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SNS의 득세 속에서 어렵사리 호흡을 이어오던 토종 SNS들이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수익모델 부재, 저조한 이용자수 등 고질적인 문제에 봉착한 나머지 '서비스 종료'라는 마지막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 최근 몇년간 이들은 '트렌드에 뒤처질 수 없어 섣불리 중단할 수도 없고 계속 운영하자니 남는 게 없다'는 딜레마를 겪어왔다.
특히 이용자 확대가 지지부진하면서 해당 SNS에 돈이 될 만한 파생 서비스가 붙지 못한 게 서비스 실패 요인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1세대 국산 SNS들이 빠졌던 딜레마를 차세대 국산 SNS들도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 |
토종 SNS, 스마트폰에 '역전패'…역사속으로
지난 8월과 10월 각각 ‘폐업’한 요즘·C로그와 내년 6월30일 종료를 앞두고 있는 미투데이는 국내 3대 인터넷서비스 업체들이 외산 SNS에 대응해 내놨던 1세대 토종 단문형 SNS다.
이 가운데 2007년 첫선을 보인 이후, 그나마 가장 오래 버틴 미투데이는 2009년 7월 방문자수가 페이스북을 앞지를 만큼 선전하기도 했지만 호시절은 길지 않았다. 2010년 4월부터 페이스북에 역전당하더니 올해 11월에는 무려 16배 이상 뒤처진 것.
전세가 역전된 2010년은 스마트폰이 국내 시장에서 대중화되던 시점과 맞물린다. 모바일 환경에 맞춤한 서비스는 살고, 적응 속도가 더딘 서비스는 주도권을 뺏긴다는 것을 보여줬다.
실제로 국민 세명 중 두명이 스마트폰을 쓰는 2013년, 외산 대표주자 페이스북과 국산 대표주자 미투데이의 모바일앱·웹 월간 이용자수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졌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올해 1월 미투데이와 페이스북의 모바일웹·앱 이용자수는 각각 230여만명과 1720여만명(표본: 안드로이드 단말기 이용자 6만명, 모집단: 국내 안드로이드 단말기 이용자수, 미래부 발표 기준). 이후 미투데이 이용자수는 계속 줄고 페이스북 이용자수는 늘어 6개월만인 지난 9월 각각 70만, 1810만명으로 나타났다.
요즘과 C로그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랭키닷컴 조사 결과 2010년 서비스를 개시한 요즘과 C로그는 서비스 종료 직전의 월간 PC 방문자수가 각각 4만여명, 3만여명 수준에 그쳤다(표본: PC 이용자 6만 명, 모집단: 국내 인터넷 이용자수, 한국인터넷진흥원 발표 기준). 모바일 이용자수는 각각 8000여명과 3000여명이다.
이 시기 페이스북 PC 방문자수는 약 1000만명 이상, 모바일 이용자수는 2000만명에 가까웠다. PC 400만~600만, 모바일 500만명대로 이용자수 정체 상태인 트위터에도 토종 SNS는 한참 뒤처진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확산과 함께 빠른 속도로 세를 확장한 페이스북은 어느새 1세대 토종 SNS들의 '넘사벽'이 된 모습이다.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하지 않고 하나의 서비스를 집중 사용하게 되는 SNS의 특성상 페이스북에 쏠린 이용자들과 이용자 지인들로 구축된 네트워크를 뺏어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1세대 국산 SNS의 경우 이용자풀이 빈곤하다보니 수익모델 마련에도 실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NS가 주로 모바일에서 이용되는데 1세대 국산 SNS의 경우 이용자수가 적어 광고주들이 안 붙는 상황이었다”며 “같은 배너 광고라도 PC에 붙는 것에 비해 모바일에 붙는 게 원래 단가가 많이 떨어지는데 사람들이 국산 SNS 자체에 잘 안모이다 보니 (단가가) 더 안 나왔다”고 말했다.
업체가 악재에 빠지면서 성장 기회를 놓친 경우도 있다. SK컴즈의 경우 이용자 저변 확대와 수익 창출을 위해 기업·언론사용 C로그 운영을 계획했으나 2011년 7월 네이트·싸이월드 개인정보유출 사태가 벌어지면서 추진하지 못했다. 그 상태에서 서비스를 이어가다가 끝을 보게 된 것이다.
![]() |
돈 버는 SNS 페이스북…모바일광고 급증
1세대 토종 SNS들이 하락세를 걷는 동안, 국내 월 활동사용자(2013년 6월 기준) 1100만명에 이르는 페이스북은 모바일광고 덕에 돈을 벌었다.
페이스북의 지난 3분기 매출은 사상 최대치인 20억1600만달러, 영업이익은 7억3600만 달러. 전년 동기 매출 60%, 영업이익은 95%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광고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18억 달러다. 모바일 광고 수익이 전체 광고 수익에서 차지 하는 비중은 2012년 3분기 15%, 4분기 23%, 올해 1분기 30%, 2분기 41%, 3분기 49%로 증가세다.
이 가운데 광고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18억 달러다. 모바일 광고 수익이 전체 광고 수익에서 차지 하는 비중은 2012년 3분기 15%, 4분기 23%, 올해 1분기 30%, 2분기 41%, 3분기 49%로 증가세다.
모바일로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이들 중 63%가 매일 해당 서비스에 접속하고 있다는 게 페이스북 측 설명. 광고가 붙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내년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 광고주를 위한 주요 상품 출시 관련 정보, 구체적인 마케팅 팁, 시장 분석 리포트 등이 무료로 제공되는 만큼 국내 광고주에 대한 페이스북의 영향력은 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밴드'로 재기 노리는 네이버…관건은 수익모델
이제 업계 시선은 1세대 국산 SNS 종료 업체들 중 누가 이 시장에서 재기할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된다. 먼저 움직인 것은 미투데이를 내린 네이버다.
네이버는 자회사인 캠프 모바일을 통해 서비스하는 지인 기반(폐쇄형) SNS ‘밴드’를 밀고 있다. 이 서비스는 월간 총 체류시간 면에서 다음, 네이버 등의 모바일 ‘카페’ 서비스를 넘어서는 등 출발이 좋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11월 밴드의 총 체류시간(서비스에 머무는 시간의 총합)은 올해 1월 대비 835% 이상 성장한 20억분. 네이버카페 17억분, 다음카페 14억분보다 앞선다. 순방문자수는 지속 증가해 11월 924만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수익모델이 사실상 부재한 상태라 미투데이와 같은 문제에 직면하기 전에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네이버 관계자는 “기프트샵, 스티커샵으로 수수료 이익이 발생하지만 주요 수익모델이 아니라, 현재로서 밴드의 수익모델은 없다”며 “이용자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고 수익모델은 가입자 볼륨이 커짐에 따라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SK컴즈의 경우, 지난 8월 선보인 폐쇄형 모바일 SNS ‘데이비’(이용자 75만명)로 시장에 발은 담그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페이스북 이용자를 움직일만한 매력 없이는 C로그가 걸어온 길을 답습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때를 보겠다는 입장. 이 회사 관계자는 “포털 사업자로서 SNS 시장을 무시하고 인터넷 서비스를 할 수는 없기에 당연히 주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요즘'은 효율적이지 않아 내렸고 현재로서는 마이피플 등 자사 서비스에 SNS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