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2년 전만 해도 금융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 대부업계 1, 3위 업체인 러시앤캐시와 웰컴론이 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나란히 선정됐기 때문. 이에 따라 국내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해 사상 첫 제도권 금융시장에 진입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2월4일 가교저축은행인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아프로파이낸셜그룹(러시앤캐시)을, 예신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웰컴크레디라인대부(웰컴론)를 각각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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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교저축은행은 예보가 부실 저축은행 자산 가운데 우량 대출과 5000만원 이하 예수금을 계약 이전받아 제3자에 매각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저축은행이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두고 특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은 최윤 아프로파이낸셜그룹 회장이다. 최 회장은 2008년부터 저축은행 인수에 나섰지만 9번이나 실패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10번째 도전에 나섰고 결국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9전10기'의 성공 드라마를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이 저축은행 인수에 실패한 이유는 '불법추심'과 '고금리'라는 부정적인 이미지 영향이 컸다. 하지만 최 회장은 배구단을 인수하고 감성 CF 마케팅을 펼치면서 대부업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 노력했다.
그 결과 금융당국이 지난해 10월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했다. 대부업체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불법추심 등에 대한 자정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대부업체 외에는 가교저축은행 인수 대상자를 찾지 못한 것도 이유로 꼽혔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우선 그동안 구축해온 대부업체 특유의 신용평가 기법과 대출 노하우를 앞세워 새로운 영업기법을 선보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반면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수신 기능을 가진 저축은행이 계열 대부업체의 자금줄로 전락하거나 고금리·불법추심 행태가 저축은행으로 역류할 수 있다는 것. 저축은행 고객을 계열 대부업체에 알선하는 행위도 우려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대부업체가 저축은행 인수에 성공한다면 금융당국은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면서 "고객들의 불신이 계속 확산되면 금융산업은 더욱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