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업계 최대 라이벌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에일맥주 시장에서 또 한번 진검승부를 벌인다. 하이트맥주가 지난 9월 에일맥주를 출시한 데 이어, 오비맥주도 내년 초 출시를 예고하며 맞불을 놓은 것.
두 업체의 잇따른 에일맥주 시장 진출은 '국산맥주는 맛없다"는 세간의 평가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말부터 계속 지적된 "맥아 함량이 적어서 맛이 싱겁다"는 등의 평가에 대해 두 회사는 억울함을 표했지만 라거맥주 일변도여서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수긍했었다.
당시 양사는 "소비자가 라거맥주를 더 선호한 탓에 라거맥주 출시에 주력한 것이지 기술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며 "맥주시장이 보다 성숙하는 것을 기다리며 에일맥주의 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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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의 에일맥주 출시경쟁은 수입맥주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으로도 풀이된다. 국산 맥주가 맛 없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수입맥주는 판매량이 크게 늘며 반사이익을 누려왔다. 실제 수입 프리미엄맥주 시장은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해 현재 전체 맥주시장의 7.6%(매출액은 13.6%)를 차지하고 있다.
◆ 하이트진로 "퀸즈에일로 시장 선점" 고삐
에일맥주 출시에 신호탄을 쏜 것은 하이트진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9월 '퀸즈에일'(Queen's Ale)을 선보이며 경쟁사인 오비맥주보다 한발 앞서 에일맥주를 출시했다. 이러한 선점전략에는 경쟁사인 오비맥주보다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하이트진로는 올해부터 하이트맥주와 진로소주의 통합영업을 시작했지만 이렇다할 시너지를 내지 못한 채 맥주 점유율에서 오비맥주에 선두자리를 내줘야 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이번 퀸즈에일 출시와 관련해 "지난 80년간 라거맥주만 생산하다가 새로운 타입의 맥주를 선보였다"며 "경쟁사(오비맥주)도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먼저 시장에 출시한 만큼 에일맥주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퀸즈에일은 100%보리(맥아)를 원료로 깊은 맛을 살리고 3단계에 걸친 아로마 호프 추가공법인 '트리플 호핑 프로세스'를 적용해 에일맥주 특유의 과실향과 아로마 향을 진하고 풍부하게 낸 것이 특징이다. 진한 에일 특유의 풍미를 살린 '엑스트라비터'와 쌉싸름한 베이직 스타일의 '블론드' 두 종류로 판매 중이다. 일단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하이트진로 측에 따르면 지난 9월 출시한 이 맥주의 10월 판매량은 전달에 비해 52% 상승했다. 맥주 전문 블로거들의 맛 평가 역시 호불호가 갈리나 대체로 긍정적이다.
하이트진로 측은 "소비자들이 라거맥주의 청량감에 길들여져 탄산이 덜하고 상대적으로 묵직한 맛의 에일맥주에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라며 "소맥으로 제조해서 마시기보다는 한잔 한잔 음미하면서 마시는 맥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격이 수입맥주와 비슷한 점은 퀸즈에일이 가진 맹점으로 지적된다. 출고가 기준 1900~2500원으로 수입맥주와 비교해 가격 부담이 결코 덜하지 않다는 것.
이영목 하이트진로 상무는 "수입맥주보다 저렴하지 않지만 이는 그만큼 품질력을 자신한다는 얘기"라며 "수입맥주가 수개월간 운송하는 동안 신선도와 맛이 떨어지는 반면 퀸즈에일은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마실 수 있는 맥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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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중 기하는 오비맥주
연내에 에일맥주를 출시하겠다던 오비맥주는 일단 신중한 모습으로 돌아섰다. 당초 계획을 수정해 내년 초로 출시일정을 미룬 것. 오비맥주 측은 경쟁사의 한발 앞선 출시에도 오히려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출시를 눈앞에 뒀지만 10여가지 리큐르 중 어떤 것을 상품화할지 내부의견이 엇갈려 보다 정교하게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며 "리큐르에 따라서 제품의 콘셉트는 물론 이미지, 패키지 등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에 출시 일정을 다소 늦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에일맥주 출시가 늦어진데 대해 회사 매각설이 다시 고개를 든다.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신상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등이 매각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비맥주의 대주주인 KKR(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은 내년 중 오비맥주를 매각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매각설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면서도 "출시가 늦어진 것과 오비맥주의 매각을 관련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했다.
