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노령연금 축소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매월 20만원을 연금으로 지급한다고 공약했다. 이 공약으로 노령층 표심을 잡고 당선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공약은 당선 이후 없던 일이 됐다. 예산부족이 문제였다. 기초연금 수령자 규모는 70%
로 축소됐고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겠다는 안이 확정됐다. 기존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결국 사퇴했다. 공약에서의 공은 ‘숨김없이 드러내 놓다’라는 의미지 '텅빈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년에는 후보 시절 밝혔던 박 대통령의 공약들이 원안대로 이뤄지길 바란다.
◆환율전쟁
올 한해 주요 선진국들은 통화 이기주의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해 말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엔화를 무제한 찍어내겠다"고 선포하며 아베노믹스를 실행해 옮겼다. 급기야 지난 19일 도교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환율이 장중 104.37엔을 기록하며 2008년 10월 이후 최고를 찍었다. 유럽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자국 통화 가치 상승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수시로 단행했고, 그 결과 현재 최저 수준인 0.2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 몇 년간 돈을 풀어 미국 달러가치 상승을 억제해오다 경기가 회복되자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했다. 이런 선진국들의 통화 전쟁에 나가떨어지는 건 윤전기를 돌릴 수 없는 신흥국들이다.
◆전두환 추징법 통과
‘전두환 추징법’이라 불리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이 지난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추징시효를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추징범위를 직계 존비속이나 제3자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로써 10월로 끝날 예정이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시효는 2020년 10월까지로 늘어나게 됐다. 검찰은 곧바로 전두환 일가 재산 압류에 들어갔고, 미술품 등을 압류해 최근 경매까지 열었다.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던 그의 압수물품을 확인한 국민들은 또 한번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추징금 전체 환수를 목표로 칼을 꺼내 든 검찰의 의지가 내년, 그 이후까지도 이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조세피난처 투자자 명단 공개
'높으신 분'들의 꼼수는 어디까지일까. 인터넷 탐사보도 매체인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을 공개했다. 총 245명에 달하는 명단 중에는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대기업 총수를 비롯해 CEO 등 사회 지도층 인사가 많이 포함돼 충격을 안겨줬다. 조세피난처는 외국회사법 등의 규제가 적어 기업경영에 장애요인이 거의 없음은 물론, 모든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탈세와 돈세탁용 자금거래의 온상이 되는 곳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버진아일랜드나 라부안섬이 조세피난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꼭꼭 숨다 걸리면 어떤 망신을 당하는지 이번 명단 공개를 통해 톡톡히 깨닫지 않았을까.
◆금융권 CEO 물갈이
올해 금융권의 '핫이슈'는 단연 CEO 물갈이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포함해 금융 공기업, 국책은행, 금융그룹 CEO 등이 대거 교체됐다. 신용보증기금,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산업은행, 우리금융, 농협금융, 농협은행, KB금융그룹 수장들도 새 인물로 바뀌었다. 금융권 물갈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을 포함해 기술보증기금, 한국수출입은행, 기업은행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새로 바뀌는 수장은 대부분 현 정부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치금융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대한민국. 내년 금융시장도 '다사다난'으로 끝나지 않을까.
◆게임중독법 논란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게임중독법’(중독 예방·관리 치료를 위한 법률) 때문에 올해 게임업계는 ‘멘붕’에 빠졌다. 한해 동안 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 등과 함께 '중독 유발 행위'로 분류, 중독자를 관리토록 한 이 법안에 게임 이용자와 종사자들의 반발이 빗발쳤다. 현재 이 법은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 상정됐다가 심의가 보류된 상태. 본격적인 입법 절차는 내년부터 시작된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을 둘러싼 갈등이 내년에는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올라가게 되면 게임 이용자·종사자가 국회 앞에 결집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말그대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동양사태 파장 일파만파
올 한해 금융권에 파란을 일으킨 사건은 동양그룹 계열사의 기업어음(CP) 부실 사태다. 동양 계열사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잇달았고, CP 투자자 피해가 일파만파 확산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그룹 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는 5만여명, 피해액은 2조원에 이른다. 피해자들은 지난 11월 첫 집단 소송을 냈고 향후에도 줄소송이 예상되고 있다. 동양사태 이후 금융권은 회사채 및 CP 발행 규모가 크게 줄고 은행 기업대출은 늘어나는 등 후폭풍이 가라앉질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한계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동양사태 재편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한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지난 20일 검찰에 세 번째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비트코인 열풍
실체도 없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가치가 올해 들어 갑작스레 폭등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올해 초 13달러로 거래됐던 비트코인은 지난 11월 말에는 1200달러대까지 급등하며 연초 대비 90배 이상 치솟았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개해주는 사이트인 코빗(Korbit)이나 공식 환율을 제시하는 거래소(Exchanges)인 비트코인 코리아(BitCoin Korea)부터 시작해 지난 12월1일에는 인천 시청역점의 파리바게트에서 국내 최초로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했다. 다만 이후 중국에서 금융회사들의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 방침이 발표되며 등락을 거듭하다 300달러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까지 등장한 모든 가상 화폐중에 가장 성공적인 모습을 보인 비트코인이 내년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통상임금 판결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판결에서 추가 임금 소급청구 제한 요건으로 제시한 ‘노사 합의’의 범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통상임금의 기준과 범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근로기준법에 통상임금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지 만 60년만에 명확한 정의를 갖게 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의 논란이 종식되고 새로운 임금체계 산정 기준이 명확해진 건 아니다. 지난 3년간 시간 외수당 등 미지급분을 소급해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선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이 엇갈리게 하는 모호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소송제기가 줄을 이을 공산이 크다.
◆'허울뿐인' 부동산대책
2013년 정부는 ‘4·1대책’과 ‘8·28전월세대책’ 등 다수의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서민주거복지 향상시키겠다는 취지였다. 그 과정에서는 행복주택, 공유형모기지(장기주택담보대출) 등 새로운 제도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한해가 다 가도록 정책의 효과는 찾아볼 수가 없다. 여전히 전월세난은 계속되고 있고 고통 받는 서민들은 피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유가 뭘까. 부동산시장 흐름의 변화 속도에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