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YouTube)를 통해 화제가 되는 영상이 있다. 바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모습을 담은 영상이다. 

영상에는 마트 내에서 제한된 할인 상품을 누구보다 빨리 구매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손님들과 안전을 위해 이들을 질서 있게 통제하려는 경찰들의 모습으로 혼란스럽다.

그렇다면 손님들을 이토록 열광시키게 하는 블랙프라이데이란 어떤 날일까? 미국에서 한국의 추석 정도로 여겨지는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은 매 년 11월 네 번째 주 목요일에 있는데, 이 다음날 금요일을 ‘블랙프라이데이’라 부르고, 크리스마스 세일 시즌의 시작으로 여긴다. 

보통 이 날 제일 큰 폭의 할인 행사가 광범위한 제품에 걸쳐 열리고, 한 해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기에 블랙프라이데이 동안의 매출액은 연말의 경기를 예측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현황
전미소매협회(NRF)의 설문 조사 결과, 블랙프라이데이 연휴 기간 동안에 온-오프라인 쇼핑을 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약 1억4000명으로 집계됐다.

미국인 다섯 명 중 두 명 정도가 이 기간을 기다릴 정도로 블랙프라이데이의 영향력은 크다. 또한 실제로 2013년 블랙프라이데이 연휴 기간 동안 상품 매출액은 574억 달러 즉, 한화로 6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블랙프라이데이는 어떠한 점에서 소비자와 공급자 간의 이익이 될 수 있을까? 

우선, 소비자는 무엇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제조, 유통업체는 재고품을 해가 넘어가기 전에 정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보관, 관리비를 감소 시킬 수 있다. 

각 업체들은 기존 할인 행사 때마다 쓰였던 마케팅 비용을 줄 일 수도 있다. 할인 행사를 작게 자주 하는 것 보다 크게 몰아서 함으로서 소비자에게 할인 행사에 대한 강력한 인상을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맞물려 최근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당일인 11월 29일에는 슈즈숍 ABC마트와 각종 화장품 업체에서 할인 행사를 가졌고, 뒤이어 12월 9일에는 소셜커머스, 위메프에서 ‘블랙프라이스세일’을 진행하여 소비자의 큰 관심을 끌었다.

그렇다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미국과 같은 지속적인 연례 행사로 지속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일단, 한국 시장에서 과점을 통해 가격 경쟁이 필요치 않은 제품들은 이러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제살 깎기’로 불필요하게 여긴다. 

특히 전자제품의 경우, 유통업체의 힘이 제조업체보다 약하고, 이는 곧 가격 결정권이 제조업체에게 더 큰 구조이기에 이러한 큰 폭의 할인 행사에 참여할지 의문스럽다.

게다가, 이러한 할인 행사를 단기적 매출 증대로 악용하려는 업체들의 행태도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 말처럼, 단순히 손님을 유인하기 위해 과장하여 미끼 상품을 이용하는 행위와 할인 행사 전에 고의로 인상시킨 정가를 큰 폭으로 할인 하는 듯한 가격 착시효과도 지양해야 할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지속적인 연례 행사로 발전시키는 것은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영연방의 ‘박싱데이’(Boxing Day), 말레이시아의 ‘이어엔드 세일’(Year And Sale) 그리고 싱가포르의 ‘건국기념일 세일’ 같이 한국만의 독특한 할인 행사를 통해 자국의 경제 활성화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관광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만의 독특한 할인 행사를 지정하려는 움직임은 몇 해 전부터 있었다. 

한국방문위원회가 주최·주관하는 ‘코리아그랜드세일’(Korea Grand Sale)이 매 년 1월 초부터 2월 말 까지 열리고 있지만, 아직 홍보가 부족하고,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내/외국인 소비자들에게 다가 갈 수 있는 특색 있는 행사로 발전해 나가기 까지는 아직까지 갈길이 멀다.

여러 나라의 특색 있는 할인 행사들을 생각해 볼 때, 이제는 중구난방 식으로 열리는 할인 행사 대신 내국인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 그리고 제조·유통업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정착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