◆ 직격탄 맞은 하우스맥주
대형 맥주회사가 앞다퉈 에일맥주를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이어서 소비자의 선택 폭이 커진 반면, 소규모 양조장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에일맥주는 대형 냉장시설이 갖춰져야 하는 라거맥주 제조와 달리 소규모 양조시설에서도 제조가 가능해 하우스맥주로 각광받았기 때문이다. 대형사가 뛰어들다보니 이제 막 하우스맥주 제조·유통을 시작한 소형사들로서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단적인 예로 2011년 국내 맥주 제조 일반면허를 취득하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맥주 생산과 유통에 나선 '세븐브로이 맥주'는 대형사의 물량공세에 힘겨운 모습이다. 국내에서 첫 에일맥주 생산으로 조명을 받은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지만 대형사가 너도나도 뛰어드는 바람에 앞으로의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교주 세븐브로이 이사는 "맥주시장의 다양화를 가져온 점에서는 환영할 만하지만 퀸즈에일 출시 이후 세븐브로이가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며 "출고가는 퀸즈에일과 세븐브로이가 동일하지만 대형마트가 잡은 마진 폭이 달라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세븐브로이 측에 따르면 세븐브로이는 수입맥주 수준으로 마진을 높게 잡았지만 퀸즈에일은 일반 맥주처럼 낮게 잡아 상대적으로 저가에 팔린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TV광고나 대규모의 마케팅을 지양하고 맥주를 아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맥주로 소비자에게 소구하겠다"고 밝혔다. 오비맥주 측 역시 "대기업이 작은 시장에까지 뛰어드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며 "출시를 하더라도 마케팅을 강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교주 세븐브로이 이사는 "맥주시장의 다양화를 가져온 점에서는 환영할 만하지만 퀸즈에일 출시 이후 세븐브로이가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며 "출고가는 퀸즈에일과 세븐브로이가 동일하지만 대형마트가 잡은 마진 폭이 달라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세븐브로이 측에 따르면 세븐브로이는 수입맥주 수준으로 마진을 높게 잡았지만 퀸즈에일은 일반 맥주처럼 낮게 잡아 상대적으로 저가에 팔린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TV광고나 대규모의 마케팅을 지양하고 맥주를 아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맥주로 소비자에게 소구하겠다"고 밝혔다. 오비맥주 측 역시 "대기업이 작은 시장에까지 뛰어드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며 "출시를 하더라도 마케팅을 강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일맥주란?
맥주통 위쪽에서 효모를 발효시키는(상면발효) 방식으로 만든 맥주다. 저온에서 6주 이상 숙성시키는 라거맥주에 비해 고온에서 단기간 내에 숙성시키는 전통적인 맥주 양조의 방법으로 제조한다. 라거맥주가 톡 쏘는 청량감이 강점이라면 에일맥주는 상대적으로 묵직하고 진한 향으로 승부한다. 레시피에 따라 과일향을 첨가해 다양한 풍미를 지녔다. 에일맥주는 다시 페일에일, 인디아페일에일, 스타우트 등의 종류로 나뉜다.
맥주통 위쪽에서 효모를 발효시키는(상면발효) 방식으로 만든 맥주다. 저온에서 6주 이상 숙성시키는 라거맥주에 비해 고온에서 단기간 내에 숙성시키는 전통적인 맥주 양조의 방법으로 제조한다. 라거맥주가 톡 쏘는 청량감이 강점이라면 에일맥주는 상대적으로 묵직하고 진한 향으로 승부한다. 레시피에 따라 과일향을 첨가해 다양한 풍미를 지녔다. 에일맥주는 다시 페일에일, 인디아페일에일, 스타우트 등의 종류로 나뉜다.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