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목표 역시 '성장'보다는 치열해진 경쟁구도 속에서 '생존'하는 쪽으로 뒤바뀌고 있는 게 요즘의 상황이다. 대형 제약사마저 비틀거리기 쉬운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작지만 제약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회사가 있어 관심을 끈다. 4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동구제약이다. 이 회사는 피부과와 비뇨기과에 납품하는 전문의약품 분야에서 대형제약사를 능가하는 매출실적을 보이며 확실한 자기영역을 지켜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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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 처방액으로만 올해 160억원의 매출이 예상됩니다. 이는 전체 1위에 해당되는 실적이죠. 비뇨기과 처방액(46억원)에서도 10위 랭크가 확실해 보이는데 우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바이오 산업 진출을 꾀하고 있습니다.”
야심찬 포부를 밝히는 이 회사 조용준 대표(47)는 전형적인 창업 2세대 CEO다. 1970년 설립된 동구제약은 한때 한미약품이나 삼진제약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제약시장에서 이름을 날린 회사 중 하나. 하지만 대형 제약사로의 도약을 눈앞에 두고 조 대표의 아버지인 창업주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사세가 기울었다.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기업이다보니 CEO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었다. 외국계 제약사의 입사를 뒤로 하고 갑작스레 아버지의 뒤를 이은 조 대표는 그러나 ‘부친의 유산’을 지켜내고 발전시키면서 동구제약을 강소제약사로 키워냈다.
실제 그가 사령탑을 맡은 이후 동구제약은 단순 제약사의 모습에서 종합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기존 피부과(항이스타민제, 피부질환치료제)와 비뇨기과(전립선 치료제)에서 자사 제품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코골이 질환 치료기 생산, 줄기세포 시장 진출, 전문기업 인수를 통한 바이오 시장 진입 등의 타분야 진출을 모색할 만큼 여유가 생겼다.
“내년부터는 사업포트폴리오의 다양화를 현실화시킬 예정입니다. 현재 70%선인 의약품 비중을 60%로 낮추고 바이오 분야의 수익비중을 높여나가는 게 목표예요. 사명도 동구제약에서 동구바이오제약으로 곧 바꿀 겁니다.”
조 대표의 활동범위는 동구제약을 넘어 제약업계, 특히 중소제약사 전반에까지 뻗어있다. 지난 8월부터 중소제약사들의 이익을 위해 결성된 한국제약협동조합의 이사장으로 취임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지금 90개 중소제약사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해 ‘공동구매, 공동R&D, 공동생산’을 내세워 대형제약사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중소제약사가 대형제약사와의 경쟁에서 대등한 전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현재의 다품종 소량생산보다는 대량생산으로 전략을 바꿔야 합니다. 세계적인 신약을 만드는 데 중소제약사로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중소기업에서 창업2세대 CEO로 산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1세대가 '창업'에 포커스를 뒀다면 2세대에는 '수성'과 '발전'이라는 목표가 동시에 생긴다. 그렇기에 조 대표는 늘 '간절함'을 갖고 사업에 임한다고 한다. 회사를 세우고 기틀을 잡아야 했던 1세대 CEO에 비해 2세대는 절박함이 덜하다는 지론 때문이다. '2025년, 국내 10대 제약사 도약'이라는 목표를 가진 그가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그 꿈을 과연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