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12억명의 페이스북이 월 활성 사용자 4억5000만명에 이르는 왓츠앱을 인수했다는 사실에 업계는 연일 들썩인다. 이들의 ‘동맹’이 모바일메신저시장의 경쟁 구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이 곤두선 모습이다.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북미지역의 강자 왓츠앱이 아시아시장까지 접수할 것이라는 의견과 아시아시장을 휩쓰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대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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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투데이 DB |
◆전망1…“아시아시장 왓츠앱판 되는 건 시간문제”
과연 페이스북이라는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왓츠앱이 아시아시장까지 제패할까? 업계 한 관계자는 “페이스북은 막대한 자본을 가지고 움직이는 회사”라며 “페이스북이 비싼 돈을 주고 산 왓츠앱을 제대로 써먹기 위해 프로모션 차원을 넘어선 대규모 마케팅을 집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을 내놓는다.
앞서 중국 텐센트의 위챗은 지난해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를 모델로 기용, 영어·중국어·인도네시아어·스페인어로 제작된 광고를 내보낸 바 있다. 이 회사는 북미시장에서 구글과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구글 계정을 등록한 사용자에게 미국 식당 예약 사이트의 쿠폰을 증정하는 식이다.
자본력은 국내 1위 인터넷 기업도 위축시킨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한 공식석상에서 “2013년 라인 마케팅에 1000억원을 썼는데 위챗은 2000억원을 썼고, 2014년에는 위챗이 라인의 전체 수익에 해당하는 3000억~4000억원을 쓸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국내 1000만 다운로더를 보유한 페이스북이 연 0.99달러의 왓츠앱을 무료로 전환하기라도 한다면, 국내 1위 카카오톡의 위치도 불안해질 거라는 게 업계 예상이다.
◆전망2…“라인-카톡-위챗 '아시아 삼국지' 무시못해"
북미·유럽시장을 선점한 왓츠앱이 아시아시장까지 ‘정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월스트리트는 최근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했지만 라인과 카카오톡, 위챗과 같은 라이벌이 있는 아시아시장을 쉽게 장악하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아시아시장에서는 메시징 서비스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유행인데 왓츠앱은 게임이나 이모티콘 같은 수익모델이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라인의 매출 비중은 게임이 60%, 스티커가 20%, 광고를 포함한 기타가 20%를 차지하며, 카카오는 게임 플랫폼으로 1조원 매출을 돌파한 상태다.
반면 왓츠앱의 경우, 연 이용료를 받는 대신 앱내 광고 등 별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페이스북에 인수된 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왓츠앱의 얀 코움 CEO는 지난 2월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MWC 2014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왓츠앱은 페이스북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게임·광고 등 다른 수익사업은 일절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라인과 카카오톡, 위챗의 시장 선점 ‘장벽’을 자본력만으로 쉽게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모바일메신저시장에서의 선점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실제 카카오는 일본 현지에서 유명 패션모델 츠지야 안나와 개그맨 게키단 히토리를 모델로 한 TV 광고를 제작·집행했지만 선점효과를 누리고 있던 라인의 영역을 뺏진 못했다. 이 시장이 돈만으로 ‘점령’되는 곳은 아니며, ‘선점 효과’가 먹히는 곳이라는 게 입증된 셈이다. 일본 라인 이용자수는 5000만명 이상이다.
현재 주요 모바일메신저 사업자들은 앱스토어에 해당 앱을 등록하고 그 언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라인과 카카오톡은 일본 및 동남아권에서 이용자풀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 시장에서 게임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하고 있다. 특히 국내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톡에 대응해 해외시장부터 뚫은 라인의 경우 태국 2200만명, 대만·인도네시아 1700만명, 인도 1600명, 스페인 15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한 상태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앞으로는 서비스 지역이 대부분 부딪칠 것이기 때문에 모바일메신저시장에서 국경없는 전쟁이 날 것으로 보인다”며 “라인은 웬만한 언어는 다 대응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왓츠앱은 카카오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북미·유럽 지역으로, 위챗은 중국시장으로 포지셔닝 돼 있다. 해당 지역 이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모바일메신저들이 이와 같은 양상으로 포진돼 있으며, 그만큼 보이지 않는 ‘장벽’이 드리워져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해외에서 비교적 약세인 카카오 측은 “해외에서 카카오톡이 1위라고 할 만한 곳은 없지만 스마트폰이 이제 보급되기 시작하는 신흥국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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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라인 테마파크 |
◆관건은 차별화된 수익모델…"'절대장벽'은 없어"
모바일메신저는 기본적으로 기능이 비슷하지만 메신저마다 차별점이 존재한다.
어떤 차별점을 어떻게 시장에 소구하고 그것을 현지 이용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시장이 바로 이 시장이다. 페이스북을 등에 업으며 갑자기 덩치가 배로 커진 외산 모바일메신저 왓츠앱에 대항하는 토종 모바일메신저들이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차별화된 수익모델과 특징이 없으면 기존에 선점한 시장도 뺏길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경쟁사가 선점한 시장을 뺏을 수도 있는 곳이 모바일메신저시장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선점업체는 있지만 그 경계가 정교하지 않다는 게 이 시장의 특징”이라며 “그러니까 왓츠앱이 자리잡은 북미시장에서 위챗이 구글과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왓츠앱도 얼마든지 라인과 카톡이 있는 동남아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정 모바일메신저가 선점한 시장은 장벽이 있어서 진출이 어렵기야 하겠지만 그게 ‘절대장벽’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곧 어느 사업자에게나 해 볼 만한 싸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라고 밝혔다.
올해 라인은 북미·유럽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혀 가입자 수 5억명을 돌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약 1억3000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카카오톡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건다. 게임은 이제 시작됐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