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티어마켓은 '신흥시장 중의 신흥시장'을 의미하는 용어로, 이미 개발이 상당히 진행된 이머징마켓보다 경제규모는 작지만 발전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중동·아프리카·동유럽 지역의 국가를 의미한다.
나이지리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보츠와나 등 소위 '변방'으로 불릴 정도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나라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왜 갑자기 '투자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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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런티어마켓, 대안 찾는 투자자가 선호
최근 불거진 신흥국 쇼크의 근원에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있다. 그간 3차례에 걸쳐 무제한에 가까운 달러를 풀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를 떠받쳐 왔던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해 말부터 3차 양적완화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신흥국으로 유입됐던 미국의 '돈'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흔들리자 '도피처'나 '대안'을 찾는 투자자들이 최근 들어 프런티어마켓으로 눈을 돌린 것. 그동안 소외돼 있어 선진국의 저금리와 양적완화의 효과를 받지 못했지만 뒤집어보면 빠져나갈 '돈'이 없기 때문에 최근 신흥국을 휩쓴 투매 바람에서 자유롭다는 발상이다.
실제로 MSCI프런티어시장지수가 1월 한달간 1.3% 오른 데 비해 MSCI신흥시장지수는 6.6% 하락했다. 지난해 상승률도 프런티어시장지수가 16%로 12%에 그친 신흥시장지수를 앞섰다.
이에 따라 수익률 또한 프런티어마켓이 신흥국 마켓을 월등히 능가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4일까지 101개의 신흥국마켓 주식형펀드의 전체 평균수익률은 -5.73%다. 신흥국마켓 주식형펀드 101개 가운데 수익률이 플러스인 펀드는 4개뿐이며, 그나마 수익률이 가장 높은 '한국투자아시아그로스자 1(주식)(A)'가 1.13%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프런티어마켓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는 총 4개. 그러나 이들의 평균수익률은 2.23%다. 손실을 기록한 펀드가 1개(프랭클린템플턴프런티어마켓자[주식]Class A) 있지만 -1.16%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기대수익률이 높은 시장을 찾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신흥국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대상을 넓혀 프런티어지역에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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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런티어마켓, 리스크 크다
현재 프런티어마켓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증권전문가들은 마치 서로 짠 듯이 "프런티어마켓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경고한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신흥국 쇼크를 '지진'에 비유했다. 지난해 12월에 지진(테이퍼링)이 한번 있었고, 이번(1월 FOMC)이 두번째인 만큼 '여진'이 왔을 뿐이며 조만간 투자자들의 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양 센터장은 "다음 FOMC에서 3차 지진이 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프런티어마켓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면서 "현재 프런티어마켓에 대한 관심은 글로벌시장의 '핫머니'들이 시장에 개입된 결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흥국에서 프런티어마켓으로 가겠다는 것은 문제가 터지자 위험이 더욱 큰 자산으로 이동하겠다는 생각"이라며 "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프런티어마켓을 고려하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일침을 놨다.
◆투자 성공 위한 3가지 조건
그렇다면 프런티어마켓에서 수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한 걸까. 백관종 NH농협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프런티어마켓에서 수익을 내려면 일정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백 센터장에 따르면 프런티어마켓에서 수익률을 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자금의 유입, 즉 유동성의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프런티어마켓의 경우 시장이 작다보니 유동성이 적어 시장의 등락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환금성 문제가 종종 불거진다. 실제 지난 2007년 설정된 베트남펀드들의 경우 환매금지약정 기간 동안 지수가 급락하며 큰 폭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후에도 발생한 추정손실 때문에 수익자총회를 열어 펀드를 개방형으로 바꾸는 등의 사건이 있었다.
두번째 요소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대다수의 프런티어마켓은 다양한 원자재를 보유한 경우가 많다. 세계경제가 회복되는 모습을 나타내면 원자재의 가격이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프런티어마켓이 상승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경기가 성장세를 나타내면 결과적으로 프런티어마켓의 경기도 좋아질 수밖에 없고 수익이라는 측면에서 플러스 알파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상태이며, 실질적 경제회복 전망이 불투명해 단시간 내에 수익을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강 팀장은 "프런티어마켓에 투자해서 성공하려면 세계경제가 좋아져야 하고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좋아져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리스크가 큰 프런티어마켓에 투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