서는 고령화로 인해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간호로봇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