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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31.91%의 수익률을 기록했던 금펀드는 연초 이후 지난 4일 기준 4.4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이 -4.71%임을 고려할 때 선방한 셈이다.
최근 들어 금펀드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시작된 가운데 아르헨티나 재정 우려를 비롯한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 중국과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이 겹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강세론자들은 이제 금값이 내릴 만큼 내렸으며 올해에는 금이 다시 빛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반면 다수의 글로벌 IB들은 금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값 강세론, 등장 이유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털 경제연구소장은 "(급락했던) 금 가격은 테이퍼링 우려감이 과도하게 반영된 것"이라며 "금은 올 들어 가장 매력적인 투자상품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독일의 투자회사 데구사 골드핸델은 올해 금값이 온스당 1480달러까지 오를 것이며 연평균 1315달러 선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금 강세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살펴보면 우선 금광업체들의 생산원가가 1온스당 1200달러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 가격 이하에서는 금 광산공급이 급감할 것이고 공급이 적어지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춘절을 전후한 중국의 금 수요와 인도정부가 5월 결혼시즌을 맞아 금 성수기가 오기 전에 수입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강세론에 힘을 싣는다.
인도정부는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규모를 줄인다며 금 수입을 제한하는 다양한 규제를 마련했으나 올 들어 다시 제한조치 완화를 논의하고 있다. 지난 1월말 소냐 간디 인도 국민회의당 당수가 서면을 통해 현행 10% 수입 관세를 비롯한 금 수입제한 조치를 완화하라고 상무부에 요구한 것이다.
금의 강세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그간 시행했던 세 차례의 양적완화로 인해 금 투자자금의 유출세가 나타났으나, 현재는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 더 이상 매각 가능한 금이 많지 않으며, 향후 금 수요는 신흥국 중심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글로벌 IB "금값 추가하락 불가피"
반면 글로벌 주요 IB(투자은행)들은 금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 테이퍼링을 시작한 이상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갈수록 금의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대표는 미국 중앙은행이 경기회복에 따라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면서(양적완화 축소) 올해 연말에는 금값이 온스당 1050달러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월22일 올해 금 가격 전망치를 당초보다 11.6% 하락한 온스당 1160달러로 제시했다. 심지어 오는 2015년에는 금 가격이 더 추락하며 온스당 1138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경하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와 관련해 "금 강세론자들의 주장이 일리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지표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금광업체의 생산원가는 고정된 것이 아니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내려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최근 금 광산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중이다.
유 애널리스트는 "최근 중국 금 수요가 강하다고 보기 힘든 데다 인도의 금 관세인하도 아직 실현 가능성을 단언하기 어렵다"면서 "북미의 기록적인 한파가 물러간 후 미국 경제지표의 개선세가 다시 강화되면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금 장기투자자금의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흥국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금 투자를 검토해볼 수 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위기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때까지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로 지수 변동이나 조정에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약세 우려가 큰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 같은 이유 때문일까. 투자자들도 '금'으로 몰리지 않는 모습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금펀드의 수익률이 4%를 기록하는 동안 유입된 자금은 14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